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하며 우린 새로
당선된 총리 얘길 했다.
둘이서 정치 얘기는 별로 하지 않은 편인데
이번 총재선이 있던 날, 내가 흘리듯
했던 말이 깨달음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 당신이 다카이치(高市) 가 당선되면
일본을 떠날 거라 했잖아 ]
[ 응,, 아베 (安倍)총리 때도 참 일본에
사는 게 싫었는데 아베보다 더 우익성향이
진한 저 아줌마가 되면
정말 일본을 떠날려고 마음 먹었지 ]
송이버섯이 들어있는 차를 가지고 온
종업원이 고체연료에 불을 붙히고는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고 나갔다.
이시바 (石破) 새 총리가 당선되고 다음날
새벽부터 방송사에 생방송으로 출연해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공약한 것들은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질의응답을 했었고 깨달음과 나는
조용히 차를 마시고 경청했었다.
[ 그날, 사무실에서 조마조마하면서 봤어.
정말 다카이치가 되면 어쩌나 했지.
기세가 좋았고 처음에 표가 가장 많았잖아,
근데,, 역전당했지..
이시바 상이 총리가 돼서 당신이
일본을 안 떠나도 되니까 나는 너무 좋았지 ]
[ 나도 다행이라 생각해..]
우익 중에 우익이라 할 수 있는 다카이치가
새 총리가 안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하지만 여전히 그 많은 의원들이 다카이치를
지지하는 걸 보면 일본 정치가 바뀌기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깨달음이 샐러드를 먹으며 말했다.
내가 아베총리 시절 가장 싫었던 게
무엇이었는지 깨달음은 잘 알고 있었다.
매주 영화나 쇼핑을 하기 위해 나가는
신주쿠 역, 그리고 긴자 역에서 우익들이
전범기를 흔들며 대형 스피커를 틀어놓고
확성기로 한국을 욕하며 조센징은
다 죽어야 한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었던 게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너무도 당당하고 너무도 당연하듯이
비웃고 떠들어대는 걸 보면서 그들을
향해 화염병을 던져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자주 일었던 때이기도 했다.
[ 당신,, 정말,, 다카이치가 되면 일본
떠날 생각이었어? ]
[ 응, 당연하지 ]
[ 어쩐지.당신 목소리가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닌 뭔가 강한 의지? 각오 같은 게
느껴졌었어 ]
내가 어떤 이유로든 일본에서 살기 싫어서
떠나겠다고 하면 당신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게 살을 천천히
발라 먹다가 깨달음이 입을 열었다.
싫은 곳에서 살면 스트레스가 쌓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하게 자기는 응원할 거라며
언제든지 이곳에서 사는 게 싫으면
자기 생각하지 말고 살고 싶은 곳에
가서 살아도 된단다.
[ 내가 총재선이 있던 날 당신에게
했던 말의 의미는 우익의 어머니라
불리는 다카이치가 당선되면
지금껏 20년 넘게 살면서 내가 보고
들은 우익들의 불합리한 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커서 했던 말이야 ]
[ 알아,, 그런 사회적 분위가 싫다는
거잖아,,]
[ 그렇지,,우익들 활동이 날개를 편 듯
활개하고 그것들을 또 묵인하는
그런 사회 속에 내가 속해 있다는 게
스스로 용납하고 싶지 않다는 거지..]
아베 총리 전에도 실은 우익활동은 있었다.
하지만 아베총리가 되면서부터 더 극성을
부렸고 행동도 가격해지고 거칠었고
완전히 상식을 벗어났었다.
그렇게 강도 높은 난동이 갈수록 심해지며
헤이트스피치도 만연했고 혐한 분위기가
어딜가나 도사리고 있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이 코리아타운
외벽에 도배가 되고 한국 가게들이 테러를
당해도 못 본 척, 눈을 감았던 그런 일본
사회에서 불쾌함과 울분과 자괴감을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간다는 게 너무나도 싫었기에
떠나겠다고 한 것이다.
[ 깨달음,, 두 번 다시 그런 몰상식이
난무하는 사회에 몸 담지 않을 생각이야 ]
[ 맞아,, 난 당신을 항상 응원해..
정말, 다행이야, 이시바 상이
당선돼서.. 자기가 일본을 안 떠나도
되니까,, 자 건배하자 ]
술잔을 비우며 우린 식사를 계속했다.
내 나라가 아닌 해외에서의 삶이라는 게
그곳이 어디든 셋방살이와 같아
서러움이 잠재되어 있다.
이시바(石破) 상이 새 총리가 됐다고 해서
우익들이 활동을 멈추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베총리 때처럼 거리를 활보하며
헤이트스피치를 끝임없이 뱉어내며
한국과 한국인 짓밟는 걸
당연시하진 않을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게
정답이기에 그때가 오면 난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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