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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일본인들도 불편해하는 일본인

by 일본의 케이 2014.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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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행 기차를 타기위해 기다리는 플랫폼....

동경하고는 사뭇 다른 모양의 기차들이 오가고,,사람들도 왠지 낯설었다.

바람도 더 차갑게 느껴지는 건 기분탓일까,,,

기차에 올라서자마자 아이들 목소리가 들려왔고

목소리가 큰 걸 보니, 잠자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 좌석 오른쪽 앞자리에 초등학교 1학년정도의 남자아이가

 테이블에 다리를 걸친채 과자를 먹고 있었다.

그렇게 10분정도 지났을까,,,,

과자를 다 먹은 듯, 바로 앞에 앉아 있는 형에게 다른 과자가 있는지 물어보고 

어제는 뭘 먹었는지, 얼마를 썼는지,,그런 얘기들이 큰 소리로 오가는 중인데

옆에 앉은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다리를 올린 채 코를 골고 자고 있었다.

난 이어폰을 안 챙겨온 걸 엄청 후회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5분쯤이 지나자 형과 다툼이 시작되었다.

 넌 어제 먹었으니 더 이상 먹어선 안된다.

어제 난 먹지 않았다. 그러니 나도 먹어야 한다.

내 것을 몰래 훔쳐 먹었으니 넌 도둑놈이다, 왜 먹었냐? 넌 도둑놈이다. 

 

급기야는 동생쪽으로 몸을 돌린 형이

자기가 먹을려고 놔 두 과자를 동생이 먹었다고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는 아빠를 큰 소리로 부르자

 아빠라는 사람은 둘이 싸워서 이긴 사람이

먹을 수 있게 하겠다며 한 번 붙어 봐라, 누가 이기는 가 보자,,

이런 얘기들을 아주 큰 목소리로 마치 자기집 안방에서나 하는 소리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런 개념없이 계속되었다.  

주위 사람들이 몇 번인가 불편한 시선으로 쳐다 봤지만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였다.

 

동생을 향해 도둑놈이다,내 것을 훔쳐 먹었다, 빨리 뺕어 내라, 당장 토해내라면서

보조 테이블을 넣다가 뺐다가, 올렸다 내렸다,,,,,

 정서적으로 불쾌한 잡소리들이 들려오는데 내 인내력도 한계에 도달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승무원을 찾기 위해 뒷 차량으로 건너가 말씀을 드렸더니

 승무원이 그 가족들 쪽으로 가서 다른 분들에게 민폐니까 조용히 해달라고 하자

 승무원을 잠시 노려 보는듯 했다. 

그것에 놀란 듯 승무원이 빠른 발걸음으로 다른 칸으로 옮겨가고

난 뒤에서 계속해서 그들이 조용해 지길 기다렸다. 

하지만,,,그 가족들은 아무런 변화없이 떠들기를 15분,,,,

 승무원이 또 오시길래 다시 부탁을 드렸다. 다시 한 번 말씀을 하셔야 할 것 같다고,,,

승무원이 두 번째 가서 조금만 더 조용히 해주시라고 하자

아빠되시는 분이 아이들을 향해

[ 야~조용히 해라 하신다, 조용히해라 ]라고 말을 했다. 

 

그렇게 잠시 조용한 시간이 10분정도 흘렀고

아이들이 조금 조용해지자 이번엔 앞에 앉아 있던 아빠가 아이들 좌석으로 오더니

끝말 잇기를 하자고 제의를 했다.

[ .........................]

 

아빠를 보니, 일본인들이 불편해 하는 스타일에 아저씨였다.

아니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꺼려하는

깡패도 아닌, 조직도 아닌, 양아치라 하긴 늙은 시골 불량 아저씨....

 문신도 아닌, 낙서도 아닌 그림들을 팔뚝에 몇 개 장식처럼 그려놓은 아저씨,,,,,

이 가족들은 말 그대로 무대포 가족이였다.

전형적인 무개념에 상식과는 거리가 아주 먼,,,,,

깨달음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시골이여서 아직도 그런 부류에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그냥 참으라고 괜히 건들면 피곤해지니까 그냥 무시하라고

대화가 되는 사람이 아니면 대화를 나눌 것도 섞을 것도 없으니 그냥 참으라고 답장이 왔었다.

 

그 뒤로 승무원은 우리 칸에 오질 않았고,,, 그렇게 그 가족들의 끝말잇기 게임을 들으며

 1시간 20분간, 본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그 가족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였다

일본 생활 14년간, 조금씩 변해가는 일본의 모습들을 볼 때마다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오늘은 이런 유형의 가족들이 아직까지 일본땅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충격이였다.

저런 부류의 사람들은 일본인 뿐만 아니라

세상 어딜 가나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소속도 분명치 않으면서 억지스러운 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막가파들,,,  

플랫폼을 빠져나오며 그 아빠와 자다 깬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난 또 내 이론의 정답을 확인했다.

부부도 끼리끼리 만나고,,,,, 그 부모에 그 자식들이 나오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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