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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재혼,,그래서 더 어렵다

by 일본의 케이 2019. 11. 29.

왠만해서는 한여름에도 차가운 음료를

주문하지 않는 내가 오늘은 얼음이 둥둥 떠있는

것으로 목을 축였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싶다는 생각에 한모금

마셨더니 역시 괜한 짓을 했단 후회가 컸다. 

걱정 반, 불안 반으로 그녀를 만났고

평정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처럼 

이성적으로 얘길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적당히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로 주문을 하고 우린

그냥 그간 잘 지냈는지 서로의 생활을 물었다.

일 때문에  온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녀가 스스로 얘길 풀어내길 기다렸다. 

[ 미안해요..갑자기,,]

[ 아니에요,, 마침 시간이 나서 괜찮아요]


할말이 많았을텐데 그녀는 술 잔만 만지작거리고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 깨달음님은 잘 계셔요? ]

[ 네 ]

그 다음 그녀가 한 얘기는 자신이 시작한 작은

공방이 요즘 순조롭지 않다고 했고

업종을 바꿔볼 생각이라며 내게

먹는 장사에 대해 물었지만 나역시 경험이

 없어서 도움이 되는 얘긴 해줄 수없었다. 


[ 나,,남편이랑 이혼할까 생각중이에요 ]

난 천리안을 갖진 않았지만 그녀가

 내게 라인(카톡과 같음) 해왔을 때부터

그 얘길 할 거라는 짐작 했었고

역시나 내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다.

그녀가 날 찾을 때마다 항상 같은 고민을 

했던 것이기에 난 그녀에게 오늘만큼은

어떤식으로 위로를 해줘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 딸을 일본에 데리고 오고 싶어서요 ]

[ 여기서 공부시킬거에요? ]

[ 그러고 싶어서요 ] 

일본인 남편과 재혼을 한지 5년째인 그녀는

요즘 전남편 사이에서 낳은 딸을 데리고 오고 싶어

현남편과 상담을 했는데 트러블이 생겼고

어제는 아주 크게 부부싸움을 했다고 한다.


그녀 부부는 돌싱커플이였다.

어떻게 만났는지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일관계로 알게 되어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고

재혼당시 서로 상대의 자녀에 관해서는 

관여치 말자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녀들은 각자 전처와 전남편이

키우고 있어서 재혼을 하는데도 별 불편함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런데 딸이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면서 엄마에게 오고 싶어하자 의논을 했는데

 지금의 남편이 너무 냉정하게

딱 잘라 말을 할 줄 몰랐다며 

많이 서운했다고 한다.


그녀의 얘길 들으면서도 난 그녀의 편에 서서 

들어지지 않고 자꾸만 이성적인 말이 나왔다.

재혼을 할 당시, 둘이서 했던 약속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보라고

혹 딸을 데리고 온다면 조건 같은 게

분명 필요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 그래서 지금 알바하고 있고 경제적인 부분은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했어요,

학비, 생활비도 내가 더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데도 거부반응을 보이니까 화가 나서,..]

남편 입장에서는 썩 마음이 편한 제안이 

아니였을 것이라는 건 그녀 역시 알고 있지만,

한편으론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반응을 보여서

 속이 상했다고 한다.


[ 00씨, 입장 바꿔 생각해 봐,,남편이 자기 

아들 데리고 온다면 00씨는 좋겠어요?

모든 것 다 책임질거니까 같이 살자고

하면 00씨는 흔쾌히 오케이 하겠냐고? ]

[ 그래서,,,그냥 이혼하고 딸이랑 둘이 

살까 생각했어요..]

[ 이혼까지 얘기했어요? ]

[ 오늘 아침에..]

[ 남편이 뭐래요? ]

[ 아무 대답없이 나갔어요 ]

그동안 남편과 있었던 크고 작은 트러블,

그리고 일본문화 적응에서 오는 갈등 등

힘들었던 얘기를 털어 놓았다. 


[ 일어공부는 계속 하고 있어요? ]

[ 안 해요,,]

[ ......................... ]

이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일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렇게 말을 했건만 그녀의 

변화 된 모습은 없었다.

다시한번 일본어가 왜 필수여야하는지

하고 싶은 말이 차고 넘쳤지만 꾹 참고

더 늦기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가게를 나와 역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나는 그녀에게 명쾌한 답이나 적당한 조언을

 해 줄 수 없었다.

2년전부터 이혼이라는 단어를 자주 꺼낼 때부터

불안했던 것도 있었고 그녀의 일본어가

전혀 늘지 않는 것도 나에겐 걱정이였다.

국제결혼은 생각보다 참 힘들다.

특히,돌싱분들은 자녀문제가 발생하면

두배, 세배로 결혼생활을 부담스럽게 만든다.

이혼이 죄가 아닌 요즘 세상이다. 더더욱

일본은 결혼을 두번, 세번 하는게 그리 흉으로

생각치 않은 문화이다, 하지만 결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는 역지사지 마음을 갖지

않으면 서로에게 아픔만 남길 것이다.

자녀문제는 참 민감한 부분이여서

서로가 절대적인 이해가 있어야만 하는데

내 자식만 귀하게 보이니 해결책이 없다.

재혼커플만이 안고 있는 고민과 갈등이 있겠지만

두번째인만큼 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치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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