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내가 없으면 없는대로 혼자서 음식을 잘 해먹는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간단하면서도 영양을 고려한 한상을 차린다.
내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자기가 만든 음식사진을 아침저녁으로 보내왔었다.
면을 좋아해서인지, 밥보다는 면을 위주로 차린 밥상들이다.
요리 귀찮지 않냐고 물었더니 대학 다니는 4년간 자취생활하면서 해왔던 요리이기에
별로 귀찮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랬다.
그럼 오늘 점심은 당신이 좀 만들어 달라고 그랬더니
자기 맘대로 만들테니까 옆에서 코치하지 말라며 주방으로 향했다.
냉장고를 열고 뭘 찾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난 그냥 모르는척 하고 있다가
사진을 찍어야할 것 같아 다가갔더니 야채를 썰고 있는 중이였다.
왜 신라면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이 라면으로 준비했다고 사진 찍지말고 저리 가 있어란다.
[ ..................... ]
이번에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 2종류와 함께 내 놓은 깨달음표 [라면 정식]
한 젓가락 먹어 보더니
한국 포장마차에서 먹은 라면 맛을 재현하고 싶었는데 그 맛이 안 난단다.
아니라고 야채를 넣어서인지 마일드하고 더 맛있다고 그랬더니
실패 요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야채를 너무 많이 넣은 것 같고,,, 계란도 안 넣었어야 했고,,,,
분명 자기가 한국에서 먹었을 때도 파와 계란이 들어있었는데
최대의 실패요인은 [신라면]이 아닌 것과 [양은냄비]가 아니여서란다.
[ ....................... ]
라면은 역시 양은냄비로 끓여야 한다고
한 겨울에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신라면을 먹으면
맵고 짭짤한 게 술 마신 뒤에 각별히 더 맛있게 느껴졌다고 역시 라면은 [신라면]이 최고란다.
포장마차에서 파는 건 신라면이 아니고 안성탕면일 거라 얘기할려다가 그만 뒀다.
왜 가르쳐주지 않았냐고 따질 것 같아서,,,,
이건 이것대로 야채맛이 나서 좋다고 그랬더니 나보고 맛을 모른다면서
라면에 열무김치 국물 넣으면 포장마차 맛이 난다고 한 번 해보란다.
[ ....................... ]
깨달음이 무슨 맛을 원했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
이 남자도 늙어가는지 추억의 맛과 그 분위기를 그리고 있다는 걸....
코리아타운에 나가면 양은냄비 하나 사서 줘야할 것 같다.
'일본인 신랑(깨달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편이 추석 때 한국에 가고 싶다는 이유 (27) | 2014.08.09 |
---|---|
남편만의 독특한 한국 비빔밥 먹는 법 (36) | 2014.08.01 |
남편이 한국음식에서 난다는 그 맛 (17) | 2014.07.16 |
몸과 마음은 벌써 한국에 가있는 남편 (22) | 2014.07.03 |
해외에서 아침마다 밥상 차리는 여자 (35) | 2014.06.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