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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해외 거주자를 둔 가족들 마음

by 일본의 케이 2015.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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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작은 언니와 둘째 딸, 그리고 엄마가 갑자기 동경에 오셨다.

너무 갑작스러운 방문이여서 우리도 대처를 못했고

언니네도 느닷없이 오게 되어서

우리에게 미리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였단다.

이렇게 급하게 오게 된 이유는 올 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활동을 했던 둘째 조카의 취직이 갑자기 결정되는 바람에

 5월에 느긋히 올려고 했던 일본여행을 급하게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거기에다 엄마도 서울에 일이 있어 올라오셨다가

생각지도 않게 같이 오게 되었단다.

너무 급작스러워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하다가

그래도 뭔가를 보여줘야 할 것 같아 급하게

여기저기 알아보고 예약한 곳이 야카타부네였다.

야카타부네는 배 위에서 식사와 연회를 즐기는

지붕과 좌석이 마련된 배를 뜻한다.

에도시대에 귀족들이 밤 바다 위를 유유히 떠다니며

풍유를 즐기는 연회장소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일단, 배 안에 들어서자 지정된 각 테이블에

사시미와 요리, 음료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2시간의 연회시간...

막 튀겨낸 각종 덴뿌라를 스탭들이 부지런히 승객들 접시에 올려준다.

식사를 하며 음료(무제한)를 즐기는 기분이 색다른 느낌이였다.

 

가라오케 기계에서는 [사쿠라]라는 노래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기분좋게 불어오는 강바람과

마침 벗꽃이 피기 시작해서인지

스카이트리가 유난히 멋지게 보이는 밤이였다. 

깨달음은 조카에게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데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직이 되서 잘 됐다며 거듭 칭찬을 했다.

 

다음날은 간단하게 온천을 즐기자는 뜻으로

오다이바에 있는 오오에도 온천에 들렀다.

 

이곳은 동경내에 있다는 장점도 있고

일본에 처음오는 친구들, 후배들, 모두가 좋아했던 곳이다.

온천도 하고, 맥주도 한 잔씩하고,,,

제대로 된 온천에서 하룻밤 묵었어야 하는데

준비를 못해 죄송하다고 깨달음이 많이 미안해 하자

아니라고, 갑자기 와서 폐를 많이 끼친다고 언니도 미안해 하고,,,

 

 초밥이 먹고 싶다는 조카의 요청으로 초밥집에서

 깨달음이 졸업및, 취업축하로 이니셜이 세겨진

 볼펜, 샤프세트를 건네고

우린 리무진를 타기 위해 신주쿠로 나갔다. 

 

너무도 짧은 일정이여서인지 뭘 해 줄 수도 없었던 시간들이였다.

금세 지나가버린 이틀이였는데 괜찮았냐고 물었더니

조카는 그냥 직장인이 되기 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 왔는데 이모랑 이모부께

신경쓰이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우린 우리대로 이사하고 나면 제대로 모시겠다고

죄송하다는 말을 몇 번 드리고

리무진에 올라타는 엄마에게 깨달음이

[ 또 만나요~]라고 안아 드리자 엄마가 참으셨던 눈물을 보였다.

리무진이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드는 깨달음...

난 애써 외면을 했다. 

 

만나면 반가우면서도 헤어짐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에서 헤어질 때와는 달리 이렇게 일본에서 헤어지면

또 다른 서운함과 허전함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를 두고 떠나는 가족들도 맘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리무진이 떠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깨달음이 자꾸만 뒤를 돌아 멀어져가는 리무진을 보았다.

아무것도 준비 못해 드려서 마음이 안 좋다고

이사하고 나면 정식으로 초대해서 편히 쉬었다 가시게 하자며

근데 나한테 왜 안 우냐고 물었다.

울면 주체를 못할 것 같아 참는 거라고

아쉬움과 죄송한 마음은 다음에 오셨을 때

멋지게 보여드리자고 대답하고

 난 집에 와서도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해외 거주자를 둔 모든 가족들 마음이

얼마나 애처로운지 당사자들만이 알 것이다.  

이곳에 남겨진 나도, 떠나는 가족들도

가슴이 먹먹한 건 마찬가지기에 내가 눈물을

보여선 안 될 것 같아 울지 못하는 그 심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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