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잠깐 회사를 다녀와야 해서
난 혼자 우체국을 찾았다.
오늘은 동생과 지인에게 보내고 싶은 것들이
있어 박스를 챙겨 나왔다.
내게 한국의 가족, 친구, 지인, 블로그 이웃님께
소포를 보내는 일이 이젠 하나의 취미생활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같은 곳에 살고
있다면 만나서 차라도 한 잔 할 텐데
그러지 못하니 그냥 잠시나마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생각하고 싶어 보낸다.
짤막하게 소포 내용을 적어 넣을 때도 있고
아예 아무것도 적지 않은 상태로 보낼 때도 있다.
이것은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먹는 걸까? 바르는 걸까?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게 즐겁고
일본 여행을 자주 오거나 일본에서 유학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보내 준 물건을 써 보고
사용후기를 상세히 알려줘서
그 또한 재미가 있다.
[ 이번 커피는 지난번 것보다 향이 더 좋더라 ]
[ 우리 딸은 너한테 오는 소포를 제일 좋아해 ]
[ 케이님, 내가 이거 좋아하는지 어떻게
아셨어요? 저 이거 정말 좋아해요 ]
[ 그 거울, 너무 앙증맞더라,
우리 시어머니가 어디서 샀냐고 묻길래
내가 한국에선 못 구한다고 그랬어, 잘했지? ]
[ 언니, 그 초콜릿 진짜 진하더라..
아껴 먹고 있어 ]
[ 이번에 보내 준 그릇에 나물을 올려
담았더니 완전 폼 나더라 ]
내가 보낸 소포에 반응을 보여주는 게 좋아서
선물 보내기를 멈추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만큼 나도 많은 걸 받고 있어 서로가
몸? 은 오갈 수 없지만 물건?으로 마음 나누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이 어떤 표정을 할까?
이걸 받으면 좋아할까?
입에는 맞을까?
이번에도 좋아해 줄까?
혼자 상상해 가며 그들의 주소를 적고 있으면
왠지 더 설레고 주는 즐거움이
훨씬 큰 행복임을 느낀다.
내가 주로 보내드리는 것들은 일본의 여느
대형마트나 드럭스토어에 가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물건들이기도 하지만 깨달음과 여행을 다니면서
그 지역 특산물이나 한정판들을 살 때가 많아
가끔 그때 보내준 그 게 맛있더라고 해도
쉽게 도쿄에서 구입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내가 주로 소포 속에 넣은 물건들은 대충 이렇다.
어른, 아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위약인데 근본적인 위장병을
치료하는 게 아닌 보호제 역할을 하는 정도이다.
속이 쓰리고, 더부룩하고, 위산과다로
속이 불편할 때 한 포씩 마시면
효과가 빨라 많이들 좋아한다.
다음은 세안 크림이나 바디크림으로
한국 것과 별반 차이는 없지만
어느 누가 사용해도 피부 트러블이 전혀
없어 무난하게 인기 있는 제품이다.
커피 역시도 호불호가 별로 갈리지 않아
좋아하는데 정작 내가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뭐가 괜찮은지, 향은 어떤지 잘 몰라
커피에 일가견이 있는 내 동료에게 자문을 얻어
추천해주는 제품으로 보낸다.
그리고 요리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겐 내가
엄선해서 고른 홋카이도산 다시마와
쯔끼지 시장에서 직접 사 온 가쓰오부시를
보내는데 아주 좋아한다.
여름이면 소바와 함께 쯔유를 보내곤 하는데
그것 역시 일본 맛이 제대로 나서 좋고
남은 쯔유는 맛간장처럼 여러 요리에
사용할 수 있어 애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우리 가족, 특히 우리 엄마가
너무 좋아하는 박하사탕인데 지인분들도
한번 먹어보면 다른 사탕 못 먹겠다고 할 정도로
인기 있는 어른용 사탕이다.
은은한 박하향과 뒤끝이 개운한 단맛이
인기 비결인 것 같다.
이 박하사탕은 홋카이도 특산물로 일반 마트에서는
판매하지 않아 지역 특산물을 취급하는
안테나숍을 찾아가야 한다.
또 오키나와가 주산지인 흑설탕도 호응이 좋다.
사탕수수 원액을 장시간 끓여 나온 결정체로
미네랄이 풍부하고 향이 좋아
흰 설탕 대신으로 요리에 사용하고 사탕처럼
간식으로 먹어도 충치가 생기기 않는다.
요즘은 해외직구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수입재료 파는 곳에 가면 각종 조미료며
과자, 인스턴트 라면 등, 웬만한 제품들은 모두
구매할 수 있지만 잘 지내냐고, 나는 잘 있다고,
다음에 만나면 차 한 잔 하자는 의미로 보내는
내 마음을 따듯이 받아줘서
난 즐거우면서도 고맙다.
그 외에 그릇이나 젓가락도 평판이 좋고,
카레, 드레싱, 곤약젤리, 앙코빵,
새우센베이, 즉석된장국, 우동 등등
내가 맛보고, 내가 직접 사용해 보고 좋았던 것들을
보내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전적으로 내가 좋아서 보내는 게 많은 것 같다.
내일은 깨달음이 지난주에 내게 받은
광고 수익금과 저금통에 나온 돈으로
이웃님들께 줄 선물을 사러 가자고 한다.
[ 뭐 살 거야? ]
[ 안 가르쳐 줄 거야 ]
깨달음이 말을 안 해도 난 뭘 살 건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지난번처럼 앙증맞고 귀여우면서 가방 속에
꼭 집어넣고 다니고 싶은 것들을 살 것이다.
난 먹는 것으로 즐거움을 함께 한다면
깨달음은 보고 만지며 오랜시간 여운이 남는
것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내가 소포를 보내는 건 완전히 내 만족에 의한
행동으로 보여질지 모르겠지만 뭐랄까
그냥 잠시나마 함께 나누고 싶고
같은 하늘 밑에 살고 있지 않아도
당신을 기억하고, 당신을 그리워하는
내가 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숨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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