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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우리는 모른 채 살아간다

by 일본의 케이 2024.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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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 말이면 자영업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함께 즐기는 축제의 하나인

도리노이치(酉の市)를 찾았다.

출근을 한 깨달음은 작년에 산 쿠마데(熊手)를

약속시간에 맞춰 가지고 오기로 했다. 

신주쿠 (新宿)에 있는 하나조노진자(花園神社)

주변부터 포장마차가 즐비했다.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뒤편으로 돌아갔는데

참배를 올리는 바로 옆 자리에서

작년에 구입한 구마테를

처분하기 위해 창고 같은 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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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데(熊手)는 갈쿠리가 곰발바닥 모양으로

생겨서 붙여진 이름으로 갈쿠리로

돈을 긁어 모은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이 갈쿠리는 벼, 매화, 거북이,

엽전, 금덩이, 잉어, 쌀가마, 송학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을 하고 사업번창, 장수, 금전운,

명예, 교통안전,가내평안 등,, 자신들이 원하는 

소원들을 담아 마음에 드는 구마테를

 찾아 구입한다.

구마테도 일종의 행운을 불러오는 물건인

엔기모노(縁起物)로 인식하기  때문에 

금액을 깍거나 싸게 사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흥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늘 우리가 구매하는 곳에 갔더니 기다리고

있었다며 새롭게 구성한 뉴 쿠마데를 보여줬다.

매년 회사 천장과 연결해 걸었는데

이번에는 탁자에 올려놓을 수 있는 받침이

있는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는 깨달음.  

기분 좋게 지불을 하고 바로 빠져나와

깨달음은 다시 택시를 이용해 사무실로

돌아갔고 난 가까운 야키도리야에서

혼술을 시작했다.

 

거의 15년을 넘게 매년 거금?을 주고

쿠마데를 살 때마다

쓰잘대기 없는 짓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지만 요 몇 년 전부터는

그냥 사업하는 깨달음이  한 해 동안

정신적,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다면 

그깟 백만 원이 넘지 않으니 기쁜 마음으로

사주자고 생각을 바꿨다. 

빈 속에 마시는 와인은 쓴 맛이 더했다.

그러고 보면 일본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물건들이 참 많다. 행운이라는 단어와

연관되는 건 네입 크로버가 전부라 생각했던

내가 이곳 일본에 와서 관광지뿐만

아니라 하다못해 편의점에서도

귀엽고 다양한 캐릭터로 만들어진

행운 상품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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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에서 모시고 있는 신께서 지켜준다는

오마모리(お守り)를 어릴 적부터 가방이나,

지갑에 넣고 다니는 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전혀 행운과 무관하게

생긴 것들조차 액운을 막아주고,

금전운을 올려주며, 건강을 지켜준다는

문구를 넣어 판매를 하고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일본의 신사에 가면 

그 지역과 동네 주변 특성에 맞춘

맞춤형 오마모리들이 다양하다.

쿠마데도 역시 행운을 불러오는

엔기모노 (縁起物)에 속하니 사람의

마음에 믿음을 심어주는 건 분명하다.

특히나 세상의 모든 신을 믿는다는

깨달음에게는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특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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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아이를 원하는 부부들에게 

좋은 대학에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사업번창을 꿈꾸는 사업가들에게

애인을 만들고 싶은 솔로들에게

몸과 마음이 건강치 못한 이들에게

돈벼락을 맞고 싶은 가난한 자들에게

부적이 들어있는 오마모리와 여러

행운 상품들은 인간의 원초적으로 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연약한 마음에

희망이라는 불씨를 심어주기엔 충분하다.

잘 될 거라고, 소원이 이뤄질 거라는

믿음으로,,,

 

배가 고픈 건 아니었는데  와인과 닭꼬치가

생각보다 조화로운 맛에

술이 계속해서 들어갔다.

깨달음이 돌아왔을 때 나는 와인을

세 잔 째 비운 상태였다.

숨을 헐떡이며 들어온 깨달음이 

앉기도 전에 생맥주를 달라고 했다. 

[ 늦어서 미안, 나오려는데 요시다가

수정한 도면을 내밀어서.. ]

[ 괜찮아,,]

[ 오늘 고마웠어. 매년 그렇지만,,

갈수록 디자인도 세련되고

멋져지는 것 같지? 쿠마데? ]

[ 응,, 당신 마음에 들었어? ]

[ 당연하지, 얼마짜린데.. 히히 ]

뭔가 어색한 미소를 짓더니 맥주를 마셨다. 

 

[ 당신은 행운이나 길조를 부르는 상품들을

믿는 편이지? ]

[ 믿는다기 보다는 그냥 뭐랄까,,

기분 탓이겠지만 가지고 있으면

좋은 기운이 올 것 같고 그래..]

나는 네입크로바 얘길하며 아까 전에

혼자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물었다.

[ 맞아, 네입 크로바와 같은 거야, 

꼭 행운이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냥 뭔가 희망적이지 않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

 복권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지만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어서 좋단다.

 

일본의 배려문화는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한 잔 하러 주방에 갔는데 싱크대 옆에 흰 종이가 놓여있었다. 아침을 수제비로 부탁한다는 메모였다. 한번 훑어보고는 물컵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와 다시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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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술을 또 한잔씩 주문하고 깨달음이

지난주에 연말 복권을 샀다면서

자기 방에 가장 좋은 장소에 모셔놨단다.

난 최근에 읽은 책 얘길 해줬다.

어느 한 사람이 자기 마당에서 열심히

네입 크로바를 찾고 있는데 밖에서

초인종이 계속 울렸다. 하지만 그 사람은

 네입 크로바를 찾는 데 너무 열중하느라

초인종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무작정 떠난 오사카에서,,,

깨달음은 거실에서 조용히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아침을 준비하려고 주방으로 가는 날 힐끔 쳐다보면서 오늘도 찜통더위가 계속될 거라고 했다. 에어컨 온도를 25도로 낮추고 아침식사를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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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이 지난 후, 주인이 나오길 기다리며

초인종을 계속 눌리던 행운의 여신은

그냥  뒤돌아서 갈 수밖에 없었다.

내 얘길 가만히 듣고 있던 깨달음이 

[ 오메, 오메  ]라고 탄식을 했다.

 

일본 온천에서 꼭 지켜야 할 것

약 10일간의 긴 연휴 마지막 날깨달은 오전 중에 회사에 일이 있어 나갔고 나는 혼자 교회를 마치고지인분을 만났다. 자폐가 있는 자신의 딸을 내가 예뻐하는 게늘 고마웠다며 식사를 한 번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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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조금만 좋은 일이 생기면

횡재했다. 천운이다, 복 받았다.

재수가 좋다. 운이 좋다며 길운이라

말하고 반대로 조금만 일이 안 풀리면

악재다, 악운이다, 재수가 없다며 푸념한다.

하지만, 행운은 늘 가까이 있었고

앞으로도 주변에서 맴돌 것이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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