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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한일관계 속에 불편한 한류팬들

by 일본의 케이 201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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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블로그에 몇 번 소개가 되었던 일본인 요시무라상.

이 언니는 한국드라마[ 겨울연가]를 처음으로 접하고

배용준씨 팬이 되었고, 그 이후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시간만 나면 코리아타운에 가서

한국음식, 한국문화를 체험했던

열렬한 한류팬의 한 사람이였다.

한국에도 매해마다 딸을 데리고 쇼핑하러 가고

집에서는 내가 가르쳐준 레시피로 직접 김치도 담아서

먹을 정도로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고, 

몸소 체험했던 언니이다. 

2주 전에도 직접 담은 김치를 자랑하며

나에게 라인을 보내왔었다.

매운 고춧가루가 다 떨어져 동네 슈퍼에서 사서 담았다며

나에게 한국산 고춧가루를 좀 달라고도 했었다.


 

지난 주에는 내가 이사하면서 언니에게 준 미니 오디오세트를

이제서야 닦아 장식장에 올려 놨다고

너무 근사하고 멋지다며 고맙다는 말을 했었다.

날 만나면 늘 한국 불사우나 가고 싶다,

동대문에서 딸 옷을 실컷 사고 싶다,

호떡이랑 떡볶기를 질릴 때까지 먹고 싶다는 얘기들을

했었는데 오늘 만난 언니는 조금 다른 모습이였다.

 

내가 이곳으로 이사를 하고 난 후로 라인으로만

연락을 서로 했었는데

오늘은 모처럼 점심 시간대에 시간이 생겨

중간지점에서 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오후엔 서로 일이 있어 긴 시간 얘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그동안의 얘기를 나누기엔 충분한 2시간이였다.

 

식사를 하면서 늘 그렇듯 한국 음식 얘기를 했었고

재료구입, 고추장의 쓰임새에 관한 얘기들을 하다가

올 가을, 선선해지면 한국에 같이 가자고 내가 그랬다.

그랬더니 언니가 웃으면서 안 갈꺼란다.

너무 뜻밖의 대답이여서 왜 안가냐고

무슨 일 있었냐고 그랬더니

박대통령 임기동안에는 한국에 안 가고 싶단다.

[ ......................... ]

 

뜻밖이라고 언니가 그쪽으로는 별로

 신경 안 쓸거라 생각을 했다고 그랬더니

자기가 지금부터 하는 얘기들을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주라며

자기 친구들(한류팬들)이 모였을 때 이런 얘길들이 나왔단다.

한국음식,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반일감정을 부추기고 한일관계 개선에 힘을 쓰지 않는

현정부가 있는 동안에는 한국 가는 걸

잠시 멈추자는 얘기를 했단다. 

이 언니네 그룹들은 배용준 투어뿐만 아니라, 드라마 로케지 투어,

유적지 투어 등등 한류드라마와 영화에

 관련된 모든 투어는 빠짐없이 다녔던 언니들이였다.

그리고 자기네는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에 변함이 없는데 

한국인들이 지금 일본인을 별로 안 좋게 생각하는 것 같고

여러면으로 양국 국민들의 마음이 불안정한 상태이니까 

불편한 마음을 갖고 여행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단다.

멤버들 중에는 정치와는 상관없이 문화를 즐기는 거니까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의견으로는  

한일관계가 회복되면 기분좋게 다녀오자고 했단다.

 

지난주 모 정보방송에서 한일 공동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상대국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서

일본은 한국에 대해 54,4%, 한국은 일본에 대해 70.9%의

나쁜 인상을 갖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일본은 한국측이 역사문제들로 일본을 비판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한국은 침략했던 과거 역사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기 때문에

 양국간에 나쁜 인상을 갖게 됐다는 앙케이트 결과였다.

한일관계의 발전(개선}을 방해하는 것으로는 양국 모두

독도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게를 나와 서로 전철을 기다리면서 요시무라 언니가 

좀 어색한 표정으로

[ 케이짱은 일본 싫어하는 거 아니지? ]라고 물었다.

왜 그런 걸 일부러 물어보냐고 그랬더니

정말 한국사람들이 일본을 그렇게 싫어하는지 궁금하고

조금 불안하다며 자기를 포함한 주위의 친구들은

 한국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혹 아까 자기가 얘기했던 게 너무 과했다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 ........................ ]

난 정치에 관심도 없지만 지금에 이 상황이 많이

불편한 건 나역시도 마찬가지라고 그랬더니

빨리 양국이 예전처럼 친해졌으면 좋겠다며

마지막으로 잡채만두 레시피를 알려 달라는 요시무라 언니.

[ ........................ ]

참,,, 언니다운, 아니 일본인다운 마무리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제 잡채를 해 먹었는데

이제까지 자기가 만든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면서

채는 날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며

해맑은 얼굴을 보이며 전철을 타고 떠났다.

우산을 받쳐들고 사무실로 향하는데

알 수 없는 씁쓸함이 가슴 한켠으로 베어 왔다. 

한국문화를 통해 한국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호감을 가지고 있던 한류팬들까지 이렇게

혼란스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식어버린 한일 관계로 인해 한류팬들도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것인가,,....

솔직히, 지금처럼 냉냉한 한일관계 속에 불편해 하는 건

한류팬들 뿐만 아니라  이곳 일본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모든 한국인들, 사업관계로 오신 분들,

한일커플들,,,모두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하다는 걸 누가 좀 알아줬으면 하는 심정이다.

깨달음과 난 요즘, 어느 장소에서든 정치적 얘기가 나오면

건설적인 미래 구축을 위해 상대국을

좋게 보려는 노력, 이해하려는 마음자세를 가져야한다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서로 미운점을 파헤치기보다는 해결책을

  찾아야할텐데... 나를 포함한 이곳에 살고 있는

많은 분들이 간절히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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