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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불꽃축제와 같은 만남과 헤어짐

by 일본의 케이 2015.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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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우린 아타미(熱海) 온천을 향해 갔다.

동경에서 1시간 10분이면 갈 수 있는 이곳은

거리가 가까워서 당일치기 온천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먼저 우린 아타미성 전망대에 올라 망망대대로 펼쳐진 바다를

한없이 쳐다보다가 아래층에 마련되어 있는 박물관에 들렀다.

 

 애도시대 일본인들의 삶도 둘러보고

만져도 보면서 가족들이 영화[명랑]에서 본 소품들과

너무 똑같다고 다들 같은 소릴하길래

내가 아직 못 봤다고 하자

언니가 깨서방과 같이 보지 말고

그냥 혼자서 보는 게 나을 거라고

목소리를 낮춰 말해 주었다.

 

로프웨이를 타고 해변으로 내려온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고 호텔에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우리가 이곳 아타미를 선택한 이유는 이 날 저녁,

불꽃축제가 있어서였다.

한국의 불꽃축제와는 느낌이 많이 다를 거라는 생각에

가족들에게 한 번은 꼭 보여주고 싶었다.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하고 오늘의 하일라이트인 불꽃축제장으로

가는길에 언니들이 입을 모아 사람들의 질서정신이

너무 투철해서 놀랍다고 몇 번이나 감탄을 했다.

자리를 잡고 내가 15년을 지켜본

일본 질서문화의 변천사?에 관한

얘기를 20분정도 했을까,,,

스피커에서 불꽃축제가 시작된다는 아나운스가 흘러나왔다.

 

우리가 잡은 자리가 명당이였는지

바로 우리 눈 앞에서 터지기 시작하는 불꽃.

 바다 위에서 쏘아올리기 때문에

 밤바다에 반영 되는 불꽃의 잔영들이 

운치가 있고 환상적이였다. 

 불꽃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터지는 걸 처음봤다고

팡,팡 터질 때마다 눈을 떼지 못하는 가족들...

너무 가까워 엄마는 당신한테 불꽃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며

조금 무서워하셨고 언니와 동생가족은

함성을 지르면서 불꽃축제가 이런 거였는지

미쳐 몰랐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많이 좋아했다.

초딩인 태현이(조카)도 너무 멋있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터져나오는 불꽃을

놓치지 않고 쳐다 보았다.

깨달음은 동경에 비해 불꽃이 변변치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크고 예쁘다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만족이라고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 마셨다.

불꽃 놀이가 끝나자 언니, 동생들이

깨달음에게 너무 고맙다고 감격했다며

평생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어 주셨다면서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호텔로 돌아와 노천탕을 즐기고 돌아온 가족들이

한 방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깨달음이 큰 언니 발가락이 너무 길다는 말을 시작으로

온 가족들이 발가락 길이를 재고 웃고, 떠들고,,

패션쇼를 하듯이 걷기도 하고, 누구 다리가 예쁘네

안 예쁘네,,, 다리 길이를 재고,,,

깨달음은 자기 검지 손가락 사이즈와 비슷하다고

손가락을 갖다 대고,,웃고

누구 뼈가 굵네,,가느네,,등등

그런 정말 쓸데없는 얘기들을 나누고 있는데

옆에서 보고 계시던 엄마가

한 뱃속에서 나와서인지 정말 네명의 딸들

발가락들이 많이 닮았다고 한마디 하셨다.

 

그렇게 마지막 밤이 유쾌하게 지나가고

다음날 아침 호텔을 나선 우리는 신칸센을 기다리며

 역 앞, 족탕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고

깨달음과 나는 온천상가에서

가족들에게 줄 선물들을 사 4개의 봉투에 나눠 넣었다.

 

그렇게 동경으로 돌아온 가족들은

쇼핑을 하고 우리집에서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

 

이별은 짧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가족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깨서방.

출국장을 빠져나갔는데도 머뭇머뭇 자리를 뜨지 않고

안을 들여다 보는 깨달음 팔을 끌고

그만 가자고 전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일본 아타미 해상 불꽃축제 동영상)

 

집에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깨달음이 날 자꾸 쳐다봤다.

울지 않는다고 그만 쳐다보라고 했더니

10월에 한국가니까 몇 달만 참으란다.

그리고 이렇게 네 자매가 매해 한번씩 자기집에

초대해서 방문하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매들한테 제안을 해보란다.

4년에 한 번씩 온 가족들을

집으로 초대해 같이 먹고, 같이 여행하면 좋지 않겠냐며

그렇게 계획을 세우면 우리집(일본)에 오는 것도

그렇게 부담갖지 않고 오실 수 있을거란다.

듣고 보니 좋은 아이디어 같아서 

알겠다고 언니들에게 얘기해보겠다고 말을 하고

난 창밖을 내다 보았다.

창문 넘어 하늘 끝에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었다.

가족이 탄 비행기는 아니지만

가족이 타고있는 듯 애틋하게 보여졌다.

만나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먼 발걸음 해 준 가족들에게 많이 많이 고맙고

짧은 여정이였지만 함께 할 수 있었음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고 비행기를 향해

혼자 되뇌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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