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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남자들도 잔머리를 쓴다.

by 일본의 케이 2015. 1. 30.

 

 병원에 도착하고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내 번호가 불리어졌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주치의가 밝게 웃으며 하신 첫마디였다.

 그러고 보니 올 해 들어 처음 인사를 드린다.

먼저 체중부터 묻고, 머리카락 상태를 체크하고,

지난달 혈액검사 결과를 말씀하시고 다음달 예약시간을 입력하셨다.

그렇게 진찰이 끝나고 일어서려는데 [잘 드시죠?]라고 물으셨다.

[ 네,,, 잘 먹고 있어요]

[그래요, 잘 드셔야 됩니다. 그럼, 다음달에 또 봐요]  

 

병원문을 나서며 깨달음에게 검사결과를 보고하고

난 서점에서 책을 하나 사 집으로 돌아왔다.

퇴근 전인 깨달음에게 저녁메뉴는 뭘 먹을 건지 물었더니

삼겹살 먹고 싶다고 고기는 자기가 살테니 야채만 준비해 달라기에

몇가지 사서 준비를 해두었다.

퇴근한 깨달음 손에 들린 건 흑돼지라는 삼겹살과 새우, 굴이였다.

 

삼겹살 먹고 싶었냐고 물었더니

오늘 내가 병원가는 날이기에 저녁엔 삼겹살로

몸보신을 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아침부터 했었단다.

난 솔직히 삼겹살이 그렇게 먹고 싶지 않았다.

요며칠 또 식욕이 감퇴 되어서 잘 먹질 못했고 쥬스와 과일들만 먹었다.

그걸 알고 있어서인지 고기를 사 온 것 같다.

 

그렇게 고기를 굽고 몇 점 먹더니 깨달음이 내 눈을 천천히 쳐다보며

자기 의자 뒤에서 막걸리를 꺼내 앞뒤로 막 흔들기 시작했다.

[ ........................... ]

오늘 슈퍼에 갔더니 돼지고기 시식코너에서 와인도 함께 팔더라고

그런데 그 옆에 한국 막걸리도 올려져 있길래 같이 사왔다고 막걸리 잔 좀 주란다.

막걸리도 전용 막걸리잔에 먹어야 하는 깨달음.

잔을 가져다 줬더니 나보고도 한 잔 하란다.

아니라고 난 사양하겠다고 그랬더니

막걸리 한 잔 하면서 삼겹살을 된장에 발라 먹으면 입맛이 살 거라면서

된장을 듬뿍 찍은 삼겹살을 한 점 권해준다.

고마워서 당신은 원래 이렇게 사람이 착했냐고 물었더니

망설임도 없이 당신이 또 아프면 자기가 간병해야 할 것 같아서

미리 아프지 않게 예방차원에서 하는 거란다.

[ ........................... ]

당신의 그 한마디에 애정이 싹트다가도 도망가게 생겼다고 쏘아부쳤더니

혹시 당신이 재발하면 간병 잘할테니까 걱정말고 어서 삼겹살 먹으라고 또 한 점을 싸준다.

참,,,알다가도 모를 깨달음이다.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며 친절함 속에 감춰진 계획이 있음을 알았고

 사랑인 듯 하면서 계산된 애정표현이 아니였는가 의구심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남자,,, 은근 모든 게 계산적인데가 있다.

여자들만 잔머리 쓰는 줄 알았는데 남자들도 잔머리 쓴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이 남자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남자들도 다 똑같은 것 같다.

 

*공감을 눌러 주시는 것은 글쓴이에 대한 작은 배려이며

좀 더 좋은 글 쓰라는 격려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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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30 12:42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2015.01.30 13:22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그린스무디 2015.01.30 13:39 신고

    푸짐하네요 거기에 막걸리까지!! 깨달음님 뭘 좀 아신다는.ㅎㅎㅎㅎ
    케이님, 맛있는거 많이 드시고 건강해지자구요!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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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니스 2015.01.30 15:42

    참 솔직하구 현실적인 대답을 하셨네요. 부럽네요
    답글

  • 시월 2015.01.30 16:42

    에이..겸연쩍어서 그리 말씀하셨겠죠.
    왜 입맛을 잃으셨을까요? 곧 봄이 올거라 그런가봐요.
    억지로라도 잘 챙겨드세요. 몸 아프면 제일 불편한게 본인이잖아요.
    요리블로그나 맛집검색이라도 하시면서 입맛 찾으시길 바라요.
    글 잘 읽었습니다 ^^
    답글

  • Chris (크리스) 2015.01.30 18:25 신고

    남자들은 다 비슷하네요.
    제 신랑도 그런걸요.

    답글

  • 민들레 2015.01.30 18:48

    그러니
    아프지 마세요~ㅎ
    삼겹살 많이 드시고 깨달음님의 진정한 사랑으로 받아주세요

    답글

  • 擦れ違い人。 2015.01.30 19:47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답글

  • 2015.01.30 22:36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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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랑가재 2015.01.30 23:41 신고

    저도 아내한테 잔머리 쓸 때 있지만,
    남자의 잔머리는
    좀 미련한 것 같아요.ㅎ~
    답글

  • 데이지 2015.01.31 00:36

    정말 훈훈한 부부시네요. 노처녀인 저는 언제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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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oyo83 2015.01.31 00:49

    맛있는것 많이많이 드시고 얼른 입맛돌아오시길 바래요~~^^*
    답글

  • 채영채하맘S2 2015.01.31 01:12

    아프지마시라는 귀여운 협박인데요. 입맛없으시더라도 잘 챙겨드세요
    답글

  • 파아란기쁨 2015.01.31 10:56 신고

    행복이 가득한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와요^^
    답글

  • 도플파란 2015.01.31 16:26 신고

    하하 ㅋㅋㅋ 그럼요 ㅎㅎ 남자도 잔머리 잘 굴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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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지 2015.02.01 11:45

    베스트공감의 버튼수가 왜 높은지 오늘 이해했어요!
    제가 분명 며칠 전에 이 훈훈한 글을 읽으며 공감 버튼을 눌렀거든요, 그리고 며칠 후에 다시 와서 또 글을 읽으면서 아 훈훈해 하고 공감 버튼을 또 누른거예요. 그니까 케이님의 글들에 저는 분명 각기 다른 날에 두번씩 읽으면서 무의식적으로 공감버튼을 두번 누른셈이네요. 에고 죄송해요. . .
    답글

  • 2015.02.01 14:37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위천 2015.02.03 12:24

    잔머리를 쓰는게 아니고, 깨달음님이 이미 한국화 되어서 표현하는 방법도 한국 남자와
    같은 것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드네요
    저도 그런식으로 표현 했다가 집사람이 삐친 경우가 있거든요
    의심하거나 의아해 하지 마시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같이 애정 표현을 해 보세요 더 좋은 반응이 나올 듯 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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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은도령 2015.02.05 15:49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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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심한심양 2015.02.06 11:37 신고

    우리로 치면 경상도 남자 같은 스타일 아닐까요..? 좋아 보여요~^^
    그 와중에 상차림이 예쁘네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