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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남편이 늙어가는 걸 느낄 때.

by 일본의 케이 2015.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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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떨어진 기온 탓에 날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이번주에 들어서면서

하나씩 가을, 겨울 옷들을 꺼내 두었고

침대커바와 이불들도 겨울용으로 모두 바꿨다.

오늘은 깨달음과 함께 거실을 겨울스타일로

바꾸기위해 오후부터

쓸고 닦고 정리하기를 2시간쯤..

내가 주방 정리를 하는 동안

깨달음에게 겨울철이면 일본 집집마다 사용하는

고타쯔(전기테이블)를 꺼내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조용했다.

원래, 일을 못하고, 일을 하기 싫어하는 깨달음이여서

한계가 온 걸 알았지만 오늘은 잘 버텨 준다 생각했는데 

거실 쪽을 내다 봤더니

쇼파에 앞 테이블에 이웃님들이 보내주신

과자를 엉망으로 풀어 놓고 맛을 보고 있었다.


 

지난 주에 이웃님이 보내주신 소포가 두 박스나 있었고

자기 방에 다 넣지 못하니까 테이블에 박스채 올려놓았었다.

 정리하라고 두어번 얘길 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꺼내 먹을거라고 하더니만 오늘은 일하다 말고

저렇게 과자를 먹고 있었다.

펼쳐놓고 보니까 미니슈퍼 같다면서  

자기 입맛에 꼭 맞는 걸 찾았다고 그걸 들고

벌러덩 누워 한 쪽 팔[사랑해요]를 하고

배용준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것 천천히 먹고

구피들 수조 청소만 해달라고 하니까 

그냥 고타츠 정리하겠단다.

[  ........................ ]

이불을 덮어 씌우는데 서서 툴툴 털어서 하면 좋을 것을

앉아서 무거운 엉덩이는 붙혀놓은채 꼼지락 꼼지락하고 있었다.

내가 수조 물갈이를 하느라 양동이로

물을 버리고 새 물을 갈고 몇 번 왔다갔다해도

깨달음은 고타츠 테이블 이불을 만지작 거리면서

 일을 하는건지 마는건지 알 수 없이

쉬엄 쉬엄 움직이고 있었다.

 

 말을 해봐야 소용없을 것 같아

원래 일하는 걸 싫어하니까 내가 이해해야지 생각하고

난 내 방에서 겨울 옷가지를 고르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나더니 얼굴을 삐쭉 내밀고는

배 안 고프냐고 물더니만

브랜드가 다른 즉석 짜장면이 있으니까 그것

 한 번 끓여 먹어보잔다.

[ ........................ ]

당신이 알아서 해 먹으라고 그랬더니

 삶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

 

4분간 면이 끓으면 물을 따라 내버리고

액상 스프를 끼얹여 먹으면 된다고 간단히 설명하고

난 다시 내 방에서 빨래거리를 챙겨 거실로 나와 봤더니

조금 남은 면들을 쓸어 그릇채 입에 대고 먹고 있는 중이였고

사진 찍지 말라고 한 번 날 째려봤었다.

[ ...................... ]

맛있었냐고 그랬더니 저번 것보다 이게 훨씬

짜장면집 맛 나서 좋다면서

일부러 코리아타운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단다. 

입가에 짜장 소스를 묻은 채로 대만족을 하고

 고타츠에 들어가 뒹굴뒹굴 거리는 깨달음,,, 

저런 깨달음을 볼 때면 난 혼자 생각해본다.

밖에 나가는 것 보다는 집에서 맛있는 거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걸 좋아하는 걸 보면

저 사람도 늙어가고 있다는 걸...

특히, 일을 안 하려고 잔머리 굴리는 것도

늙었다는 증거임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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