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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일본인에게 크리스마스날은,,

by 일본의 케이 2023.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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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러 온 깨달음이

헌금함에 서서 지폐를  조심스레 넣었다.

다른 교인들은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봉투에 헌금을 넣는데 자기는 그냥 돈이

보이게 넣으려니 왠지 쑥스러웠다며

봉투를 준비해 올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매주 나를 따라 교회에 참석하는

깨달음은 설교시간에 자주 졸아서

내가 도중에 몇 번 깨우곤 한다.

오늘도 변함없이 설교가 시작되자

꾸벅꾸벅 졸다가 내 눈치를 한번

보고는 참으려고 애를 쓰다가

다시 또 졸았다.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하기 위해

오다이바로 이동하는 길에 캐롤이

울려 퍼지자 깨달음은 콧노래를 부르며

흥얼거렸다. 크리스마스다운 분위기를 어디서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택했다며 내가 뷔폐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예약되는 곳이 이곳밖에 없었다며

음식보다 와인이 괜찮은 게 많으니

술을 마시자고 했다.

 

오늘은 유명 가수의 디너쇼가 있어서인지

호텔 로비에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 메리 크리스마스 ]

[ 메리 크리스마스, 내년에는 일본이

아닌 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으면

좋겠다. 그치? ]

[ 응, 따뜻한 나라로 가면 좋겠다 ]

깨달음이  조금씩 음식을 가져와 맛을 보며

내년은  어디가 좋은지 얘길 나눴다.

그리고 이제 크리스마스 선물이 서로가

필요치 않은 나이가 됐다며 점점

늙어가는 우리의 모습이 짠하니 서로

위로하자며 건배를 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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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목사님이 예수의 탄생에 관한 설교 했잖아 ]

[ 당신 안 졸았어? 졸던데 ]

[ 자다가 듣다가, 자다가 듣다가 했어 ]

[ 근데..당신,,궁금한 게 있는데 매주 나랑

같이 교회 나가잖아, 벌써 3년이 넘은 것 같은데

거의 설교 시간에 졸잖아,,그리고 믿음 같은 게

전혀 안 생긴다고 했지?,,그래서 말인데

그냥 집에서 쉬어도 돼, 꼭 교회 안 나와도 돼 ]

[ 싫어, 그래도 교회 나갈 거야,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졸아, 그리고,, 장담은

못하겠지만 언젠가 불연듯, 성경말씀이

진심으로 믿어지는 날이 오겠지, 

안 오면 어쩔 수 없고,,]

[ 그냥,,집에서 편히 쉬면 좋을텐데.. ]

[ 아니야,,난 교회에 나오는 게 재밌어.

말씀이 재밌는 건 아니지만 당신이랑

같이 기도하고,,같이 움직이는 게 ]

[ .......................... ]

 

결혼을 하고 내가 주일마다 교회를 나가면서도

자기에게 한 번도 같이 가자고,

기독교를 믿으라고, 예수가 어쩌고,

성경이 어쩌고 자신의 종교에 대한 강요를

한마디 하지 않는 내 모습이 좋았단다.

그렇게 5년정도 지나던 어느 날 예수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기독교의 탄생 같은 걸

알게 되었고 교회가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나름 공부를 하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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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교회에 오게 된 이유는 단순히

아내인 내가 일요일마다 성실히 나가는

교회라는 곳이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무슨 내용의 설교를 하는지 궁금해 자기도

한 번 가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컸고

또 다른 이유는 휴일을 자기 혼자

보내는 게 싫어서 따라 나섰다고 한다.

 

횟수로 치면 벌써 3년을 아주 착실히

주일을 잘 지키지만 여전히 성경말씀에

의문점이 많고 목사님 설교가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자기는

교회 체질이 아니라고 했다.

[ 근데.. 왜 내가 한국 가고 없을 때도

혼자 교회 나갔어? ]

[ 그냥, 습관처럼 나간 거야, 별 뜻은 없어 ]

성경 말씀이 나온 얘기들이

과학적, 논리적, 상식적으로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면서

내가 없을 때도 착실히 교회에 나가는 

깨달음의 심리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무튼, 깨달음은 깨달음대로 아니, 일본식으로

믿고 싶은 신을 그때, 그 때 상황에

맞게 골라 믿고 있다.

 오늘도 교회엔 새로 온 사람들이 많이 와서

예배를 봤다. 그걸 보고 있던 깨달음이 분명

이 교회에서 결혼한 커플일 거라며 예수님

생일날을 같이 축하해 주러 온 거라고

내게 귓속말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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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너무 다른 일본인들의 종교개념

지난 연말, 조카 결혼식을 위해 한국에 갔던 깨달음이 태어나 처음으로 교회를 갔다. 크리스마스라는 이유도 있었고 동생네 가족들이 다 함께 가는 분위기다보니 깨달음도 얼떨결에 같이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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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다 마셔갈 즘, 케익을 두 접시나

담아온 깨달음.

[ 케익 먹는 거야? ]

[ 응, 크리스마스는 케익 먹어야지 ]

[ 치킨도 먹을 거지? ]

[ 아까 하나 먹었어 ]

[ 깨달음, 내년에 이뤘으면 하는

소원 같은 거 있어? ]

[ 없어, 당신은? ]

[ 나도 없어.. 근데,,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면 설교시간에 되도록이면 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

[ 알았어,, 노력은 해 보겠는데.. 그래도

잘 것 같아,, 설교가 재미없으면..]

[ 그래.. 그럼 당신 맘대로 해..]

깨달음은 마지막 와인잔을 부딪히며

한국말로 [ 예수사마, 생일 축하해요 ]

라며  환하게 웃었다.

 

신정연휴에 일본인들이 꼭 가는 곳

신정연휴 마지막 날, 깨달음은 하쯔모데(初詣)를 가고 싶다고 했다. 하쯔모데는 새해 처음으로 절이나 신사에 가서 참배하는 것으로 신정이면 종교와 상관없이 일본인 모두가 간다고 해도 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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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종교문화

오늘도 깨달음은 옷을 바르게 챙겨 입고 비장한 얼굴을 하고서는 교회를 따라 나섰다. 작년 7월말에 호기심 반, 심심풀이 반으로 다니기 시작했는데 오늘로 딱 반년이 넘어섰다. 교회 입구에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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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기독교식으로 교회에서 목사님 앞에서

서약을 하고 예식이 끝나면 절에 가서

결혼했다는 신고식 같은 걸 하는 일본인들은

자신의 종교와 상관없이 크리스마스날은

별 의식없이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케익과 치킨을 꼭 먹는 날일 뿐이다. 

설날에 떡국 먹는 것처럼...

블로그 이웃님께도

[ 메리 크리스마스, 좋아요~ ] 랍니다.

어느 해보다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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