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주년 기념으로 휴식을 떠났다.
두바이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난 부족한 잠을 청하기 위해
탑승하자마다 블랑켓을 목까지 올려서
취침 모드를 만들었다.
아침형 인간인 깨달음은 시차를 의식하지
못한 건지 전혀 피곤해 하지 않았다.
이륙을 하고, 채 한시간도 지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승무원 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살며시 뜨고 옆 좌석 깨달음은 봤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오만 인상을 찌뿌리고 있다가
내가 일어난 걸 알아채고는
잽싸게 화면을 가르켰다.
[ 뭐? 영화? ]
[ 응,,한국영화..]
[ 근데, 왜? ]
[ 슬퍼,,,]
그러더니 영화 카다로그를 펼치며 제목
[덕혜옹주]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 응,,,나는 봤어,,]
승무원이 뭘 마실 거냐고 묻는다.
[ 맥주 주세요 ]
깨달음은 와인을 주문했다.
배도 더부룩하고 그리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깨달음이 내 식판을 펼쳐 놓아서
저녁인지, 아침인지 알 수 없는 식단을
받고 다시 눈을 감았는데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 흐흐흐,,,흐흐흑,]
[ 울어?]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깨달음이
마스크를 눈까지 가리고 눈물을 닦았다.
[ ......................... ]
[ 뭐가 슬퍼? ]
[ 크라이막스,,,,한국에...못 가고...]
말을 못 잇더니 마스크로는 흐르는
눈물을 감당할 수 없었는지 급기야 손수건을
꺼내 닦기 시작했다.
[ 뭐가 그렇게 슬퍼? 이 영화 그렇게 안 슬픈데
그만 울고 밥 먹으면서 봐,,,]
[ 당신은 밥이 넘어 가?]
[ .............................. ]
[ 나는 너무 슬퍼서,,,밥을 못 먹겠어..]
[ 나도 비디오 봤어..근데 별로 안 슬프던데,,
다른 한국사람들도 그렇게 안 울었을 걸,,.]
[ 역시,,,피도 눈물도 없어,,,당신은,
봐 봐,,지금 덕혜공주를 모셨던 하녀가
만나러 찾아왔잖아,,죄송하다고,,,,]
[ .......................... ]
깨달음의 슬픔이 극에 달하면서
울음 소리가 커져가자 식사하던
옆 좌석의 부부, 화장실 가던 아저씨가
깨달음과 나를 번갈아서 애리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 조용히 좀 해,다 쳐다보잖아,,]
[ 조국에,,이제서야 갈 수밖에..흐흐흐,,]
이미 깨달음 귀는 막힌 상태였고
울면서 뭐라고 말을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수건으로
입을 틀어 막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 ............................... ]
그렇게 하녀와 상봉 신이 끝나고,
덕혜공주가 한국 생활할 수 있었던 모습,,
그렇게 영화가 끝나자 깨달음이
두 손을 이마에 공손히 모아 올리더니
[ 죄송합니다.한국,,죄송합니다.흐흐흑,,]
하면서 또 울었다..
[ 그만 울어...]
왜 일본이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너무 못 된 짓을 했다고 하더니만
이번엔 내쪽을 향해 자세를 바로 세우고
다시 두 손을 이마에 대고서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또박 또박한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 한국, 죄송합니다. 케이씨,,미안합니다 ]
[ 알았어...당신 마음 알았으니까 그만 울어..
당신이 너무 우니까 나도 슬퍼진다...]
[ 일본이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한국에서는 왜 안 받아줬을까..
대한민국의 마지막 황녀가
한국땅을 다시 밟기까지 37년이 걸렸어,,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가 그대로 느껴져,,
얼마나 조국에 가고 싶었겠어...
한일관계가 이렇게 뿌리깊게 뒤엉키고
섥혀있어서,,그래서 한국사람한테 한을
만들었나 봐,흐흐흑,,한국사람의 한이
깊어진 것도 다 그런 역사들이였겠지...
일본인인 한 사람으로써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흐흐흑,,]
[ 이해했으면 됐어. 당신이 눈물로 사죄를 하니까
나도 여러 생각이 드네, 진정하고 이제 밥 먹어 ]
[ 못 먹겠어,,,그냥 술 마실래...]
그 이후로 깨달음은 레드와인을 한 병 더 마셨고
깊은 한숨을 섞어가며 일본인으로써 미안한
마음과 넋두리 같은 소리를 나에게
계속해서 했던 것 같다.
내겐 그냥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 영화 한 편으로 느껴졌지만
깨달음에게는 한국의 역사 속에 자리잡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가 슬프고도
아프게 다가온 듯했다.
난 그의 얘기를 들으며 잠이 들었던 것 같고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다시 눈을 떴을 때
과자를 먹으며 와인을 마시고 있던 깨달음이
이번에는 [럭키]라는 영화를
보며 킥킥 거리고 있었다.
[ 잠 좀 자야 되지 않아? .]
[ 이 영화 너무 재밌다,,웃겨 죽겠어.]
다들 잠을 청하기 시작했는데
깨달음은 이번엔 너무 웃겨서 킥킥거리느라
잠을 안 자고 있었다.
아까는 그렇게 통곡을 하고 울더니
이제는 배꼽을 잡고 웃는 깨달음...
참 단순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생각을 하며
난 다시 잠이 들었다.
눈물이 범범이 된 얼굴을 하고 또렷한 한국어로
[ 한국, 죄송합니다]라고 했던
깨달음의 슬픈 얼굴을 상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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