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이야기

조금만 더 무뎌지자, 그래야 산다

by 일본의 케이 2023. 2. 27.
728x90
728x170

1년 4개월 만에 입술 헤르페스가 생겼다.

대상포진이 생겼던  2021년, 그 해 겨울을

끝으로 잠잠하더니 다시 나타났다.

10명 중 3,4명이 가지고 있다는 재발성

구순포진은 흔한 질환이긴 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되면

평생 그 사람의 몸속에 존재했다가

스트레스나 피곤함, 특히 면역력이 떨이지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돼서 입술에 물집이 생긴다.

스트레스와 영양섭취의 불균형에서

오는 거라는 걸 알기에 잘 챙겨 먹고

신경을 쓴 덕분에 1년을 넘게  잘 넘어갔는데 

몸이 다시 신호를 보내왔다.

 물집이 생기고 일주일이 지나자 물집에

딱지가 생겨 거의 나아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혓바늘이 돋기 시작했다.

728x90

그래서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는 먼저

입술 상태를 확인하고는 거의 다 나았는데

오늘은 왜 왔냐고 물었다.

[ 혓 끝이랑  볼 안쪽에 이런 게 생겨서.. ]

[ 구내염이네요..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입술 헤르페스처럼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으면 구내염도 생깁니다 ]

스트레스, 면역력 저하, 수면부족이

대표적인 원인인데 이번에도

스트레스인 것 같냐고 물었다.

요즘에 잠을 설쳐서 수면 부족인 것 같다고

했더니  갱년기는 호르몬 균형이 깨져서

숙면을 취하기 힘들 거라며 복용하고 있는

보조식품이나 영양제가 

있냐길래 지금 복용 중인 것들을

말했더니 복용제 이름과 제약회사명까지

차트에 빠짐없이 적으셨다.

[ 이 정도면 잘 챙겨드시는 건데.. 영양제도

골고루 드시고 있는데 왜 계속해서

구강염이 생겼을까..]

약간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하고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당신은 그 원인을 잘 알고 있죠?라고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의사는 면역을 높이는 데는 잘 먹으면 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줄 수 있지만 스트레스는 본인이

컨트롤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니

내 주변에 스트레스라 생각되는 것들과

거리를 두라고 했다.

잘 먹고, 잘 자겠다고 약속처럼

다짐을 하고 진료실을 나오는데

혓바늘이 따끔거렸다.

특별히 처방전은 없고 바르는 연고를

하나 받아들고 병원을 나오면서 의사가

권한 보조식품을 검색해 바로 주문을 했다.

대두에서 추출한 이소플라본은

여성 호르몬과 매우 유사한

작용을 하는 식물 에스트로겐이니까

갱년기 장애를 도움이 될 거라 했다.

이런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을 먹은 덕분에

1년이 넘도록 별 탈없이 지낸 것 같은데

면역력이 다시 한계를 느낀 건지

내가 모르는 스트레스가 날 애워싸고 있어

몸이 거부반응을 보이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아쿠아센터에

들러 귀여운 새 식구를 5마리 구입하고

집으로 곧장 가려다 커피숍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응형

따끈한 코코아에 크리미한 치즈 케익을

한 입 먹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요즘 정신적으로 피곤한 게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내 자리를 대신할 수 있게 업무를

알려주는데도 이래저래 신경이 많이 쓰였고,

사무실을 떠나기 전에 마무리해야할 일들을

처리하느라 에너지를 과하게 쓴 것도 있었다.

그래서 피곤했던 모양이다.

병원을 나서며 깨달음에게 카톡을 보냈는데

아직도 읽지 않고 아무런 대답이 없다.

주말인데도  회사에 나간 깨달음은

참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사무실에 덩그러니 아무도 없이 혼자

일을 해도 즐겁다는 깨달음은 참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인 것 같다. 아니,

늘 긍정적으로 사물을 보고 이해해서인지

고민거리를 길게 잡아끌지 않아서

부러울 때가 있다.

내 몸은 늘 센서가 달린 것처럼

너무 예민해서 바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오작동을 하고 고장을 일으킨다.

 

새벽에 울린 카톡...

건강검진을 하러 찾은 병원엔 크리스마스트리가 외롭게 서 있었다. 좀 더 풍성하고 좀 더 따뜻함이 묻어 나오게 장식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진찰실로 향했다. 옵션으로 신청했던 검사까

keijapan.tistory.com

300x250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스트레스는

과연 무엇일까...

아주 근본적인 것부터 파헤본다면 분명

날 붙잡고 있는 스트레스의 원인은 있을 테다.

그건 누구보다 내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고

나 혼자서 감당할 수도 없어서

당분간은 품고 살아야 한다.

몇 년이 걸릴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에

그 막연함에 스트레스가 가중 되고 있지만

지금은 해결책이 없다.

 

일본스럽다는 우리 부부생활

[ 너는 괜찮아? 너도 걸릴까 걱정이다] [ 아직까진 괜찮아,, ] [ 근데 그 직원은 정말 미친 거 아니냐? ] [ 이제 화도 안 난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친구는 매일 건강을 확인하려는지 전화를 해왔

keijapan.tistory.com

 

가난은 솔직히 많이 불편하다

PCR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 좀처럼 설사를 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지난주부터 복통과 함께 속이 불편하다고 했다. 코로나는 아닐 거라며 검사를 차일피일 미루길래 당장 하라고 쓴소리를

keijapan.tistory.com

조금만 무뎌지자, 그래야 나도 편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편하다.

무뎌진다는 건 둔감해지는 게 아닌

너그러워진다는 뜻도 있으니 

좀 더  너그러워지자,

그래야 내가 살고 모두가 살 수 있으니..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