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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귀국을 권할 수밖에 없는 나

by 일본의 케이 2015. 2. 4.

 

후배와의 약속시간까지는 좀 여유가 있어 한국 슈퍼에 들렀다.

조미료를 사려했던 건 아닌데 깨달음이 조미료의 이름이 재밌다고 들고 한참을 쳐다봤다.

뒷면에 적힌 제품의 원료등을 천천히 읽어보다

[다시다] [다시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웃기단다.

 

늘 그렇듯 이곳에 오면 혼자서 열심히 장을 보는 깨달음.

일본어 표기가 잘 되어 있어서인지 내 설명이나 번역이 필요치 않다.

신라면를 바구니에 넣고, 과자를 넣었다 뺐다 몇 번 하더니만

 결국엔 하나도 사지 않고 나오길래 왜 안 사냐고 물었더니

이달 말에 한국 가면 그 때 이것저것 왕창 사올 거라고 그래서 참았단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내 눈치를 보며 몇 번을 들었다 놓았다 했던 건

김밥, 지지미, 양념통닭 3종세트메뉴였다.

 오늘 후배랑 만나는 곳이 닭집이 아니였으면 샀을 거라며 슈퍼를 나왔다. 

 

후배를 만난 곳은 신짱이라는 통닭집.

깨달음은 양념통닭을 후배는 후라이드를 좋아해서 이 가게는 우리들의

 만남의 장소로 유용하게 사용되는 고마운 가게이다.

 

난 콜라가 마시고 싶었지만 깨달음이 내 주문은 못들은 척하고

막걸리를 시켜서 자기가 맘대로 배분해 주었다.

오늘 이렇게 후배와 만난 것은 후배가 1월달을 끝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었다.

 반은 자의, 반은 타의에 의해...

회사 그만 둔 걸 축하하는 의미로 일단 건배를 하고,,,

8년동안 후배가 살아온 일본생활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에 들어간 후배.

사회 초년생으로써, 그리고 외국인으로써의 직장생활이 결코 만만치 않았고

좋은 점보다는 여느 직장인들이 겪는 애환보다

좀 더 우울한 경험들이 많았지만 모두 잘 이겨냈었다.

 

워낙에 긍정마인드의 소유자여서 늘 웃고, 늘 미래지향적였기에

견딜 수 있었다고 이해는 하지만

후배가 회사를 관 둔다는 소릴 들은 후부터 

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얘길 계속 했었다.

내가 알고 있는 후배의 8년,,,,뒤돌아보았을 때

이곳에 굳이 남아야할 이유가 없음을 느꼈기 때문이였다.

후배 역시도 갈등은 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있어 일본에서의 8년이 결코 녹록하지 않았고

정신적으로도 피곤했었음을 알고 있기에....

하지만, 이제 서른에 접어든 그녀의 나이, 한국 경기, 취업등등 

한국에 돌아간다고 해서 지금의 일본생활보다 더 나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

쉽게 마음의 결단을 못내리고 있는 듯했다.

 

귀국만이 최선책이 될 수는 없지만

서러움을 당해도 내 나라에서 당하는 게 낫고,

배고픔도 내 나라에서 배고픈 게 더 낫고,

아파도 내 나라에서 아픈 게 더 낫고,

욕을 얻어 먹어도 내 나라사람에게 얻은 먹는 게 낫고,

구박을 당해도 내 나라사람에게  당하는 게 낫다고,,,,,

결국엔 내 나라, 내 가족, 내 형제만이 날 안아 주는 것이라고 

더 이상 슬픈 기억들을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함을 전했다.

타고나길 큰 그릇으로 타고나서 어떤 불합리적이고 불이익을 당해도

지혜롭게 헤쳐나가고 웃고 넘어가는 여유를 보였지만

 그런 여유도 지금까지의 8년이면 족하다고 더 이상 웃으며 이해하고

받아 넘어가기에는 마음에 상처가 깊어질 것 같으니

이쯤에서 돌아가는 게 낫겠다고 난 오늘도 그녀에게 귀국을 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깨달음은 후배가 선택할 사항이라고 후배의 인생이니까

 스스로가 결정하게 그냥 지켜 보라고만 한다.

내가 가슴 아파하고 답답해 하는 이유는 충분히 알지만

선택은 그녀에게 있다고, 어떤 선택을 하던 그녀의 운명이고

그녀만의 삶의 방식이라는 게 있다고 그러니 그냥 지켜만 보라고,,,

난 이런 소릴 하는 깨달음을 볼 때마다 차갑다기 보다는

 제 3자입장을 끝까지 고수하는 거리감을 상당히 느낀다.

조언이나 어드바이스 방향성조차도 제시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는 방관자처럼....

깨달음 말처럼 그녀의 인생이기에 선택도 그녀의 몫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짓밟힌 그녀의 프라이드를 이젠 그만 보고 싶어진다.

그녀가 잃어버린 프라이드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난 계속해서 귀국을 권장할 것같다.

가까이서 보기엔 너무 잔인했고 너무 혹독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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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좋은 글 쓰라는 격려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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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04 09:23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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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씨아저씨 2015.02.04 11:17

    그후배분도 돌아오기가 쉽지않을듯~~~
    정말 8년을 견뎌냈으면 많이 견뎌낸건데 소득이 없다면~~
    답글

  • 지후아빠 2015.02.04 11:43

    모르겠습니다. 전공 및 분야가 어떤 쪽인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도 쉽지 않아서...
    2009년 연세대 졸업자 중 49%가 비정규직으로 취업을 했다는 기사가 있었서 모두들 놀랐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더 안좋으니 말이지요..
    건투를 빕니다.
    답글

  • 징징이 2015.02.04 11:56

    혹독한 아픔이 느껴지는데 타국에서 겪는 아픔은 상상이 가지 않아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 이야기하실까 싶어 쓰립니다.


    답글

  • 도플파란 2015.02.04 12:23 신고

    한국도 불경기인데 ㅜㅜ 선택은 그분이 하시겠지만... 귀국하더라도 일할 곳이 있을때 귀국하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답글

  • 늙은도령 2015.02.04 12:52 신고

    사람은 일정 나이에 이르면 자아가 확고해져 바꾸기 힘듭니다.
    인생은 언제나 스스로의 몫이 있기 마련이지요.
    가까운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조언을 할 뿐이고요.
    물론 남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깊이가 있는 사람이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한국의 상황도 많이 나쁩니다.
    제가 아는 한 IMF보다 힘들어질 것입니다.
    나름대로 경제관련 서적을 많이 읽어 전체를 보는 눈은 있습니다.
    어지간한 재벌에 임원으로 있는 친구들과 삼성그룹 임원인 동생, 비슷한 위치에 있는 형처럼 제 선후배, 친구들이 나름 성공했는데 입사한 이후 가장 힘들다는 말을 합니다.
    저는 스티글리츠와 생각을 같이 합니다.
    이 상태로는 절대 오래가지 못합니다.

    물론 일본이란 나라의 저력이 워낙 커서 성숙경제만 잘 활용해도 일본은 선진국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때문에 일본도 비정규직, 니트족 등등 고용조건이 나빠졌지만 서로 나누고자 하면 언제든지 부유하게 살 수 있는 나라입니다.

    고향이 제일 좋기는 한데....
    대한민국의 현재는 바우만의 <유동하는 공포>에 접어든 느낌입니다.
    앞이 안 보입니다.
    답글

  • 김동일 2015.02.04 13:03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입니다
    더 나이가 드신 후에 오신다면 이도저도 할 수 없는 나이
    빠른 결정 많이 최선인듯 합니다

    젊어서 하루는 늙어서 십년보다 나으니가요.

    한국은
    오늘이
    입춘대길 건양다경
    답글

  • Danielle 2015.02.04 15:23

    처음으로 댓글 달아봅니다...ㅎ
    저는 대학원졸업하고 필리핀에서 7~8년 일하면서 살다가...
    귀국해서 이제 한국에 정착한지 4년되어 갑니다...
    그런데 저는 귀국한 걸 후회해요....
    한국이 너무 이상해져가고 있어서...
    나이가 조금만 더 젊다거나...아니면 그사이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쉽게 훌훌 국내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나갔을 것 같아요....ㅠ
    답글

  • 레몬구리 2015.02.04 16:38

    걍 막 힘이 드네요 맛나거 먹고 힘내고 싶어요ㅜ
    답글

  • 2015.02.04 17:29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해피마마 2015.02.04 18:40

    울남편이 일본에서 유학했다가 졸업하고 귀국한 다음에 일본 회사의 한국지점에 다니는데 전에 일본 본사에서 일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아본적이 있었어요.. 본사가 제 친정에서도 그리 멀지 않았고 저한테도 좋은 조건이었지만 결국 제가 거절을 했습니다. 유학했을때 남편이 적지 않은 무시를 당하는 모습을 보았었고 가면 또 그런일이 있을까봐. 남편은 그런일은 얼마든지 견딜수 있다고 했는데 그런 꼴을 제가 안보고 싶었어요. 차라리 전업주부인 제가 외국살이를 하는게 낫지 직장 다니는 남편한테는 기죽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더라고요.. 남편은 일본도 좋아하고 경력도 쌓고 싶어했는지 모르겠지만요^^;; 여러 선택이 있을수 있지만.. 케이님의 말.. 욕먹어도 자기 나라에서 욕먹고.. 에 아주 공감이 갔어요~~~ 그때 제 마음이 그랬었거든요...^^;;
    답글

  • 2015.02.04 19:24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민들레 2015.02.04 21:35

    충고나 조언은 해주어도 결정은 본인이 하는것이지요
    케이님에게 의논한 만큼 아마 케이님 말을 듣지 않을까 싶어요~

    겨울과 붐이 교차하는 요즘이 감기환자가 가장 많다고 했으니
    항상 건강관리 잘하시기 바래요

    답글

  • 맛돌이 2015.02.05 11:50

    후배 분 타국 일본에서의 삶 녹록치 않았나봅니다.
    좋은 결과 있길 빌어봅니다.
    답글

  • 허영선 2015.02.05 16:23

    참... 안타까운것 같아요. 무언가 말해주고 싶은데 털어놓은 사람보다 고민을 듣는사람이 더 복잡해져서 아무말도 못할 때가 있거든요. 후배분을 위한 마음이 케이님과 깨달음님 두분 다 같으실거에요. 다만 표현이 다를뿐.... 한국사람들은 다른사람에게 고민거리를 털어놓는걸 잘 못하죠. 그대신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시작하면 무언가 결정적인 답을 듣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내 맨토에게 좋은 의견을 듣고 본인의 결정에 중요하게 참고 하려구요. 아니면 내 결정과 다르더라도 그 부분을 잘 생각해 두려고... 후배분이 케이님과 꺠달음님을 만나고 나서 더 깊은 고민을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쓸데없는 고민이 아니라 말그대로 더 신중하게 고민을 생각하게 될거에요. 좋은 말씀 잘 해주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깨달음님은 여전히 한국음식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달 말에 한국에 오셔서 드시고 싶으신것 마음껏 드시고 가세요~~~~~
    답글

  • 채영채하맘S2 2015.02.05 21:54

    결정은 후배님이 하는 거죠. 케이님이 마음에서 우러러 나온 조언이라는 걸 그 후배도 잘 알거에요. 너무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도 이젠 깨달음님 말씀처럼 이젠 지켜보심이 좋지않을까해요. 후배를 생각하는 좋은 마음에 해주시는 조언인걸 알지만 볼때마다 그 이야기라면 후배분도 처음에는 날 좋게 생각하고 아껴주는 구나하지만 자꾸 반복되면 진짜 날 생각해서 하는 말인가 의심이 들수있어요
    답글

  • 2015.02.06 09:20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스타럭키 2015.02.06 17:30 신고

    재밌게 사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남편분이랑 함께 고민해보세요~^^
    답글

  • 흐음 2015.02.06 22:58

    후배분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시더라도 그동안 힘드셨던 일들 다 잊으실 수 있을만큼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빕니다.
    모르는 분의 이야기지만 제 주변 이야기처럼 느껴지네요. 모든 해외생활자 분들이 어떤 선택에서도 결과적으론 행복하실 수 있길 빕니다.
    답글

  • 이지은 2015.02.07 01:50

    저도 후배분과 비슷한 또래이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현재 구직을 하는 입장에서, 후배분이 어떠한 직종에서 일하셨는지도 어떠한 불합리한 일을 겪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현재의 한국도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라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케이님 말씀처럼 어떤 일이든 내나라에서 겪는게 더 나을수도 있는거긴 한데 일본에서 사회생활을 오래하신 분이라 아마도 쉽게 결정을 못하실 것 같아요. 저는 해외에서의 사회경험은 없지만 한국에서만 살아도 여자나이 서른이 되니 뭐랄까... 직업이든 뭐든 선택의 폭이 점점 좁아지는걸 느껴서 고국으로 돌아와 다시 시작하시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비슷한 또래라 더 그런 생각이 드는것 같아요. 물론 앞일은 모르는거고 결국에는 깨달음님 말처럼 결정은 후배분의 몫이니까 후배분께서 본인에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결정하셨음 좋겠어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