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신앙인이었던 나는 내 본의가 아닌
불가항력적인 흐름으로 어릴적부터
엄마가 다니던 교회를 다니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렇게 크리스천이 되었다.
믿음이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엄마의 강요? 가 섞인 세례를
성인이 되고서야 받았다.
늘 내 자신에게 자문을 했던 건
난 진정한 크리스천인가, 말씀대로
살고 있는가, 말씀대로 행하려 노력하고
있는가라는 의문들이 날 따라다녔다.
그래서도 세례를 받는데 주저했지만
습관처럼 교회는 다녔고 내 필요에 의해
주님을 찾을 때가 많았다.
이곳 일본에 와서도 한국에서처럼
교회에 소속하지 않은 채로 그냥
게스트처럼 교회를 다니고 있다.
교인으로 소속되어 있진 않지만 몇년을
성실히 다니는 나에게 등록을 왜 안 하냐고
묻는 분들이 꽤나 계셨지만 그럴 때마다
난 어색한 웃음으로 대신하고
은근슬쩍 자리를 피했었다.
집사는 왜 되는 것이고 안수집사, 권사는
무슨 일을 하는지, 장로는 어떤 사람들이
무슨 역활을 하는지 흔히 교인들에게 부여되는
직책 같은 것도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랬는데 우연한 기회에 지금 다니고 있는
교회의 속사정을 듣게 되었고
일본 교회도 한국 교회처럼 파벌이 있고
권력을 행사하며 서로가 편을 갈라 정치를
한다는 걸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특히나 일본에 있는 교회다보니 일본인 외에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도 다니기에
좀 더 넓은 기독교적 사고를 가지고
있을 거라 믿었던 것 같다.
내가 지금껏 어느 교회에서도 교인으로써
등록하지 않았던 이유 중의 하나도
어느 교회나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권력다툼 같은 게 너무 싫어서였다.
겉과 속이 다르며 기독교인으로서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마음자세조차 갖지 못한
모습들이 난무해서 염증을
느꼈던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도 소속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설교가 끝나기 무섭게 끼리끼리 모여
목사님을, 장로님을, 권사님, 그리고
일반성도까지 험담을 하고 어느 줄에
서는 게 교회생활을 폼나게 하는지
혈안이 되어 있단다.
일본 교회는, 하나님을 믿는 일본인들은
그런 정치적인 행위들이 덜하지
않을까 했던 건 큰 오산이었다.
매일 눈물로 기도를 하고 매일 성경 구절을
달달 외워도 머리와 가슴이 따로 움직이는
그냥 보통의 인간들이었다.
한국보다 더 음습하게 상대를 몰아세우며
숨통을 조였다. 조용하면서 은밀하게
따돌리며 서서히 자신들의
영역에서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마태복음 7장 3.4절
흔히들 교인들이 무언가 잘못을 하면
[ 교회 다닌 사람이 그러면 안 돼 ]
라는 말을 자주 한다.
집단이 모인 조직사회에서는 동서양,
국적불문하고 인간의 사약한 본능이
신앙으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증거를 보는 듯 해
뒷 맛이 참 씁쓸하기만 했다.
참 기독교인, 진실한 크리스천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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