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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젊게 늙어야 하는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17.02.20

바렌타인 데이가 언제 지나간지 모르게 지나갔다.

매장에 초콜렛이 눈에 들어왔을 때는

곧 바렌타인이 온다는 생각은 했는데

어느 순간 잊어버렸다.

아침에, 문뜩 생각나서 바렌타인데이

그냥 지나쳐 미안하다고 했더니

은근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실눈을 뜨고는 왜 잊었냐고 묻는다.

[ 초콜렛 필요 없잖아,,,

그 대신 당신 필요한 거 있음 말해,,사줄게]

[ 진짜 사 줄거지?]

[ 응 ]

그렇게 저녁이 되서 깨달음이 좋아하는 

게요리 전문점을 찾았다.

코스요리로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자 서로 

아무말 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코스 요리가 반 정도 나왔을 때쯤 깨달음이 입을 연다

[ 왜 잊었어? ]

[ 그냥, 바쁘다보니까 넘어가 버린거야,

나는 다음주 혼인신고날이 더 뜻깊은 것 같아서

그 때 겸사겸사 할까라는 생각도 있었어..

그래서 그냥 넘어갔어,,실은,,]

[ 당신도 이제 늙었나 보다..]

[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

[ 옛날에는 무슨 날, 꼭 챙기고 챙겨 줬잖아]

[ 응,맞아,늙은 것도 있고 그냥 귀찮아졌어]

[ 갱년기여서 그래 ? ]

[ 음,,꼭 갱년기여서라기보다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당신은 안 귀찮아? ]

[ 응,,나는 아직까지 그런 생각 안 들어]

[ 당신이 정신적으로 훨씬 나보다 

젊고 건강한 것 같애..]

[ 조용히 살고 싶다는 건 무슨 뜻이야?] 


[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간다는 게

 점점 조심스러워져, 조금 무뎌지고, 

조금 너그러워지고 조금 더 기다릴 줄 아는 

어른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에

내 말과 행동들이 과연 어떨까 되돌아보는

 시간이 늘어가고,,좀 차분해지고 싶어,,]

속이 차여져가는 벼이삭처럼 점점 고개를 

수그리며 살아가는 방법도 터득해야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하며, 경험하면서 부족한

나를 채워가는 그런 조용하면서도 안정된 

시간들을 만들고 싶어..]

[ 당신 너무 할머니 같은 소리 한다..

지금도 충분히 차분해~~]

[ ........................... ]

[ 아무리 그래도 할머니는 너무 한 거 아니야? ]

[ 미안,,]


또 그렇게 침묵이 흐르다 내가 물었다.

[ 당신은 올 해 자신과 무슨 약속을 했어?]

[ 아무것도 안 했는데? ]

[ 난 당신이 말을 좀 줄였으면 좋겠어]

[ 왜? 아줌마 같아서? ]

[ 아니,,말이 많으면 실수가 잦아져..

특히, 남자는 말을 아껴야 해 ]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깨달음은 물수건으로

자기 입을 막는 시늉을 냈다.


[ 단 하루를 살아도 백년을 산 것처럼 사는 이가 

있는 반면 100년을 살았어도 단 하루도 산 것처럼

못 살고 떠난 이가 있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세상에 대해 점점 

투명해지고, 내 몸과 마음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인 것 같아..]

[ 나이 먹는다는 소리 그만해~

난 아직 젊게 살고 싶어..]

듣기 싫었는지 그만하라고 다그쳤다.


마지막 디저트를 먹으며 다시 깨달음이 입을 연다.

[ 나이에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한다고 나도 생각해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

진정한 어른이 되고, 성숙한 노인으로 

늙어간다는 게..근데,,나는 어린아이처럼 

밝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어.

나이 들어도 귀여운 노인이라고 할까..

속 없는 노인이 아닌 모두와도 잘 어울리며

어디에서나 감초같은 역할을 하는 노인...

그렇게 나이를 먹고 싶어..]

[ 내가 봐도 당신은 분명 60이 되고

70이 되어도 사람들과 잘 어울릴 것 같애 ]

[ 그게 재밌지 않아? ]

[ 맞아,근데 잘못하면 주책없어 보일 수도 있어]

[ 아, 한국에 가서 노후를 보내야하기 때문에

난 아직도 젊게 젋게 살아야 돼!

한국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았거든, 

한국어 공부해야지, 

여행 가야지, 먹거리 투어 해야지,

 친구도 사귀어야지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서 

난 아마 늙을 시간이 없을 거야~]

[ ........................ ]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국의 옛 선비들이 지혜로운 삶을 가꾸기 위해

 7가지 생활 강령이 있었다고 알려줬다.

하루에 감사하는 말을 세 번 하기.

홧김에 나오는 말을 세 번 참기.

칭찬하는 말을 세 번 하기.

잘못했다는 말을 세 번 하기.

세 번만 꾸짓지 않기.

세 번만 탓하지 않기.

세 번만 헐뜯지 않기라고,,,

듣고 있던 깨달음이 반문한다.

[ 내 생각엔 잘 먹고  잘 놀고, 잘 싸고, 잘 자고

또 중요한 것은 웃기면 웃고, 슬프면 울고,,

감정이 흐르는대로 맡기며, 절대로 스트레스를 

만들지 말고, 화가 나는 일은 바로 풀 수 있는

 마음자세로 사는 게 젊게 늙어가는 거라 생각해.

너무 많이 참고, 무리해서 칭찬하고,

억지로 감사하다고 해서 멋지게 늙은 게 아니야

그냥 단순하게 사는 게 제일 좋은 거야 ,

그리고 난 한국에서 젊은 언니, 오빠들이랑

놀아야하니까 늙으면 안 돼 ]

[ ........................ ]

그래,,잘 먹고, 잘 놀고, 잘 싸고,,잘 자고,,

그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있겠는가..

특히, 한국에서 제 2의 인생을 펼치려면,,,

깨달음은 자신의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좀 더 젊게, 좀 더 즐겁게 살려고 나름의 단순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실은 보기 좋다. 

하지만 가끔 너무 철부지 같을 때가 있어 조금

걱정스러울 뿐이다. 

전철에서 내려 깨달음이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삐쭉거리며 웃는다.

오늘도 끝까지 까불까불 거리며

젊게 늙어가는 깨달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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