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해서 한국
갈 때마다 그녀와 칼국수, 수제비 맛집을
찾아다녔어. 그 외 식사는 그녀가 좋아하는
고깃집을 다녔는데 뭘 먹어도 그녀는
정말 맛있다고 잘 먹었어.
같이 롯데월드도 가고 근처 시장에서
그릇 밖으로 나온 큰 뼈가 들어있는
왕갈비탕을 같이 뜯어먹었던 기억도 나,,
그녀는 늘 날 먼저 챙겼었어.
공항에 나오지 말라고 해도 꼭 나와서
기다려줬고 아주 작은 거,, 예를 들면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갈 때면 숟가락, 젓가락
항상 먼저 놓아주고 한국말이 서툰 나를 위해
눈치 빠르게 항상 통역도 잘해주고 그랬어.
그리고 늘 손을 잡거나 나한테
바짝 붙어 팔짱을 끼고 거리를 걸었어.
아무리 더워도 꼭 내 손을 잡으려 했고
그래서 난 정말,, 이 여자와 함께라면
한국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은
각오 같은 게 생겼던 것 같아..
작년에 제주도에 갔을 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 근데 지난 2월에 갔을 때
그녀 태도가 완전히 변해서 좀 당황했어..]
[ 어떻게 변했는데요? ]
[ 뭐랄까,,그냥 시간을 떼운다고나 할까.
대면대면하면서,,차갑다기 보다는
그냥 의무적으로 만나는 듯한 느낌..
아무런 애정을 못 느끼겠더라고..
나를 보면 항상 얼굴을 만져보고
딱 달라붙어서 보고 싶었다고 애교를
부렸는데 전혀 딴 사람처럼 거리를 뒀어,
지금껏 만나면서 한 번도 못 본
모습이어서 좀 쇼크였어 ]
[ 분명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나카노 상이
직접 무슨 일 있는 거냐고
물어보시지 그러셨어요? ]
[ 너무 변해버린 태도를 보니까 못
물어보겠더라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짐작이 안 가. 내가 뭘 잘못했는지..
뭐가 서운 했는지 ]
두 달 전, 깨달음이 동창회에서 만난 노총각
나카노 상이 뒤늦게야 깨달음에게
자신이 최근까지 사귄 여자가
한국여자였음을 밝혔고 내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며 만나고 싶다고 했다길래
이른 저녁 시간에 커피숍 만나
두 시간이 넘게 그의 연애사를 들었다.
정확히 1년 반, 한국인 여자와 사귀었고
여느 여인들처럼 쇼핑을 할 때면
갖고 싶다는 가방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그랬단다. 어떻게 만났냐고 물었더니
외국인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사이트인데
이상한 곳이 아닌 정말
건전한? 사이트라고 했다.
깨달음과 동창이니 같은 대학 같은 전공인
나카노 상은 건축학과 교수답게 그녀가
실내디자인과 나왔다는 말에
호감이 많이 갔었단다.
[ 저에게 어떤 걸 묻고 싶으셨어요? ]
[ 그녀가 왜 변했는지.. 한국인의 정서를
내가 몰라서 이렇게 된 건지 시간이
지나도 납득이 안 돼서.. 혹 나도 모르게
그녀를 불쾌하게 한 게 있었는가,,.
난 정말 그녀가 오케이만 하면 한국에서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
맹세코 자기는 정치나 역사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고 언젠가 같이 티브이를 보다가
광복절에 관한 뉴스가 나왔을 때 자기가
일본이 잘못한 게 많다는 말은 했었단다.
한국인의 정서를 건드렸다면 뭘까,,
굳이 꼽아보면 꽤 많겠지만 너무 막연하다는
생각에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확실히 헤어지자는 말이 오갔어요? ]
[ 아니.그런 말은 안 하고 어색한 분위기로
헤어졌는데..]
[ 일본으로 돌아와서 연락했어요? ]
[ 응, 라인으로 평소 때처럼,,
답장도 오고 그랬는데.. 답장은
예전처럼 따뜻함이 느껴졌어..]
[ ........................ ]
[ 다시 사귀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 거죠? ]
[ 응,, 솔직히 말하면.. ]
두 사람의 연애사에 내가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지 아주 난감했다.
만나라고 하는 것도 우습고,,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할 수도 없어 머릿속을 정리했다.
[ 둘이 사이좋을 때 그녀가 삿포로에
가 보고 싶다고 했으니까 삿포로에서
만나자고 해볼까? ]
[ ............................. ]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50% 이상이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한국을 가든,
아니면 일본으로 초대를 해서
만나보고 그때도 냉랭하면
그냥 접으시라고 했다.
그만 두라는 내 말이 서운했는지 나카노 상은
자기가 잊지 못한 이유를 나열했다.
일본 여성에게는 없는 섬세한 배려가
좋았고, 늘 자신을 먼저 챙겨주는 유교적인
예의도 좋았고, 겨울엔 차가운 자기 손을
잡고 호호 불어주던 착한 여자였고
여름이면 땀 많은 자기를 위해 부채질을
몇 시간이고 해줬으며
가방 속에 항상 홍삼스틱을
넣고 다니면서 건강 챙기라고
건네주는 것도 좋았다고 그래서도
그 한국인 여성을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나카노 상.
모든 한국여성이 그녀처럼 그러지는
않는다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상대 여성분이 한국인이고 50대 초반이며
돌싱녀라는 것밖에 모르는 나는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나카노 상에게
마지막일 될 수 있는 사랑이 잘 이어지길
마음으로나마 응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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