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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리폼공사를 하기까지...

by 일본의 케이 2015.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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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살았던 옛 맨션은 지금 한창 리폼 공사중이다.

예정했던 공사날보다 일주일이나

연장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었다.

우리가 이곳에 이사오기 한 달 전부터

공사를 하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했었다.

도면과 공사계획이 적힌 서류를 관리사무실에 냈는데

우리집 양 옆, 그리고 위, 아랫층에 살고 있는 이웃분들의

승락서도 필요하다고 해서 승락서를 들고 

4곳의 가정을 틈틈히 방문했지만 

시간이 엇갈려서인지 좀처럼 만나뵙기가 힘들었다.

 

승락의뢰서의 내용을 읽어보면

이번에 실내공사를 하는데 있어 이웃 주민들께

상당한 불편함을 드리게 되었다고

하지만 최대한의 소음과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공사를 하겠노라 약속드리니

승락부탁드린다고, 어느곳 어느곳 리폼을 할 것이며

제일 시끄럽다고 예상되는 날까지 적힌

 공사 스케쥴표과 도면를 함께 동봉한다는 내용이다.

 

직접성함도 적어주셔야했고 도장까지 받아야 했다.

그래서 우린 쿠키세트를 들고 

시간이 날 때마다 방문해서 계시면

이러이러한 공사를 며칠부터 며칠까지 하는데 

소음이 좀 있을거지만 좀 봐 달라는 얘기를 직접 했었다.

하지만 4곳 중 2곳은 인사와 승락을 받았는데

두 곳은 아침에도 저녁에도 안 계셔서 승락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공사날이 다가 왔고

깨달음이 관리실에 4곳 모두 받지 못했는데

어떡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그럼 리폼 공사를 하기 힘들다고 그랬고

깨달음이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승락받지 못한 2곳은 한 달전부터 찾아갔지만

뵐 수가 없었는데 도장(허락)을 못 받았다고

공사를 못한다는 건 너무 융통성이 없는 거 아니냐고

약간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을 했지만

완고하게 관리실 아저씨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깨달음이 이사장께 직접 자기가 얘기 하겠다고 하자

 아저씨는 개인적인 일이기에

연락처를 알려드릴 수 없다고 그랬고

이게 왜 개인적인 일이냐고 알겠다고

그럼 내가 직접 이사장님 연락처를 알아내서

일을 처리하겠다고 말하고 분위기가 약간 이상하게 흘렀고,,,,

관리실을 나왔다.

난 옆에서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고 듣고 있었다.

 

관리실을 나와서도 깨달음은 화가 식지 않았는지

이 맨션 관리사무실 총무부 전화번호를 찾았다.

아무말 없이 보고 있다가

내가 한 번 더 옆집과 아랫층에 가보겠다고

그랬더니 아니라고 리폼공사를 일주일 연장했는데

더 이상 연장할 수 없으니 강행할 것이라고

자기가 어떻게든 이사장님과 통화를 할 거라고 했다.

[ ..................... ]

아무튼, 깨달음이 목소리를 높인 덕분에?

그 날, 저녁 관리사무실 총무부에서 전화가 와서

허락을 못 받은 두 곳에는 공사내용과 공사스케쥴을 첨부해

우편함에 넣어 두시라고 그러면 될 것 같다고

그리고 예정 스케쥴대로 공사하시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 리폼 공사를 할 수 있었다. 

 

오후에 깨달음과 함께 가 봤더니

깨끗하고 말끔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관리실 아저씨에게 도장을 못 받은

두 곳에서는 승락서가 도착했냐고 물었더니

한 분은 도장까지 찍어서 관리실로 가져오셨는데

 윗층에 사시는 분은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하셨다.

그것 보라고 그런 분들이 계시는데

무조건 도장 받아오라고 하면 안 된다고, 앞으로도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까 

승락서 받는 법을 다시 한 번 생각을 하셔야할 거라고

깨달음이 관리실 아저씨에게 몇 가지 방법들을 제시했다.

관리실 아저씨는 실은 깨달음이 공사업자인 줄 알았다고

근무한지 얼마 되지 않아  주민들 얼굴을

다 익히지 못했다며 죄송하다는 말도 덧붙혔다.

 

방충망도 새롭게, 싱크대도 새 것으로, 정수기 필터도 새로 갈고

뭐니뭐니 워슈렛토 (ウォシュレット), 비데로 알려져있는

온열변기도 새것으로 바꿨다.

워시와 토일렛을 합하여 워시렛이라 부르는 변기이다.

(일본 구글에서 퍼 온 이미지)

 

입주하실 분이 되도록이면 새 집처럼 살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거의 모든 걸 새 것으로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리실에 들러

우리가 이사한 새 집 주소도 알려 드리고

세입자가 말썽 피우면 바로 연락 주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깨달음이 관리실 아저씨가

자기를 업자로 봤다면서 약간 흥분을 하길래

요즘 얼굴이 더 까맣게 타서 그렇게 보였는지 모른다고

아무튼 리폼공사가 무사히 끝나가고 있고 마무리만 남았으니

마지막날 다시 한 번 오자고 했더니

자기 얼굴 탓했다고 더 흥분을 했다.

[ ...................... ]

그냥 난 못들은 척하고 멀어져가는 맨션을 뒤돌아 보았다.  

6월 6일날 들어 온다는 외국인부부가 기쁜마음으로

 좋은 날들 만들어가며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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