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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일본인의 돈 계산법이 놀랍다

by 일본의 케이 2018. 9. 17.

집에 들어오자마자 미도리 짱은 패션쇼를 하듯

 빙글빙글 돌면서 자기 옷이 어떠냐고 물었다.

지난달 명동에서 여름옷 70%세일이여서

3개나 샀는데 얼마처럼 보이냐고 묻는다.

[ 음,,모르겠는데.....]

[ 한 장에 5,000원이였어.그렇게 안 보이지? ] 

[ 응 ]

[ 한국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 

이거 입고 나가면 다들 어디서 샀냐고 

멋지다고 난리였는데, 비싸게 보이지? ]

[ 응,,]

내 대답이 시큰둥해서인지 

다시 자세히 좀 보고 옷감을 만져보라며

내 쪽으로 바짝 다가왔다.

미도리 짱은 돌싱녀로 이제 40대에 막 들어섰다.

내게 한국어를 배우면서 친해졌고 귀엽고

 애교가 많지만 낯을 많이 가려서 약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임상미술 치료를

병행 하기도 했다.   

오늘 그녀가 우리집에 오게 된 이유는

내게 본격적인 한국요리를 하나씩 배우고 싶다고

했고 제일 먼저 김치 담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사서 먹는 김치를 먹을 때마다 맛이 이상하고

매번 코리아타운에 나가서 사는 것도

 번거로워서 큰 맘 먹고 김치담그기를 

체험하며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요청을 받고 전날 미리 배추를 소금에 

절여두었고 절임과정을 그녀에게 

 동영상으로 첨부해서 알려줬다. 

그리고 그녀가 쉽고 간단히 익힐 수 있도록 

모든 속재료들도 준비를 해두었다.


[ 몇 센치로 썰어야 해? 케이짱? ]

[ 어슷썰기인데...]

[ 아,,어슷썰기? 그냥 막 썰면 안 돼? ]

[ 이왕이면 어슷썰기가 좋은데 괜찮아... ]

배추 한단에 필요한 마늘, 생강, 파의 비율이

얼마만큼이며 고춧가루, 새우젓까지 모두 

재량컵으로 재서 핸드폰에 꼼꼼히 기록했다.

[ 언젠가 한국에서 굴이 들어가 있는 김치를 

먹어봤는데 그건 언제 먹는 김치야? ]

[ 겨울철 김장 때, 많이 넣어서 먹고,,,

그냥 굴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넣어서 먹기도 하고, 지역에 따라 넣기도 하고

안 넣기도 하고 그래..]

[ 나,,굴 좋아하는데 넣으면 안 돼? ]

[ 오늘은 굴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니까 그냥 담고

 11월에 김장할 때 넣어서 담그면 좋지 않을까? ]

[ 그러네..내가 미리 말을 했어야 하는데..

첫날부터 욕심을 부렸네..미안해 케이짱.]

[ 아니야,,]


잘 버무린 다음, 배추잎 한장을 들고 그 속에 

김치소를 넣는다고 했더니 우리집에 

오기 전에 유튜브에서 김치 담그는 법을

영상으로 몇번이나 돌려봤다며 생각보다 

아주 꼼꼼히 잘 버물렸다.

[ 근데..케이짱.. 이 김치 완성되면 나한테 

3포기만 줄 수 있어? ]

[ 응,얼마든지 가지고 가,,난 솔직히 필요없어..

오늘 이 수업은 미도리짱을 위한 거니까 

다 가져가도 돼 ]

[ 진짜? 가족들에게 김치 담근다고 했더니

다들 먹어 보고 싶다고 그래서 내가

준다고 약속했거든..딱 3포기만 있으면 돼.

엄마랑, 언니한테 주면 되니까.. ]

[ 아니야, 다 가져가서 친구들에게도 나눠 줘 ]

[ 진짜? ]

[ 응, 괜찮아, 신경 쓰지말고 다 가져가 ]

[ 그럼 수강료에 재료비도 모두 포함해서 지불할게]

[ 음, 그냥 재료비만 줘..]

[ 아니야,,수강료도 줘야지 무슨 소리야 ]

괜찮다고 무료니까 부담 갖지 말라고 그녀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좀 길게 설명을 했다.

[ 그래도,,케이짱한테 미안해서...]

[ 아니야,잠깐 나도 시간이 나서 하는 것이고

수강료 받을 만큼에 실력도 아니고,,]

[ 아니지..시간을 빼었잖아..나 때문에...]

난 또 다시 안 받아도 되는 이유들을 설명하고 

김치 마무리단계로 들어갔다.


미도리짱이 가져온 김치통에 차곡차곡 담아

솔솔 통깨도 뿌려주고 김치 담그기 수강이 끝났다.

[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네.케이짱이 모두 준비해 

줘서 그런지..어렵게만 생각했는데..

다음에는 부침개를 가르쳐 줬으면 좋겠어..

그 때는 케이짱이 필요없다고 해도 난 수강료

낼 거야,,..]

[ 그래..알았어..]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그녀는 걸레질을 했고

잠시 차를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녀가 김치재료들을 덮어 두었던 

반찬덮개? 를 보고는 어디서 구입했냐며

너무 예쁘다면서 하나를 자기에게

 팔 수 있냐고 물었다.

블로그 이웃님이 보내주신 준 것이여서

팔 수가 없다고 했더니 제발 하나만 

자기에게 팔아달라며 애원을 한다. 

[ 미도리짱,,미안한데..정말..이건  안 돼,

내 것이라기 보다는 깨달음이 한국 물건

좋아하니까 한국적인 걸 일부러 보내주셨어..

그래서..내 것이 아니라 깨달음 거야,,

그래서 줄 수가 없어..]

[ 나는 한국을 그렇게 자주 다녔어도 왜

 안 보였지? 남대문에서 팔아? 아님 이 마트? ] 

[ 응,,이렇게 똑같진 않지만 여러곳에서 팔아,,]

이런 보석같은 물건을 못 보고 지나친 자신이

 한심하다며 맨날 맛사지하고, 화장품 사고,

먹느라고 정신이 팔려 이렇게 예쁜 생활용품들을 

제대로 못 보고 스쳐간 자신이 갑자기 참 바보같이 

느껴진다며 한숨까지 쉬면서 자책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못했네..대학도 겨우 들어갔네.. 

이혼을 한 이유까지 얘기하며 자신을 비하했다.

그녀가 너무 풀이 죽어 있어서 한 장을 

그냥 줄까 잠깐 망설였지만 깨달음이

알면 화를 낼 것 같아서 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깨달음에게 물어보겠다고 말해 줫다.


망한 미도리 짱이 집에 갈 채비를 하길래

 고무장갑과 그린팩을 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엄청 좋아했다.

[ 이 장갑, 너무 좋아하는데..언제가 케이짱이 

줬잖아,,완전 튼튼하고 목이 길어서 설거지, 빨래

청소 등, 뭘 해도 쓰기 좋았는데..역시 케이짱은

내 마음을 잘 알아..마침 구멍나서 없었거든,,

근데..난,,왜 한국에 가서 이런 걸 사 올 생각을

못하고 옷만 입빠이 사올까,,정말 바보야,, ]

[ ........................... ]

그녀가 또 자신을 자책하길래 생활용품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을 몇군데 인터넷에서 찾아 

알려줬더니 금세 싱긋 웃는다.

그렇게 김치담기 체험수업을 마치고 돌아간

미도리짱에게서 저녁 8시무렵 전화가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강료를 내야지 마음이

편할 것 같고, 혹 내가 끝까지 안 받으면 

내일 우리집 우편함에 넣어 두고 갈 것이며 

그 다음부터 나와 만나지 않을 거라고, 

아니 미안해서 만날 수가 없다며 엄포를 놓았다.


[ 미도리짱, 한국에는 재능기부라는 게 있어..

그렇게 생각했으면 해..]

[ 맞아, 재능은 기부했다고 하지만 케이짱의

소중한 시간은 기부하는 게 아니야,

그건 그 시간을 사용한 사람이 사용한 값을

지불해야 되는 거야,,]

[ ............................. ]

친한 사이끼리 무슨 요리학원 수강도 아니고

그냥 조금 가르쳐 준 걸 무슨 돈으로 계산을

하냐고 또 똑같은 말을 난 되풀이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본인 친구들은

친구니까, 친하다는 이유로 무료, 공짜라는

입장을 불편해한다. 그걸 알기에 재료비를 받았던 

것인데 그걸로는 그녀를 납득시키지 못했다.

어느 정도는 친구로서 수용하고 받아들이지만 

친하면 친할수록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개념이 그들에게 아주 확실히 자리잡혀 있다.

 오늘 같은 경우는 내 개인 시간을 내줬다는

 이유가 가장 컸고 그래서 더더욱 수강료를 

지불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나에게 이런 건 정말 정이고, 우정이고, 

재능기부와 같은 것인데 그걸 꼭 값으로 

책정하는 게 개운치 않지만 일본인 친구들은 

계산은 계산으로 마무리 하고 싶어한다. 

그 친구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난 재능기부로 받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솔직히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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