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을 시작으로 여름 세일이 한창인 이곳은 시내 곳곳마다 쇼핑객들로 붐비고있다.
특별히 구입할 물건이 없는 난,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깨달음이
여행용 가방을 사고 싶다길래 같이 따라 나섰다.
적당한 사이즈에 가방을 사고 간단히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레스토랑 코너.
한식코너로 망설임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깨달음에게 뭘 주문을 할 건지 물었더니
더우니까 냉면을 먹고싶다길래 알아서 하라고 난 음료코너로 향했다.
음료를 사고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함박 웃음을 띄고 쟁반을 들고 오는 깨달음.
냉면, 돌솥비빔밥, 순두부찌개가 올려져 있다.
난 입맛없어 못 먹는다고 음료로 대신한다고 그랬는데 왠 3개나 시켰냐고 쳐다봤더니
냉면만 시킬 생각이였는데 비빔밥, 순두부찌개도 같이 세트로 된
욕심꾸러기 세트가 있어서 시켰단다.
[ ..................... ]
당신 혼자 다 먹을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천천히 다 먹을 거라면서
비빔밥을 아주 빠르게 비비더니 돌솥 벽면에 붙이기 시작한다.
누룽지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야한다면서 그 동안에 냉면을 먼저 먹으면 된단다.
비빕밥의 누룽지를 기다리는 동안
나한테 한 번 먹어보라고 권하긴 하면서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냉면과 찌개를
번갈아 먹던지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었다.
비빕밥 상태를 몇 번 보더니 누룽지가 안 생긴다고 그냥 먹으면서
마지막 남은 몇 숟가락은 찌개 국물에 적셔 먹는 깨달음..
3종셋트를 아주 깨끗이 비우고 나서는 하는 말이
돌솥 비빔밥에 누룽지까지 완벽했으면 100점 만점인데 90점이란다.
누룽지가 만들어지게 돌솥을 뜨겁게, 아주 뜨겁게 달구어야
좀 꼬들꼬들하고 딱딱한 누룽지가 생기는데 손님이 많아서인지 돌솥을
오래 달구질 않았나 보다고 철판구이에서도 마지막 밥을 비벼서 눌려 먹지 않냐고
그 맛을 원했는데 애석하단다.
[ ..................... ]
난, 어금니에 누룽지가 끼어서 딱 질색인데,,, 아무튼 나하고는 취향도 참 많이 다르다.
도대체 음식 평론가도 아니고,,,,
그 많은 한국 음식들을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어딜가나, 뭘 주문하나 평가하고 분석하고 점수 먹이고,,,,, 피곤할 때가 많다.
언젠가 한국에서 살게 된다면 [우동집]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본격적인 수타 우동을 만들어서 일본 면종류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일본 우동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다고 ,,,,,
[우동집]이든 [라면집]이든 뭘 하는 건 좋은데 한국사람인 내 앞에서
한국음식 먹는 방법을 까탈스럽게 따지고 분석하는 걸 보고 있으면
어이가 없어 말 문이 막힐 때가 있다.
과연, 누가 저 사람을 일본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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