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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역에서 (에세이)

가슴 속, 희망을 날려 보낸다

by 일본의 케이 2025.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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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코지마(宮古島)는 오키나와에서 남쪽으로

300킬로 떨어진 곳에 있는 섬으로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을

가지고 있다.

오키나와에서 네 번째로 큰 섬으로

1,690m의  일본 최대급 대교

쿠리마오오하시(来間大橋)가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사탕수수밭이 대부분이고

인구 감소률이 심각해 관광객의

유무에 따라 섬의 존폐위기에 

달려있다고 택시 드라이버가 

볼멘소릴 한다.

정해둔 목적지에 도착을 하고 나서

깨달음은 내게 동전을 몇 개 달라고 했다.

미야코신사에서 참배해야 한다고,

 

일본은 신사마다 모시는 신이 다르기에

각자가 필요에 맞는 신이 계신 곳을 찾아

다니기도 하지만 그냥 신사가 보이면

누구나 할 거 없이 모두가 그곳에서

참배를 하는 게 하나의 풍습처럼 

자리 잡혀 있다.

입구에서 헤어진 깨달음은 무엇을 빌었을까.

 

공부를 잘하게 해 주세요,

애인이 생기게 해 주세요

사업이 번창하게 해 주세요,

건강하게 해 주세요.

좋은 곳에 취업하게 해 주세요.

결혼하게 해 주세요

돈에 궁핍하지 않게 해 주세요.

아이를 무사히 낳게 해 주세요.

살아가면서 모두가 한 번쯤은 바라고

기도했던 흔하다면 흔한 소망들을

신사가 보일 때마다 온 마음을 다해

두 눈을 꼭 감고 절실히 기도한다.

 

장소를 대만으로 옮겨서도 

소원을 비는 일은 계속됐다. 

무언가를 소망하고 갈망하며

기도하는 건 만국공통이지만

비는 방식이나 형태는 각양각색 달랐다.

풍등에 소원들을 적어라는데

나는 행복하자라고 간단히 적고 붓을

내려놨다.

** 幸せになりますように**

깨달음은 3면에 빠짐없이 뭔가를

빼곡히 적어갔다. 

 뭘 그렇게 많이 적을 게 있냐고 

물었더니 입으로는 비밀이라고 하면서

아주 큰 글씨로  한쪽 면에 자기 이름과

내 이름을 적어두고는

하트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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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들여 소원을 적어 넣은 풍등을

날리느라 정작 본인들 사진은 담을 수 없었지만

남들이 날려 보내는 풍등에는 

영혼이 같이 실려가는 듯 느껴졌다.

바람에 흔들 거리며 위태롭게

멀어져 가는 풍등을 지켜보고 있으니

우리네 모습과 얼추 닮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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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경미는 딸이 의사가 되는 게 소원이다.

남사친 민호는 프랑스에서

제 2의  삶을 사는 게 소원이다. 

 교회 현주씨는 아들이 

장애센터에 잘 적응하는 게 소원이다.

협회 친구 와타나베는 무릎관절이

완치되는 게 소원이다. 

직장 동료 마키짱은 남편이

빨리 죽는 게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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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휘청 바람에 흩날리고 비에 젖으며

눈보라에 묻히기도 하지만 또 희망이라는

꿈을 장착하고 다시 꿋꿋이 일어선다.

바라는대로 이뤄지지 못할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치 않는다.

서로 전혀 다른 이상을 갖고 각자가 품고 있는

소망들을 불안불안,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며 애타게 기도한다.

풍등은 그렇게 태워져 흔적없이 없어지지만

우리들의 소망은 영원히 가슴에

품은 채 함께 숨 쉬고 살아간다.

 

 대만 스펀에서 풍등을 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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