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 동안,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깨달음에게 엄마라고 대신 받아 보라고 그랬더니 좀 주춤하다가
얼른 한국어가 적힌 메모를 가져와서는 보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 오머니~~ 안녕하세요~]
[ 오메~깨서방인가? 자네가 보내준 그릇 오늘 받았네,
색깔도 곱고 크기도 딱 좋네~~ 근디 인자 이런 것 진짜 보내지 마소잉~
부친값이 더 든디 뭐덜라고 맨날 보내싸고 그런가~~]
[ 네,,,,, ]
[ 글고, 깨서방, 건강이 최곤께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믄 뭐든지 말하소~
내가 다 보내줄랑께, 배즙은 다 먹었는가? ]
[네,,,,맛있어요]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는 것 같아서 스피커폰으로 해둔 채로 내가 얘길 했다.
접시에 문양이 일본스럽더라고 맘에 들어하셨다.
요즘은 날이 좋아서 노래방 교실도 요가교실도 자주 나가신단다.
배즙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 5월달 쯤에 보내달라고 말씀드리자
옆에서 듣고 있는 깨달음이 사과는 다 드셨냐고 물어보란다.
[ .................... ]
깨서방이 썩어가는 사과는 다 드셨냐고 묻는다고 그랬더니
별것을 다 기억하고 있다고, 말려서 다 드셨다신다.
감기 조심, 차조심하시라고 인사를 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지난 2월달, 엄마 작은 방에 둔 사과박스에 있던 사과가 반은 썩어 가는 걸
깨달음이 보고 [ 오머니, 같이 먹어요, 같이~]라고 그랬었다.
깨달음이 말하는 [ 같이 먹어요] 는 나눠 드시라는 뜻이였다.
주위사람들과 나눠 드시라고 말을 해도 나이 들면서 더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연세 드시면 먹는 것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특히 혼자 계시니까
불안함과 외로움에 먹을 거리를 잔뜩 옆에 둬야 맘이 편해하시는 것 아니냐고 그런 엄마가 짠하단다.
[ ........................ ]
아무튼, 우리 엄마는 욕심이 많아서 탈이라고 그랬더니 그런 소리 말란다.
욕심 많은 것도 자식들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겠냐고 자기한테는 뭐든지 주시지 않냐고
그래서 자긴 우리 엄마가 좋단다.
저번에 한국에서 식사할 때 다른 형님들 계셔도 자기한테 제일 큰 꼬막을 주시고
생선도 제일 큰 놈으로 접시에 올려 주시고, 명태전도 뜨끈할 때 먹어보라고 주시고
김치 담으면 통깨 듬뿍 묻혀 입어 넣어 주시고,
시장 갔다오면 피곤하냐고 박X스도 주시고,,,,
[ ........................ ]
하여간 구구절절, 자기 예뻐하는 건 잘도 기억하고 있는 깨달음이다.
용돈 드리면 [오메,오메~~아니여~아니여~]라고 하시면서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든단다.
우리 엄마도 좀 과하게 깨서방을 예뻐하긴 하지만,
깨달음 역시 자길 예뻐하니까 장모님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안 보는 것 같으면서도 다 봤던 모양이다.
우리 엄마가 자기한테 하는 것과 다른 형부들한테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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