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산을 안 먹는 방법

[ 야, 너 다음에도 이렇게 무작정

오면 나 못 만나 ]

[ 알아... 미안해 ]

[ 못해도 2주 전에는 연락을 줘야지 ]

[ 정말, 이번에는 누나 만날 계획이 없어서

연락을 안 했던 거였어. 근데 오다이바 왔는데

누나 집이 보여서..나도 모르게.. 히히. ]

[ 미친... ]

대학원 후배가 갑자기 도쿄를 찾았다.

출장도 아닌 그냥 바람 쐬러 왔단다.

[ 뭐 먹을래? ]

[ 음,, 우나기(うなぎ 장어) ]

[ 한국말 해 , 나 한국말 할 사람이 없다 ]

[ 그래? 남편분,, 아,, 한국어 못하지.. 그럼

오늘은 무조건 한국말로 할게 ]

깨달음과 단골로 가는 곳은 당일 예약이

되지 않아 적당한 곳을 찾아 장소를 옮겼다.

 

니혼슈로 갈증 난 목을 축여가며 식사를 하는데

엊그제 만나던 것처럼 서로에게 익숙했다.

[ 3년, 4년 만인가? ]

[ 응,, 근데 전혀 낯설지가 않다..]

[ 나도 그래..]

그동안에 근황은 묻지 않고 우린

넷플릭스 드라마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왜 느닷없이 왔는지도 별로 안 궁금했고

 그냥 옛 친구를 만난 듯

장어덮밥을 맛있게 먹었다.

[ 한국은 후쿠시마(福島) 수산물 때문에

데모하는 것 같던데..]

[ 응,, 데모하는 사람은 하고,, 나처럼 

여행 오는 사람은 또 이렇게 오고,,

근데 나도 약간 찝찝한 건 있어..]

[ 장어 먹고 싶다고 한 건 너야 ]

[ 구이는 익혀서 괜찮을 것 같아서. 히히]

나보고 걱정 안 되냐고 묻는다.

[ 뭐가? ]

[ 방사능도 그렇고,, 오염수도 그렇고,,

난 그것도 그렇지만 지진이 제일 무섭던데..]

[ 그냥,, 살아, 그런 거 신경 쓰고 그랬으면

한국 벌써 갔겠지..]

이번에 일본 오는 거 가족들한테는

말하지 않았다는 후배.  특히 어머니가

후쿠시마 오염수라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해서 

 지방 출장 가는 걸로 둘러댔단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서 들어가 차를

마실 생각에 케이크까지 주문했다가

다시 와인으로  바꿨다.

[ 여긴 대낮부터 술을 마셔도 전혀

거부감이 없어 좋다 ]

[ 한국에서도 낮술 먹던데 ]

[ 그런데.. 이렇게 와인 시켜서 먹진 않지 ]

[ 그런가..]

[ 비행기 만석이였어, 20대 커플들이 많더라 ]

[ 너도 애인이랑 오지 왜 혼자 왔어? ]

[ 난 그냥 비혼주의로 굳힐 생각이야 ]

[ 잘했다. 혼자 살아 ]

혼자 살아라는 내 말에 뭔가 대꾸를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 언제 서울로 돌아갈 거야? ]

[ 내일모레..]

잠시 침묵이 흐르다 다시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 걸 얘기를 하며 

김경자 역을 한 염혜란 씨의 연기력이  

미쳤더라며 잊고 있었던 찰진 전라도 욕이

너무 리얼해서 놀랐다며 웃긴 짤을 찾아 

둘이서 낄낄거리며 돌려봤다.

그러는 사이 와인을 한 병 다 비우고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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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멘 먹는다고? ]

[ 응,, 라멘 먹고 호텔 들어가려고 , 근데

라멘도 후쿠시마산 재료가 들어갈까? ]

 [ 지금까지 잘 먹더니 이제 와서 왜 그래? ]

[ 갑자기 불안해서.. ]

[ 그렇게 걱정되면 애초부터 일본에

안 와야지.. 내가 말했잖아,, 생선뿐만

아니라 과일, 야채, 쌀까지 거의

후쿠시마산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

예를 들어 편의점에 있는 연어구이

삼각김밥에 쌀은 후쿠시마산이고

연어는 홋카이도산이라치면

홋카이도산 연어는 크게 표기를 하지만

후쿠시마 쌀은 그냥 국내산이라고 적혀있다.

즉, 뭘 먹든, 후쿠시마산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고 먹어야 한다.

[ 그래?.. 나 오늘 너무 많이 먹었네..

 내일 초밥 먹을 건데. 그 쌀도.... ]

[ 아니야, 치바(千葉)나 아키타(秋田) 쌀 일수도

있는데 후쿠시마 산이 확률이 높다는 거지 ]

그런저런 얘기를 하다 라멘집에 도착한

후배는 면을 먹다가 나한번 쳐다보고

다시 면을 집었다가 망설이길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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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먹어,, 지금까지 다 먹었으니까 ]

[ 맛있긴 한데.. ]

[  이미 넌 많이 먹었어, 

지금 안 먹는다고 달라진 건 없어 ]

[ 그래.. 먹고 죽자.. 히히 ]

[ 일본에 온 이상, 안 먹을 순 없어..

아니 피할 수가 없으니까 그냥 먹어.

먹기 싫으면 일본에 안 오면 돼. 

그 방법밖에 없어. 여기 안 오면

안 먹잖아, 어차피 한국에선

안 사먹을테고.]

[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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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원산지 표기가 의무화 되었지만

이곳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후쿠시마산이라고 표기하지 않는 채

 각종 식자재로 쓰이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 후쿠시마산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지금은 가격이 많이 좋아졌지만

최근까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은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되다 보니 음식점에서

대량으로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서 20년을 살아보니

라멘을 먹고  우린 다시 택시를 타고

후배가 머무는 호텔로 향했다.

[ 누나,, 고마워..]

[ 고맙긴..]

[ 왜 왔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 물어봐줘서 고마워..]

[ 잊을 게 있으면 잊고 털어낼 게 있으면

털어내야 정신 건강에 좋다더라 ]

우리 부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이것

블로그, 그리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내일은 초밥 대신 파스타를 먹을 거라며

맛집을 알려달라길래 토마토가 

후쿠시마산일 거라고 했더니 

귀를 막으며 고개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무슨 사연? 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오랜 시간 지켜본 후배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어 떠나온 거라 생각한다.

서울로 돌아가는 날까지

별 탈없이 무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