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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한일커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고민

by 일본의 케이 2018.12.14

나를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내 전화기에 그녀의 이름이 

떴을 대부터 왠지모를 직감이 왔었다.

일본인과 결혼생활 올해 10년을 맞이하는 그녀는

내 후배의 친구로 알게 된 사이다.

역에서 만나 그녀의 표정은 예상대로 어두웠다.

먼저 식사를 해야할 것 같아서 미리 알아둔 

조용한 곳으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모든 삶의 의욕을 상실해 

버린듯 한걸음 한걸음이 무겁게 보였다.

식사를 하며 나는 지난번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들에 관한 얘기, 크리스마스, 연말,,그런

아주 가벼운 얘길 꺼냈다.

본주제에 들어가면 서로 밥을 먹기 힘들 것도

같았고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 묘한 침묵의 무게가

 더 견디기 힘들 것만 같아서였다.

그녀는 가끔 웃는 것 같다가도 

바로 굳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 언니,,,나 이혼하고 싶어...]

끝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 알았어.. 밥 먹고 차분히 얘기하게 어서 먹어..

입맛 없어도 먹어둬, 그래야 말도 잘 나오니까.]

그녀의 마음이 급하다는 걸 알았지만 난 

계속해서 식사에 집중했다.

그녀는 일본에 유학와서 알바를 하던 곳에서

남편을 만났다 1년여간의 연애기간을

마치고 결혼을 했고 자녀는 없다.


바로 옆 커피숍으로 이동을 하고 

본격적인 얘기가 시작됐다.

그녀의 고민은 크게 두가지 였다.

첫번째는 남편이 한국을 결혼 10년동안 

알게 모르게 무시했던 것이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안 해..

일본에서는 그렇게 안 먹어,

일본에서는 그런식으로 안 해,

일본에서는 그러지마 등등, 원래 연애때부터 

한국에 대해 많이 몰랐던 남편이여서

결혼을 하고는 서로의 나라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많은 대화도 나누면서

 즐거웠을 때도 있었단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늘 한국을 동등한 입장에 놓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 문제는 경제적인 면이였다.

지금껏 남편이 준 월급이 전부라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았고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는데

자기가 모른 부수입이 있었다는 걸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되었고 결혼 10년동안

 자신에게 속였다는 게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 언니.,남편 월급이 적었지만 할인매장 가서

저렴한 것 사면서 가정 꾸려나가는 게 나는

 재밌었어. 난 남편 옷은 좋은 브랜드만 사줬어.

그리고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위주로

만들고 그랬지만 행복했어..근데.,내가 가장

 힘든 건 그  사람이 나를 속였다는 거야.

은근히 한국을 무시하고 한국인을 

깔보는 듯한 표현을 했던 것도,

10년동안 속고 사는 나를 바보 취급해서 

그런 거였구나라는 생각마져 들어..]

남편의 부수입이 어디서 생겼으며 얼마정도인지

상세히 말하는 그녀의 얘기를 조용히 들었다.

 입버릇처럼 돈 없다고 해서 정말 돈이 없는 줄만

 알고 알바도 열심히 하고 살았다는 그녀,, 

[ 한국도 나 만나서 처음 가 봤다고 했어..

갈때마다 불편한 것 많다고 투덜댔지만

그러러니 했는데 이젠 더 이상 그런 꼴을

 봐 줄 수가 없을 것 같애, 지난번 방탄소년단 

일이 터졌을 때는 아주 대놓고 비난을 

하는데 정말 결혼 잘못했다는 확신이 들었어]

작년 친정부모님이 일본에 방문하셨을 때

남편의 태도도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례했던 것

 같다며 부부란 이름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살았을 때는 크게 문제 될 게 아닌 것들도 이렇게 

믿음이 깨지고 나니 그동안 살아오면서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씩 떠올라 

그녀를 괴롭힌다고 했다. 

[ 언니,왜 그렇게 바보처럼 살면서도 행복하다고

느꼈을까..]

[ 사랑이 있었으니까 그랬겠지...]

[ 맞아,남편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약간은

빈곤한 삶도 즐거웠고, 100엔짜리 야끼도리(닭코치)를

먹으면서도 낄낄대며 웃고 좋아했던 것 같애,

남편이 나 몰래 딴 주머니를 찬 것도 쉽게 

용서가 안 되지만 지금껏 한국을 잘 몰라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의 아둔함과

어리석음이 미치게 화가 나...] 


그렇게 우린 많은 얘기를 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1시간쯤 지났을 무렵

그녀에게서 사진 두장과 함께 구청에 왔으며

이혼장을 받아 왔다는 메시지가 떳다.

그녀의 사진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사는 게 뭔지.부부라는 게 뭔지..

일본은 구약소(구청)에 가서 이혼작성 

서류를 달라고 하면 기재사항만 몇 가지 

설명해주고 바로 준다. 각 구청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어느 구청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증빙서류란에 이혼서류가 항상 준비되어있어 

언제든지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게 되어있다.


어떤 이유에서 결혼이란 걸 하고 어떤 이유에서 

이혼을 하든 각양각색의 삶이 있다.

지금까지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냥 

봐주고 넘어갔던 것도 믿음이 무너지고 나면 

 모든게 산산히 흩어져버리고 만다.

그녀는 결혼생활 10년동안 남편이 바꿔질 거라

생각하고 믿으면서 스스로를 위로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와 생각해 보면

그 위로들이 너무도 허망하고 시려서 

가장 아프고 후회스럽다고 했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그것도 살아온 나라와

언어와 습관과 풍습이 다른 곳에서 자란 두사람이

맞춰 산다는 것은 다른 커플보다 

어려움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하루에도 열두번 이혼을 꿈꾸는 부부가 있는 반면,

하루라도 사랑하지 않고는 못 사는 부부도 있다.

국제커플 중에 특히 한일커플은 서로의 나라를 

인정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살기 힘든

커플이 아닌가 싶다.

한일관계가 과거 때부터 미묘하고 복잡하게

엉켜있는 것처럼 한일커플 역시도 풀기 힘든

 감정들이 부부 사이에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천생연분처럼 잘 사는 한일커플들도 많지만

다른 국제커플이 갖고 있지 않는 다른 종류의

여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나역시도 한일커플이지만, 은연중에 

반일감정이 섞인 말이 나올 때가 있고

남편인 깨달음 역시도 자신도 모르게 툭 실언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다시 내 감정을

 설명하기도 하고 깨달음은 실언이였다고 

 사과를 하거나 서로 조심하자고 마무리를 한다.

이렇듯 한일커플은 서로에게 민감한 부분을 

어디까지 수용하고 이해하느냐가

관건이지만 감정이 섞이다보면 쉽사리

엉킨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한일문제가 어렵듯, 한일커플들이 안고 있는

묘한 문제는 부부간의 노력이 상당히 필요한 

부분임을 우리 부부는 매일 느끼고 산다. 

 차갑게 얼어버린 그녀의 가슴을 녹일 수

 있는 건 남편의 반성과 사과, 그리고 용서를 

구하는 길일텐데..나도 잘 모르겠다..

그녀가 과연 이혼장을 낼 것인지 보류할 것인지

알수 없지만 어떤 선택을 하던 

난 그녀의 편에 서서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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