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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해외 거주자에게 가족이란..

by 일본의 케이 2015.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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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를 아침부터 벌써 세번째 돌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커텐도 빨아야 할 것 같아

깨달음이 출근 전에 하나씩 뜯어줬다.

 덮는 이불, 까는 이불, 호청, 베갯잇, 여름이불,,,

세탁기에 한차례 돌려놓고 나머지 것들을 또 꺼냈다. 

행여 부족하면 사야될 것 같아서..

출근을 하면서 깨달음이 퇴근길에 미용실에서

머릴 자르고 오겠다고 했다.

예쁘게 잘라달라고 한마디 했더니

원래 자긴 잘 생겨서 걱정하지 말란다.

[ ...................... ]  

 

이번달 초, 동생이 마음을 먹었다. 일본에 오기로..

깨달음과 내 마음이 전달 된 것도 있고

뭐니뭐니해도 엄마가 살아계시고, 활발히 움직이실 때

어디든 모시고 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동생 역시도 했던 모양이다.

우리들에게 민폐끼치기 싫어서 안 온다고 고집피우던

동생이 마음을 바꿔줘서 많이 고마웠다.

엄마를 포함한 네자매가 내 결혼식 이래

일본에 다시 모이게 되었다.

오빠도 참석하면 좋을텐데...오빠에겐 그냥

일본 간다는 말만 한 모양이였다.

 

나도 그렇고 깨달음도 3박4일로 하는 게 좋다고

하루를 더 연장하길 바랬지만

처음부터 2박 3일로 마음 먹었던 동생 생각을 바꾸기 힘들었다.  

퇴근길에 같이 여행사에 들러 온천을 예약하고 간단히 식사를 했다.

 

2박 3일 대충 여행 스케쥴을 카톡으로 보내고

집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은 우린 다시 외출을 했다.

오다이바에 경치가 좋은 레스토랑을 찾기 위해서였다.

우리 서로 누군가에게 일본명소나 맛집을 소개하고 싶을 때 

그곳을 미리 답방하고 체크하는 버릇이 있어서 이렇게 또 왔다.  

괜찮은 가게에 들어가 맥주도 한 잔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 깨서방은 왔냐?]

[ 응,,엄마, 짐 챙기셨어? ]

[ 응,,,근디,,, 짐을 챙기고는 있는디... 가만히 생각해본깨

깨서방한테 미안해서 어찌끄나 싶다,,,마음이 영,,,그렇다...]

[엄마, 그런 생각하지마시라고 그랬잖아,

깨서방도 그랬어, 엄마가 움직일 수 있을 때

 자주 모시자고,,,그니까 그런 말씀 하지마~~]

[ 깨서방이 좋아하는 것 좀 챙겨서 갈란디

뭐시 좋을까 모르것다 ]

[ 엄마, 무겁고 짐되니까 아무것도 가져오지 마셔~

00가 소포로 부치면 3일만에 뭐든지 다 오잖아,

그니까 무겁게 뭐 가져오시지 마~]

[ 그래도 빈 손으로는 못 간께, 내가 알아서 가꼬갈란다 ]

 

내가 통화를 하는동안 깨달음은 엊그제부터

사서 모았던 선물들을 4개의 쇼핑백에 나눠 넣으면서

태현이네(초딩 조카)는 과자를 많이 넣고

 어머니 것엔 녹차를 많이 넣어야 한다고 혼잣말을 하면서

열심히 넣다가 뺏다가 분주했다.

지금부터 안 챙겨도 된다고 한소리했더니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알아서 할테니까 그냥 냅두란다.

[ ........................ ]

 

새 집으로 이사를 하고 2달이 지나가고 있다. 

동생의 심경변화, 그리고 언니들의 협력으로

가족이 다시 한 번 일본에 모이게 되었다.

오빠도 함께 오면 더 좋으련만,,,,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언니에게도 동생에게도 오빠 이야긴 그 이상 묻지 않았다.

아무튼, 해외 거주자에게 한국의 가족이 주는 힘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만큼 큰 에너지원이 된다. 

전화 통화를 해도 그렇고, 직접 만나면  지치고

버거웠던 시간들이 잊혀지고 해외생활로 쇠약해진

 심신의 피로가 스르르 녹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몸과 마음을 밝게 회복시켜주는 유일한 혈연관계..,,

그게 바로 가족이 아닌가 싶다.

엄마 뿐만 아니라 언니, 동생,

그리고 이번엔 같이 오지 못한 오빠까지

같이 할 수 있는 시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을

앞으로도 더 귀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가족들에게 더 많이 잘해야할 것 같다.

옆에서 깨달음은 계속해서 뽀시락뽀시락 소리를 내며

소핑백을 싸고 있다.

밤새 저렇게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깨달음에게도 많이 고맙고

가족들을 포함한 내게 소중한 모든 사람들에게

옆에 있을 때, 가까이 있을 때

정말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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