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오후에 접어들어서야 잠시 멈췄다.
깨달음과 서둘러 자전거를 타고 슈퍼로 향했다.
그래도 추석인데 뭔가 준비해야하지 않겠냐고 아침을 먹으며 애길 나눴었다.
메모해 두었던 것들을 구입, 집으로 돌아오자 깨달음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한다.
요리에 필요한 마늘을 까주겠다면서 신문을 깔고 바로 시작한다.
손에서 냄새난다고 싫어했던 일인데 오늘은 왜 해주냐고 물었더니
[추석]이니까 해야할 것 같아서란다.
난 어차피 음식을 거의 못 먹으니까 아주 소량만 만들기로 했다가
그래도 명절이니 후배에게 연락을 해봤더니 오늘도 회사 출근했다고
잠깐 들릴 수 있으면 들리겠다고 한다.
엄마가 보내주신 호박으로 나물을 만들고, 명태전, 동그랑땡, 야채조림,
잡채, 불고기전골, 미역국을 만들었다.
생각보다 빨리 온 후배와 쥬스로 건배를 하고 3명이서 조촐한 식사를 했다.
후배와 새집 찾기의 현황, 큐레이터, 광주음식 등등에 관한 얘기를 나눠가며
식사를 마치고 후배는 또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난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쪄 놓은 밤을 까먹던 깨달음이 내년부터는
되도록이면 명절 때 한국에 가도록 하자며 왠지 쓸쓸하단다.
친인척도 오가고 조금 북적거리는 명절 특유에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국 갔으면 지금쯤 태현이(초딩 조카)랑 자긴 재밌는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라고,,,,
그래도 난 이렇게나마 어설픈 추석 분위기를 낼 수 있어서 대만족이라고 그랬더니
느닷없이 홍어가 먹고 싶단다.
[ ......................... ]
명절 때 홍어 먹는다는 걸(전라도 뿐이겠지만) 잘도 기억하고 있는 깨달음이 참 신기하기만 하다.
오늘이 14년째,,, 해외에서 맞는 추석이지만 엄마를 느낄 수 있었고
고향을 떠올릴 수 있어 내겐 좋은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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