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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작은 꿈

by 일본의 케이 2018.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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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깨달음이 먹고 싶다는 돌솥비빔밥을 

준비해 동그랑땡과 된장국도 함께

 보기 좋게 세팅을 했다.


너무 뜨거워서 깨달음이 돌솥집게를 잡고

열심히 비비며 누룽지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돌솥 안쪽면에 밥을 넓게 펴서 

붙이는 작업을 계속했다.


[ 역시, 비빔밥은 돌솥이야~, 진짜 맛있어 ]

[ 많이 먹어..]

[ 봐 봐, 누룽지가 아주 두껍게 잘 됐어 ~]

[ 나는 이에 끼여서 싫던데 당신은 좋아? ]

[ 응, 씹는 맛이 최고잖아~고소하고~]

오도독,오도독, 누룽지 씹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그리고 오늘 저녁, 현관에서부터 종종걸음으로

달려와서는 아주 밝은 미소로 내게

 뭔가를 쭈욱 내밀었다.

[ 뭐야? ]

[ 봐 봐, 꼬막이야, 꼬막~]

[ 왠 꼬막? 어디서 샀어? ]

[ 백화점에서 팔길래 사왔어? 나 잘했지? ]

[ 진짜네,,,진짜 꼬막이네... ]

[ 島根県(시마네켄) 특산물 이벤트 하길래 

가봤는데 팔고 있었어~ 좀 작긴 하지만 

모양이 같으니까 맛도 얼추 비슷할 것 같애]

[ 어떻게 요리하지? ]

[ 삶아서 양념 올려줘, 어머님집에서 처럼]

[ ................................ ] 

끓은 물에 삶고 있는데 주방에 와서 빼꼼이

내다보더니 삶아지면 자기에게 모두 맡기라며

양념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차분이 껍질을 까서 접시에 담아 양념을 끼얹는

 깨달음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한국 엄마집에도

 꼬막 양념 담당은 깨달음이여서인지 아주 잘했다.

[ 이 접시는 오늘 저녁에 먹을 것이고,,,,

나머지는 이렇게 양념을 올려 놓으면 더 맛있어..

아니, 먼저 먹고 해야되겠다..빨리 먹고 싶어졌어 ]


그렇게 우선 양념된 한 접시를 먹고 나서

삶아놓은 꼬막도 열심히 까 먹었다. 

[ 한국 꼬막보다는 맛이 좀 연하네..

그래도 맛있어..먹고 싶었거든,,,]

[ 꼬막이 먹고 싶었다니끼 좀 웃기다...]

[ 뭐가 웃겨? 나도 당신처럼 한국의 제철음식

먹고 싶고 그래..지금 매생이를 많이 먹는다고

생생정보에서 그랬잖아..그런 프로를 보면

요즘 한국에서는 뭘 먹는지, 뭐가 유행인지

 금방 알 수 있어, 그래서 먹고 싶어져....

이렇게 꼬막 먹고 있으니까 완전 어머님집에

온 것 같애..맛도 비슷하고..히히히 ]


그렇게 저녁은 먹은 후, 남은 꼬막을 차곡차곡 

 반찬통에 얌전히 담는 깨달음을 보고 있으니

 웃기기도 하고, 못말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내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다급하게 묻는다.

[ 당신, 왜 일찍 들어가? ]

[ 할 일이 있어...]

[ 그래?,그럼 나도 들어가야겠다...]

난 노트북을 켜고 CBS레인보우를 틀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소라의 [제발]이 흘러나왔고

 침대에 누워 마져 읽지 못한 책을 펼쳐들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한국어 책을 읽고 있다보면

이곳이 한국인지 일본인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올 해 들어, 일주일에 한권씩 책 읽기와 두개의 

자격증 따기를 내 자신과 약속을 했다.

이 나이에 공부를 아직도 한다고 주변 친구들은 

한숨을 쉬였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조급증이 

더 생겨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빠져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2시간쯤 지나, 

나지막히 노크 소리가 들렸다.

 뭐하는지 궁금해서 왔다며 얼굴을 빼꼼

 내밀고 다시 문을 닫는다.

 책을 다 읽고, 몇줄의 독서감사평을 작성한 뒤 

잘자라는 인사를 위해 깨달음 방으로 갔더니 

스텐드까지 켜놓고 도면을 치고 있었고

내가 들어온 줄도 몰랐다.

[ 깨달음, 먼저 잘게, 당신도 적당히 하고 자 ]

[ 응, 알았어.아,,그리고 나,,5년만 더 일하고 

한국 가서 살 생각이야 ]

[ 왜 5년이야? 전에는 10년은 더 할 거라 했잖아 ]

[ 음,,일이 하기 싫어졌어.그래서 요즘 직원들에게

다 맡기고 있어..슬슬 빠지려고.. ]

[ 정말, 그만 둘 수 있을 것 같애? ]

[ 응, 그냥 당신 말대로 노후를 즐기면서

하고 싶은 거 하고,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게

보람이 있을 것 같애, 5년후에 우리 둘이 그냥 

먹고 살 정도만 있으면 되겠지? ]

[그러겠지..]

[ 내 연금이랑 당신 연금으로 충분히 살겠지?]

[ 그걸로 충분할 거야.]

[ 근데,, 현금도 좀 모아둬야겠지?

 한국에서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고,

 마음껏 놀려면 돈을 좀 더 벌어야할까? ]

[ 괜찮아,,그냥 없으면 없는대로 살지..]

[ 아니야,,돈이 좀 있어야 한국은 살기 편하다고

당신이 그랬잖아..]

[ ............................... ]


우리 둘이 사는데 얼마나 필요하겠어? ]

[ 난,,정말 한국 가면 놀기만 할거니까 모든 건 

당신에게 부탁할게..실은,,혼자 생각한 건데

한국에 가게 되면 식당을 할까 해.. ]

[ 일식? 한식? ]

[ 한식은 당신이 하고 일식은 내가 하고,,

한일식당으로 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내 노후대책이고 작은 꿈이야..

일본 관광객들에게는 당신 요리를 선보이고

일식 요리는 한국분들에게 내가 소개 하면 

양국 사람들이 더 금방 친해질 수 있잖아 ]

[ 친목도모를 위한 식당이야? ]

[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친선교류같은

그런 장소를 만들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야..]

[ 뜻은 좋은데,,메뉴가 쉽지 않겠지..

음식 종류가 많은데..]

[ 나는 우동하고 라멘을 잘 만드니까 

그 메뉴 두개면 되지 않을까?  ]

[ 꽤 구체적이네. 언제 그런 생각을 했어?]

[ 서울 아파트 계약하면서 부터 생각하긴 했어..

한국에 가면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그리고 지난번 우리집에서 홈파티 했잖아..

그 때, 모든 사람들이 한국음식 먹으면서

맛있다고 좋아하는 걸 보고 더 많은 일본인들에게

다양한 요리들을 맛보게 하고 싶다는 생각과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레시피도 알리고 싶었어

양국이 서로의 음식에 관심이 많잖아..

그래서 작은 식당을 하면 참 여러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애..더 세밀한 기획은 좀 더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지만..]

[ 알았어..나도 좀 생각해 볼게..]

http://keijapan.tistory.com/1053

( 홈파티에서 일본인에게 히트 친 한국음식)



더 이상 얘기를 이어나가면 밤을 샐 것 같아 

 이쯤에서 마무리를 하고 깨달음 방을 나오는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또 한마디 한다.  

[ 나,내일은 굴전 먹고 싶은데, 굴도 제철이잖아.]

[ .......................... ]

퇴근할 때마다 꼭 뭔가를 사 들고 오는 

깨달음이지만 꼬막까지 사 오는 걸 보면 

한국에서의 생활을 머릿속에 늘 염두해 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끔 한국에서 살게 되면 우동집을 할 거란 얘긴 

했지만 그 우동집이 생계목적 아닌

한일 문화교류를 목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깊은 뜻을 갖고 있는 걸 오늘 처음 들었다.

깨달음의 노후계획에 그런 멋진 꿈과 희망이

묻어 있다는 게 왠지 고맙고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남편의 작은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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