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이가 도착할 시간보다 훨씬
일찍 나와서 방황하듯 공항 터미널을
끝에서 끝까지 걷고 되돌아오길 반복했다.
만나면 무슨 말을 먼저 걸어야 할지 몰라
자꾸만 답을 찾고 싶어 마냥 걸었다.
[ 난 언니가 부러워 ]
[ 뭐가 부러운데? ]
[ 그냥,모든 게, 난 언니처럼 못 버틸 거야 ]
[ 가장 부러운 게 뭔데? ]
[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산 다는 것 ]
[ 그럼 너도 한국을 벗어나 ]
[ 난,,언니,,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죽기 전에, 문득 나도 언니처럼 한 번
살아보고 싶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
[ 그럼, 한국이 아닌 곳에서 한 번 살아보고 죽어,
그래야 니 삶에게 덜 미안하지 않냐? ]
[ 내 삶? 미안할 게 뭐 있어..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 그럼, 지금부터는 열심히 살지 마,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마음이 시키는대로만 하고 살아 ]
[ 언니, 내 마음이 아무것에도 미동하지 않아,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
[ 아직 죽지 않았어, 나 같은 사람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건
여전히 니 심정이 약하게나마
삶에 대해 반응하고 있다는 거야 ]
[ 아니야,,언니,,사는 게 더 지옥이야,,]
[ 죽어도 지옥일 가능성이 높아,,너,, ]
[ 풋,,그 말은 웃기네..이승에서도 지옥,
죽어서도 지옥..재밌다..]
[ 언니, 사람들은 내가 죽어도 모를 거야,,]
[ 알지, 왜 몰라? 장례식 치르면 알텐데? ]
[ 내가 죽어도 어느 한 명 울지 않을 거야 ]
[ 내가 3박4일 울 거니까 걱정 마 ]
[ 내가 죽어야 이 고통에서 벗어날 것 같아 ]
[ 죽어서 고통이 없어진다면 세상 사람
죄다 죽었겠다 ]
[ 아니야,,죽으면 다 끝나 ]
[ 그니까 죽기 전에 그냥 고통들을
정리하고 편하게 죽어, 왜 고통을 안고 죽냐? ]
[ 나,,정말,,살아야할 의미를 못 찾았어 ]
[ 지금부터 찾아도 되고 굳이 애써
찾을 필요가 뭐 있냐?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거지 ]
[ 언니,, 난,,왜 결혼을 했고,,또 이혼을 했을까,,]
[ 사랑했으니까 결혼했고, 싫어졌으니까 이혼했고 ]
[ 언니,,난 그냥 다 지우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까 죽고 싶은 거야 ]
[ 죽어도 너 결혼하고 이혼한 거 안 지워져,
그니까 죽기 전에 내가 지워줄게, 지우개로 ]
[ 지우면 잊혀질까? ]
[ 아니, 잊혀지지 않지만 묻는 거지,
두껑 열려 아픈냄새 풍기지 못하게
아주 깊숙한 곳으로 ]
[ 묻어질까? ]
[ 응, 기억의 끝자락에 묻으면 잊혀져 ]
[ 언니,, 생각해 보면 그때 일본 유학시절이
나한테는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 ]
[ 그럼, 다시 공부해, 니 나이에도
유학 온 사람 많아 ]
[ 언니,,근데,, 나 정말 죽고 싶어,진심이야 ]
[ 알았어, 죽기 전에 나 한번 만나고 죽어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주연이 목소리가
너무 결연해서 덜컥 겁이 났다.
덤덤하고 조금은 차갑게 감정을 배제한 채로
얘기하려고 했지만 통화하는 내내 불안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아내가 바람이 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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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없는 무덤 없듯이 사연 없는 삶은 없다.
모두가 가슴속 꺼내고 싶지 않은
아픈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간다.
지우고 싶어도 지우지 못하기에 정기적으로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고 스스로를 괴롭힌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누구나 살아야할 그 나름의 이유를 하나씩
붙잡고 버틴다.
폭력적인 남편,,그리고 아이를 두 번이나
잃은 것은 그녀의 탓이 아니다.
홀연단신이 되어버린 것도 그녀의 탓이 아니다.
어제와는 너무도 다른 오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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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는 건
살려달라고, 살고 싶다는 신호이다.
그녀가 탄 비행기가 도착했음을 알린다.
곧 있으면 도착로비로 나올 것이다.
제발 죽지 마..
(お願い、死なないで)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심호흡을 깊게 해 본다.
( 羽田空港到着ロビー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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