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메,몇 년을 신었다냐,요놈을 어찌게 고칠까,
징하게 많이도 닳아졌네..
그냥 하나 사 주쇼!!
근디, 이 두컬레 속은 다 멀쩡하네..
그래도,,너무 오래 신은 거 아니여?
아무리 메이커라해도...]
[ 지금은 새 것 신고 있는데 이번에 한국에
온 김에 고치려고 가져왔어요 ]
[ 일본은 비싸요? ]
[ 네...좀,,,]
수선집 아저씨가 한숨을 또 쉰다.
[ 덧붙히기 힘드시겠어요? ]
[ 아니, 하기는 한디, 밑창을
두개 이상 붙혀야것어,
그믄, 돈이 많이 든께 걱정되지...]
[ 괜찮아요,,그냥 해주세요..]
[ 근디, 어째 사진을 찍으요? ]
[ 아니,,제가 블로그에 올리려고,,
얼굴은 안 찍을게요 ]
[ 그믄, 얼마나 많이 닳아졌는지
요 밑창 높이를 찍으쇼~
그래야 고쳤을 때랑 비교를 한께 ]
[ 네,,,]
[ 남편분이 영업직 하요? ]
[ 아니요,근데 하루에 만보정도 걸어다녀서,,]
[ 오메, 이 신발로 돈 벌라고 만보를 걸어부러?
아따,,,대단하신 분이네...]
[ 지금은 새 신발 신고 다니는데
이 신발들이 편하고 애착이 가는지
못 버리겠다고 해서..가져왔어요..]
[ 여기 좀 보쇼, 이렇게 닳아졌잖아요,
봐 봐, 여기 공간이 이렇게 많이 뜬 것 좀 보쇼,
이런 구두 오래 신으면 허리가 아프요~
남편분, 허리 아프단 소리 안 했소? ]
옆에서 잠자코 들도 있던 깨달음이
그래서 자기 허리가 아픈 거였다고
원인을 알았다며 좋아했다.
이번에 한국에 갈 때 깨달음 신발을 가져갔었다.
밑창이 너무 닳아서 덧붙히기 위함이였다.
일본에도 물론 구두 수선, 수리하는 곳이 있지만
기본료부터 비쌀 뿐더러
깨달음 신발 같은 경우에는 견적을 빼야했다.
두 컬레 견적을 뽑았더니 11,000엔
(한화 약 11만원) 이였다.
일단 수리를 맡기면 기본료 2,500엔에
밑창의 두께와 재질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수수료까지 들어서이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 언제쯤 오면 돼요? ]
[ 내일 오후에 오쇼, 3시쯤이나,,]
[ 네,,잘 부탁드릴게요]
가게문을 닫고 나오자 깨달음이 묻는다.
[ 얼마래?]
[ 몰라, 안 물어봤어,]
[ 물어봐야 되지 않아? 십만원이면 어떡해?]
[무슨 십만원이야,,5만원도 안 될 거야,
엄마가 그랬어..걱정하지마,,]
[ 두개를 맞춰서 붙혀야한다고 했으니까
비쌀 것 같은데,수공비를 많이 줘야하지 않을까? ]
[ 아니야, 괜찮아,,]
왠지 모를 자신감으로 얘기할 수 있었던 건
작년에 내 구두를 맡겼을 때, 만원이였기에
난 걱정되지 않았다.
[ 자, 보쇼, 이렇게 만들었소,
두 개를 높이에 맞춰 깍느라고 고생했소,
색깔 맞추니라고도 시간이 좀 걸리고,,,
처음에 신으믄, 조금 어색할 것인디
바로 발에 착착 붙을 것인게,,,
글고, 이놈은 밑창도 내가 하나 깔았소,
밑창도 많이 닳아서 빵구가 날 것 같았서,,]
[ 네, 감사합니다, 너무 잘 고쳐주셨네요
근데 얼마에요? ]
[ 음, 2만7천원은 줘야헌디, 2만5천원만 주쇼
뒷굽도 두개씩 대고 밑창도 새로 붙히니라고
고생하긴 했는디,,이렇게 신발을
오래토록 신으신 거 본께 성실하실 것 같아서
내가 깍아주요... ]
깨달음이 내가 돈을 내는 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 지면서 진짜? 진짜? 냐고
입을 뻥긋거렸다.
[ 진짜야~, 2천원도 깍아 주셨어]
[ 이만 오천원? 두컬레나 고쳤는데? ]
[ 응, 내가 쌀 거라 했잖아. ]
직접 보고도 믿겨지지 않았는지 말을 못 잇던
깨달음이 너무 싸게 받은 거 아니냐면서
수고비, 아니 팁을 좀 드리야하지 않겠냐고
깍지 말고 그대로 드리라고 내 옆구리를
찔러서 아저씨에게 다시 2천원을 돌려드렸다.
드디어 오늘 아침, 새로 고친 신발을 신기 위해
현관에 두 컬레를 나란히 내놓고는
한 쪽씩 신었다가 벗었다가,,
뒤집어 보고, 눌러보기를 수차례..,,
[ 그렇게 싸게 받아서 남는 게 있었을까?
이거 붙히고 깍고 그러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했을 건데..수공비가 너무 싸,,,
한국 사람들이 정말 손재주가 있어..
장인들이 돈을 많이 벌어야할텐데..
아저씨가 광 나게 반짝 반짝 닦아 주셨잖아,
난 그것도 감동이였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싸,
죄송한 마음이 들정도로,,
그러니까 그렇게 수작업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는 수리비를 깍거나 그러지 마 ]
[ 나,,깍아 달라고 안 했어~]
[ 세탁소에서는 깍아 달라고 했잖아~]
[ .......................... ]
[ 어때? 편해? ]
[ 응, 완전 새 것같이 좋아,다음에 한국 갈 때
저 렌드로바하고 장화도 가서 고쳐오자~]
[ 알았어~]
마치 새 신발을 신은양 팔짝 뛰기도 하고
앞 뒤로 밀어보더니 출근을 한다.
우린 이렇게 한국에 가면
구두 수리센터와 세탁소에 꼭 간다.
옷을 수선하는 것도 한국이
훨씬 맵시가 있고, 구두 역시도
아주 정교하고 정성이 느껴져서이다.
다음에 가면 깨달음 말처럼
감사의 서비스료를 좀 드려야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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