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라고 반가워하시며 따끈한 차 한잔을 내어 주신다.
메밀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차를 한모금 했더니 마음이 편해진다.
이 향이 릴렉스 효과가 있는건가,,,,,
내가 모르고 있는 어느 성분이 날 차분하게 만들어 주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흘러 나오는 한국노래,,,처음 듣는 노래지만
따끈한 차 한 잔과 음악,,, 그리고 약간 건조한 듯한 이 미용실 안이
왠지 모르게 편안함 속으로 날 이끌어 준다.
머릴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으시며 원장님이 다가 오셨다.
흐트러진 머리칼을 만져보시더니 흠짓 손놀림이 조심스러워진다.
[ 속에서 머리카락이 막 자라고 있다,,,,참 신기하네..]라고 하시면서
거울 속에 비친 나에게 눈으로 말씀하신다. 뭔 일 있었냐고....
[ ......................... ]
치료하느라 독한 약을 먹었더니 이렇게 됐다고 아무렇지 않게 얘길 했더니
고개를 끄덕 끄덕거리시며 [ 아,,,, 그랬구나,,,,] 하신다.
내 머리가 자라는 형태가 암으로 투병중인 자기 이모님하고 똑같다고
선뜻 물어 보질 못하셨단다.
괜찮다고 암은 아니라고, 그리고 지금은 다 나았다고 말씀 드렸더니
다행이라면서 이모분의 투병생활 얘기를 해주셨다.
아픈 사람도 힘들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도 보통일이 아니였다고,,
지금은 많이 좋아지셔서 음식도 잘 드신다고,,,
뭐니뭐니 건강이 최고라고 거듭 강조하시며 인생 한 번뿐이라고 뭐든지 잘 먹고,
뭐든지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아야한다고 푸념처럼 말씀하셨다.
머릿숱이 적어서,,,,좀 볼륨있게 하고 싶은데 그게 될련지 모르겠다고 물었더니
머리결이 너무 약해있고 지금 머리가 자라기 시작해해서,,파마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볼륨을 좀 있게 하려면 아주 약한, 한 듯 안 한듯
살짝 웨이브만 만들어 주는 걸로 하면 좋겠다고 권하셨다.
[네...그렇게 해 주세요]
머리가 자라기 시작하고 있다.
근 1년만에 미용실에 온 것 같다.
이번달에는 모자를 벗고 오라는 주치의의 명령도 있고 해서
숱이 빠진 머리를 어떻게 해야만했다. 그래서 큰 맘먹고 온 것이다.
(구글에서 퍼 온 이미지 )
그렇게 파마를 끝내고 집에 갔더니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이 이리보고 저리보더니만
한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귀여운 아줌마같단다.
머리가 막 자라기 시작해서 지금으로선 이 스타일이 최선이라고
욕인지 칭찬인지 모르겠다고 흘겨봤더니 젊고 생기 있게 보인다는 칭찬이란다.
[ ......................... ]
뒤로 가서도 만져보고, 앞에서도 만져보고 그러더니 볼륨있어 보여 좋긴 좋다면서
이대로 자르지말고 한 2년정도 한 번 길러 보란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냐고 물었더니 긴 머리를 보고 싶단다.
결혼 전에는 어깨 정도의 길이였는데 2년전부터
계속 숏캇트로 잘라버리지 않았냐고 여자는 약간 머리가 길어야 예쁘단다.
근데 긴 생머리를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어깨정도 길러서 살짝 웨이브가 들어가게 하면 발랄하고 여성스럽게 보인단다.
그러면서 모든 세상 남자들이 긴 머리 여자를 좋아하지 않냐고
그건 자연의 섭리 같은 건데 몰랐냐고 나한테 되묻는다.
[ ......................... ]
(아메바 뉴스에서 퍼 옴)
이제까지 아무말 없다고 왜 이제와서 그런말을 하냐고 물었더니
지금도 귀여운데 머리를 기르면 더 예쁘게 보일 것 같아서
자기 희망사항을 얘기한 것 뿐이란다.
그렇게 1시간 쯤 지났을 무럽 깨달음이 타블렛을 가져와 나에게 기사를 보여줬다.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 헤어스타일 랭킹 조사 결과,,,
일본 남자들 역시도 좋아하는 여성 머리스타일로 1위가 롱 헤어였다.
2위는 숏컷트, 3위는 세미 롱헤어, 4위 어깨 단발, 5위 귀밑 컷트였다.
마치 증거를 제시한 듯, 한국이든 일본이든 남자들은
발랄함, 청순함, 그리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많이 좋아한다고
그리고 긴 생머리나 약간 웨이브가 들어가면
부드러운 이미지를 풍겨서 더 좋아한단다.
[ ........................ ]
긴 생머리는 30대까지가 예쁘고 40대들은 짧은 단발머리가 예쁘다고
한 번 길러 보라고 다시 얘길 한다.
전혀 그런 면에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이 남자, 내가 화장을 할 때도
립스틱은 반투명한 걸 바르는 게 귀엽다고 말 한 적이 있었다.
깨달음이 이런 쪽으론 별로 관심없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엄청 관심많은 남자였음을 오늘 처음 알았다.
또 옆에서 한마디 한다.
여자들이 머리를 묶기 위해 고무줄을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고.....
남자들은 여자의 머리에 무슨 환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뭔가 여성스러움이 풍겨서 좋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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