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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한국에서 온 소포로 추석을 준비하다

by 일본의 케이 2014.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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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앞 둔 오늘, 한국에서 소포가 도착했다.

엄마가 보내신 소포였다.

 

소포를 열자, 엄마집 냄새가 난다.

 

묵은 김치, 무우 장아찌, 포도즙, 애호박, 둥근호박, 깨죽가루가 들어있다.

내가 먹고 싶다고 했던 것들, 이곳에서 좀처럼 찾기 힘들 것들을 위주로 보내셨다.

 

퇴근하고 돌아 온 깨달음이

한국에서 그것도 전라도 광주에서 온 호박이라고

귀한 것이니 아껴서 먹자며 한국어 메모지를 꺼내더니 엄마한테 바로 전화를 한다. 

[ 오머니, 식사 하셨어요? 포도 쥬스 감사합니다 ]

[ 아이고,,, 이번에 급하게 보내느라고 짜잔한 것만 보내서 미안하네,,, ]

[ 오머니, 추석에 못 가서 죄송해요]

[ 아니여~~바쁜 사람이 맨날 오것는가, 글고 깨서방이 고생하네,,,

케이가 아프다고 자네한테 신경도 못 쓰고 그럴 것인디,,, 내가 미안하네...]

[ 오머니, 다음에 놀러 갈게요, 감기 조심하세요~ ]

 

전화를 바꾸자, 엄마 목소리에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 아프면 너도 힘들고, 가까이 있는 사람도 힘들어야~

깨서방이 말은 안해도 많이 힘들 것이다,  긍께 얼른 기운 차리고 

치료 끝나면 깨서방이랑 둘이서 몸보신하러 한국에 잠깐 들어왔다 가라~잉]

알았다고 10월에 한 번 가겠다고 추석 잘 보내시라고 인사를 드렸다.

전화를 끊고 나자 깨달음이 아무말 없이 내 등을 쓰다듬어 준다.

멀뚱하게 쳐다 봤더니, 추석인데 한국에 못 가고 이렇게 있는 내가 짠하단다.

[ ....................... ]

 10월에 엄마가 오라고 그러셨다고 그랬더니 벌떡 일어나서 얼른 자기 스케쥴표를 꺼내더니

 언제 갈꺼냐고? 몇 박 할꺼냐고? 이번엔 온천 가는 거냐고? 질문이 쏟아진다.

[ ....................... ]

아무튼, 엄마가 보내주신 음식들로 힘을 내서 추석을 준비해보자고 그랬더니

추석이니까 잡채랑 호박 넣은 갈치조림도 해달란다.

천진한 건지, 속이 없는 건지 알 수 없는 깨달음,,,

냉장고 앞에서 엄마가 보내주신 호박을 자꾸만 만져보고 또 만져보는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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