내 주변의 일본인 친구, 동료들 중,
서너 명은 예전부터 한류에 빠져 있었다.
원조라 말하는 배용준 시절의 한류 1세대부터
지금의 BTS까지 다양하게 한국문화를
발 빠르게 접하고 공유하며 즐긴다.
그중에서 가장 최근에 한국의 매력에
빠진 사람은 같은 장애협회에서 만난
나카지마 상이다. 그녀는 특히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 사극, 멜로, 복수 등
장르불문, 모든 드라마를 즐겨본다.
내게 [ 사랑의 불시착]을 보라고 권했던 것도
나카지마 상이었고 꼭 봐야 한다고, 제발
봐주라며 귀찮을 정도로 추천을 했었다.
그런 나카지마 상이 어제도 내게 코로나가
끝나면 꼭 자기와 한국에 가자고 했다.
나카지마 상은 일본을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는 40대 초반의 미혼이다.
결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는
그녀는 나를 볼 때마다 꼭 한국에 가보고
싶으니 자기를 데리고 가주라는 부탁을 해온다.
어제는 업무차 잠깐 봤는데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한국 드라마 얘기를 꺼냈다.
[ 정 상, 이태원 클라쓰 봤어요? ]
[ 아니요,,]
[ 왜, 안 봐요, 보라니깐..]
[ 그냥,, 바빠서..]
[ 뭐가 바빠, 바빠도 봐야 된다니까요 ]
알았다고 보겠다고 웃음으로 얼버무리는데 자기는
지난번에 [사랑의 불시착] 전시회에 다녀왔다며
내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소리를 질렀다.
지난 1월 8일에 도쿄 하라주쿠를 시작으로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에서 사랑의 불시착
전시회가 개최되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 사용했던 의상부터 미공개 컷
450점 이상과 사진, 영상, 의상, 소도구,
포토죤까지 마련되어서 실컷 사진도 찍었단다.
혼자 갔냐고 물었더니 자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 팬이 된 친구들 3명을 데리고 갔다며
패러글라이더가 매달린 나무와 주인공 정혁의 방까지
그대로 재현해 놓아서 드라마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실감 났다고 한다.
한국도 안 가 봐서 솔직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데 느닷없이 북한 생활상을 보니까
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는 나카지마 상.
지금은 [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며 꼭 자기랑 함께 한국에
가자며 내게 손하트를 날렸다.
[ 잘하네, 하트 ]
[ 요즘은 무조건 이 손가락 하트예요.
말이 필요 없이 이렇게 손가락만으로
마음표현이 다 되니까 편하잖아요 ]
언젠가 깨달음이 전철 안에서 손가락 하트를 하는
아가씨들을 봤다며 일본에도 이 하트가
통한다고 흥분했던 일이 떠올랐다.
[ 정 상, 정 상이 쓰고 있는 한국 마스크
코리아타운에서도 판다고 하던데 알아요? ]
[ 네. 티브이에서 봤어요 ]
[ 우리 친구가 샀다는데 정말 편하대요.
립스틱도 안 묻고 숨 쉴 때 마스크가 입에
붙지 않아서 좋다그래서 당장 가서
살 생각이에요 ]
[ 내가 몇 장 줄까요? ]
[ 아니요, 내일 가서 살 거예요 ]
코로나가 시작되던 무렵, 깨달음과
코리아타운에서 한국 마스크를 구입하려 했을 때
수입이 되지 않아 판매를 못한다고 했는데
두 달 전부터 코리아타운에 KF94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 가서 마스크랑 마사지팩 살 거예요]
[ 친구랑 갈 거예요? ]
[ 네, 친구랑 이번에 가서 평양냉면을
한 번 먹어보자고 그랬는데 팔까요? ]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아무튼 찾아보고
없으면 그냥 비빔국수를 먹을 생각이라고 했다.
나카지마 상은 지금도 넷플릭스에서
[ 사랑의 불시착] 이 인기 작품 톱에
올라와 있다며 내게 [이태원 클라쓰]를
꼭 보라는 숙제를 내주고 사무실을 나갔다.
코로나로 인해 조용하지만 은밀하고
강력하게 제4차 한류 붐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던데 맞는 말인 것 같다.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한국 드라마 팬들은 중년 여성뿐이라는
이미지를 깨고 이제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다양한 연령대에서 꽤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남자에게만 있다는 매력
참 오랜만에 만나는 미호 상이다. 서로 바쁜 것도 있고 코로나19로 사람 만나기를 주저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꼭 자길 만나주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았다. 무슨 일 있냐고 물어도 만나서 얘
keijapan.tistory.com
넥플릭스, 2020년도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한국 드라마는 1위가 [김비서가 왜 그럴까]
2위는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3위는 [ 청춘 기록]
4위는 [이태원 클라쓰]
5위는 [사이코지만 괜찮아] 순으로 나왔다.
지난해, 코스트코에서 뽑은 효자상품으로
라볶이가 선정되었고, 한국 여고생 교복을
렌트해서 입는 게 여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렇듯, 드라마, K-pop은
물론 손가락 하트, 마스크까지 한국의
일상생활을 즐기는 게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굳이 신한류 붐이라 칭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한국의 문화가 가깝게 밀착되어 가고
있다는 건 기분좋은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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