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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이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by 일본의 케이 2023.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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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친구인 타무라 상(田村) 에게

김치를 보낸 건 한 달 전이였다.

늘 그렇듯, 여름이면 여름대로,

겨울이면 겨울대로  일본인 지인들에게

김치를 보내는 것도 10년이 지나가고 있다.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이열치열하도록 칼칼한 김치로 

좀 맵게 담아 보냈다. 이번에도

배추, 무, 오이김치 외에 

창난젓과 진미채 넣었다.

 맛있게 잘 먹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그가 맥주를 보내왔다.

깨달음이 보자마자 이 자식은 맨날 

술만 보낸다면서 집에서 술 안 마시는데 

   쓸데없이 보냈다며 투덜거렸다.

대학동창인 타무라 상과는 지금까지도

일 관계로 자주 얼굴을 보는 사이다보니

할 말 못 할 말 다 털어놓은

절친중의 한 명이다.

[ 다시 돌려 보내버릴까? ] 

[ 그건 실례겠지... ]

[ 김치 보내준 당신한테 고마워서 

보낸 것일텐데 맥주가 뭐야, 당신도

맥주 안 마시잖아,,]

[ 줄 사람 생각해 보고,, 아니면

회사 직원들한테 줘 ]

[ 그래야겠다 ]

그런  타무라상이 우릴 자기 집에 초대했다 

깨달음은 날도 더운데 왜 집에서 보냐고

또 투덜거렸지만 타무라 상은 원래

집에서 만나 먹고 마시는 걸 즐겨했고

 예전에도 몇 번이나 초대받았던 이력이 

있기에 난 당연하게 생각했다.

[ 오랜만이네요, 몇 년만이죠 ]

[ 5년쯤 된 거 같네요..]

아내분도 그대로이고

그 집의 냄새도 그래도였다.

건배를 하고 코로나 얘기를 시작으로

우린 5년간 있었던 사건 사고를

나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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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상, 다리 골절상 당했다던데 지금은

 어때요? 어디가 부러진 거예요? ]

[ 아. 그렇게 큰 골절은 아니고,,

지금은 다 나았아요 ]

타무라 상은 동창 요시다(吉田) 와이프가

올봄에 지병으로 떠난 것을 알고 있냐면서

후배 미나미(南)도 작년에 죽었다며

요시다가 외롭다며 술친구를 해달라고

날마다 귀찮게 한다고 하자, 깨달음이

요시다는 늦장가를 들어서 더 애틋한

모양이라고 위로 많이 해주라고 했다.

이젠 해년마다 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놀랍지도 않은 나이가 됐다며 씁쓸해했다.

아내분은 남편 타무라 상이 퇴직하고

하루종일 집에 있는 통에

숨 막혀 죽겠다며 제발 날마다 

어디를 다니든, 뭘 하든 했으면 좋겠다며

불만을 하나둘씩 꺼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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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끼를 챙기는 것도 지겨운데

하루종일 같은 공간에 있는 게 힘들다며

내게 좋은 취미생활 같은 게 없냐고 물었고

그걸 듣고 있던 깨달음이 불쌍한 친구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서로의 험담을 하고 있을 때

또 한 친구인 오쿠야마(奥山)상이

양손 가득 술을 사들고 왔다. 

현장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을 제대로

맞출 수가 없다며  더워서 쓰러질 것 같다고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우린  코로나 얘기부터 다시 시작해

건강, 면역에 좋은 음식이  뭔지

왜 깨달음은 코로나에 걸렸는지

헬스장을 다니는 이유가 뭔지 그런

애기들이 오갔었다.

[ 근데 와이프는 오늘도 바쁜가 봐  ]

[ 아니.. 그건 아니고 나,, 작년에

이혼했어 ] 

깨달음이 염려차 물었던 아내의 근황인데

이혼했다는 너무도 뜻밖의 소리에 잠시

모두가 얼음처럼 굳어 아무 말도 못 했다.

오쿠야마 상의 와이프도 나와 같은

한국인이고 이 집에서  우리와 

같이 술을 마신 것도 여러 차례여서

솔직히 내가 가장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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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커플이 꼭 넘어야할 장벽

[ 예약하셨나요? ] [네,, 6시로 두 명, 00입니다 ][아,,,00씨, 이쪽으로 오십시요 ]이곳을 찾은지 2년만인가,,,주위를 둘러봐도 현주씨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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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혼했을까

궁금하다가  문득  남들은

이혼을 참 잘도한다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개인적으로 만나 두어 번 식사를 

하면서 일본인과 사는 한국인 아내의

고충 같은 것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는데

카톡 속 그녀에게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까..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깨달음은 이혼 이유가 뭐냐고 캐물었고

타무라 상은 그걸 왜 묻냐고 부부가

결정한 것을 궁금해할 필요가 뭐가 있냐고

둘이서 옥신각신했다.

 황혼이혼이네, 남자는 혼자 살면 금방 죽네,

자업자득이네..니가 바람이 났냐 등등

여러 말이 오가는데 

 난 그녀의  용기 있는 선택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일본에선 각방을 쓰는 이유가 따로 있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여러 질문을 받곤 한다. 내가 20년 이상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과 배우자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도 같은 궁금증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가끔 내게 메일을 주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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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결혼을 하고 지금도 늘 이혼이라는

단어를 품고 살고 있다.

깨달음에게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에 부적합한 인간임을

결혼하고 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난  그녀처럼 용기가 나질 않았고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모른 채 할 수 없었다.

 

후배의 깻잎을 떼어준 남편에게 물었다

이른 퇴근을 한 우린 약속 장소인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깨달음은 요즘 리조트 건설 때문에 이곳저곳 탐방하느라 출퇴근 시간이 들쑥날쑥이고 난 나대로 모 협회에서 10년 이상 쓰고 있던 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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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이혼이 뭐 별 게냐고들 하지만

나로 인해  발생되는 상대의 상처 역시

내 몫으로 돌아올 것 같아서 난 

지금까지 부부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이혼을 쉽게 하는 부부들은 없다.

쉽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게 이혼이다.

부부의 일은 오직 둘만이 알기에

누가 평가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고

우린 각자, 서로의 삶을 택한 그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지라고

음원을 보내는 게 최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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