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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갑자기 한국 이름을 만든 깨서방

by 일본의 케이 202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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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사서 딱 한번 사용했던 재봉틀을

버리기엔 약간의 미련이 남았지만

그냥 스티커를 붙였다.

여름용 좌식의자도 너무 멀쩡한 상태이지만

버리기로 했다.

깨달음은 오전 내내 자기 방에서 도면을 치느라

거실로 나오지 않았고 난 쓸데없는 것들,

아니  3년이상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들을

정리했다.

마음이 심란하고 생각들이 얽힐 때면

머릿속을 비우고 싶어 청소를 하거나

무언가를 비우고 정리를 하다 보면 

버리다 보면 어느샌가 머릿속도

비워져 개운해진다.

버리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적당히 골라

재활용품을 내놓으러 밖으로 나가면서

미니멀 라이프까진 아니라도 호텔처럼 심플하고

깔끔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또 했다.

깨달음은 나와 반대로 잡다구리 한

물건들이 많고 버리지를 못해 보고 있으면

차곡차곡 채워진 상자들에

숨통이 막히는 듯 답답한데

각자의 취향?을 존중해야 하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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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다른 두사람이 같이 산다

[ 어,, 오늘은 누룽지가 아니네 ] [ 응,, 다 떨어졌어 ] [ 그럼 지난번에 코리타운 갔을 때 사 올 걸 그랬네 ] [ 아니..내가 만들면 돼 ] [ 당신이 만든 거랑 가마솥 누룽지맛은 다르잖아 ] [ 우리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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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을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나서인지

깨달음이 나오더니 청소하냐고 물었다.

[ 물건 정리 중, 버릴 게 많아서..] 

[ 뭐 버렸는데?]

[ 미싱이랑,, 뭐,, 안 쓰는 거,, 당신.. 방에 있는

저 조립식 의자도 버리는 게 어때? ]

[ 아니.. 언제가 쓸지 모르니까 놔둘 거야 ]

[ 5년 동안 한 번도 안 썼잖아 ]

[ 그런데.. 완전 새 거야 ]

[ 그래도 버려, 포장 뜯으면 모든 게 중고야,,

재활용센터에 보내도 100엔도 안 줄 거야 ]

 [ 그러긴 하는데...]

더 얘길 해도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이 정도에서

그만하고 식사는 어떻게 할 건지 물었더니

엊그제 맛있는 파에야 집을 알아뒀다며

가자길래 집을 나섰다.

전체요리와 수프를 먹으며 깨달음이

갑자기 자기가 한국 이름을 만들었다고 했다.

[ 무슨 말이야? ]

[ 나도 한국 이름을 갖고 싶어서 ]

[ 깨달음이란 이름이 있잖아 ]

[ 그건 일본 이름을 한국어로 바꾼 것잖아,

내가 두 개 만들었는데 어떤 게 좋은지 들어 봐,

하나는 공 신, 또 하나는 공 준  ]

[..................................... ]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난 후 자기의

인생 드라마 베스트 꼽을 만큼 좋다더니

성씨를 공 씨로 지은 것 같았다.

[ 공 신은 공 유가 맡은 김 신 장군이 멋있어서

따왔고 공 준은 드라마 무신에서

배우 김주혁이 맡은 김 준( 실존 인물로 고려를

배경으로 약 60여 년간 황제를 대신해 통치해오던

막부를 뒤엎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노예 출신의 장군)에서 따 온 거야 ] 

뭐라고 할 말이 없이 그냥 아무 말하지 않고

파에야를 먹는데만 집중했더니

어떠냐면서 재차 물었다.

[ 웬 장군 이름이야? ]

[ 남자니까 장군이 멋있잖아, 실은 이 순신 장군

이름을 쓰고 싶었는데 욕 얻어먹을 것 같아서

그냥 드라마 속 이름으로 만든 거야 ]

김, 이, 박, 최, 정으로 시작되는

한국의 성씨 종류와 이름이 갖는 의미를

간단히 설명해줬더니 윤 씨가 좋단다.

 

[ 왜 또 갑자기 윤 씨야? ]

[ 왠지 부드럽고 유하게 들려,,  윤 신, 윤 준,

정말 좋다. 어떤 게 더 나아? ]

[ 발음이 편한 건 윤 신이긴 한데.. 둘 다

뭐랄까 당신한테 어울리는지 모르겠어  ]

안 어울린다는 말인데도 깨달음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며 한문으로는

 믿을 신(信)을 쓰고, 준은 높을 준 (峻)을

사용하면 좋겠다며 신나 했다. 

[ 그냥 먹깨비라고 하지? ]

[ 먹깨비가 뭐야? ]  

[ 직역하면 잘 먹는 도깨비 같은 건데

돼지라고나 할까.. 아니면 한식이는 어때?

한식을 좋아하니까 ] 

뜻을 설명해주지 않아도 안 좋은 소린지 

알아차리고는 나를 향해 손을 뻗어

꼬집으려고 했다.

 

전생이 한국인이라 믿고 있는 깨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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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달음이라고 해. 깨달음에 달음 ]

[ 싫어. 한국 이름 안 같아. 이제부터

윤 신  (尹 信)씨라고 불러 줘 ]

실은 내 친구의 지인분이 깨달음이라는

이름이 너무 좋다며 자기 손자에게 

달음이라고 지은 실화를 들려주면서

 깨달음은 정말 예쁜 이름이라고

거듭 강조를 했지만 강한 이미지가 

들어가 느껴지는 것으로 하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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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잠 못들게 하는 한국 드라마

깨달음은 늘 새로운 상업시설이나 맨션, 빌딩 등이 완공되면 꼭 견학을 간다. 자신의 회사와 관련이 없다하더라도 자신의 일과 밀접해 항상 견학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해외에 나가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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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한국 이름이 갖고 싶어 졌는지

캐물었더니 짬짬이 시간 날 때마다 한글을

쓰면서 외우고 있는데 자기 이름이

하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지난주부터 도깨비를 다시 보고 있단다.

[ 또 봐? ]

[ 다음 달부터 넷플릭스로 옮기면

도깨비 못 보잖아. 그래서 다시 보는 거야 ]

[ 아니야,, 넷플릭스에도 있어. 유명한

드라마인데 분명 있지  ]

[ 그래? 그래도 만약에 없으면

안 되니까 한번 다시 볼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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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이제부터 진짜 윤 신이야, 알았지?

가족들한테도 새 이름 생겼다고 말해 줘,

근데 윤 준도 버리기 아깝다..]

[.....................................  ]

드라마 속 장군처럼 나라를 위해 장렬히 싸우는

그런 강한 인물의 이미지를 담고 싶다는 깨달음.

같은 남자로서 동경의 대상이었다는데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아무튼 무슨 뜻깊은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멋지고 근사하며 용맹스럽게 느껴지는

장군의 이름을 그래로 딴 한국 이름이 

갖고 싶었던 건 분명했다.

나름 깨달음이 생각해서 만든 이름이니

존중해줘야 될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신이 오빠라고

불러줬더니 좋은지 코를 벌렁거리며

입이 귀에 걸린다.

한국 이름이 저렇게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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