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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도 울고 엄마도 울고..

by 일본의 케이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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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시간을 훌쩍 넘어도

깨달음은 입국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항공, 일본항공까지 같은 시간대에 도착을

했으나 코로나 전처럼 입국장을 빠져나오는데

두 시간정도 기다릴 각오를 해서

초조하지도 않았다.

1시간 40분이 지나서야 나오는 깨달음 얼굴은

꽤나 밝아보였다. 바로 호텔로 가기 위해

공항철도를 탔다.

지금껏 숙소는 김포공항을 편히 오갈 수 있는

5호선이 다니는 곳으로 호텔을 정했는데

이번엔 KTX를 타야 해서 서울역으로 했다. 

호텔에 짐을 풀어 놓고 깨달음이 먹방 리스트에

적어놓았던 가게에 찾아가 먼저 소주로

목을 축이고 주문한 꼬막을 먹었는데

한 번 먹어보고는 젓가락을 놓았다.

[ 왜? ]

[ 맛이가 없어 ]

깨달음이 한국말로 하길래 들릴 수 있으니

그런 말은 일본어로 하라고 했더니

한국어로 해야 손님들이 맛 평가를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단다.

꼬막 시즌이 끝나서도 맛이 덜 할 거라고

말은 했지만 내 입에도 솔직히 많이 별로였다.

다음으로 나온 따끈한 전도 한 번 

먹어보고 또 고개를 저었다.  

점점 깨달음 입맛이 까탈스러워지고 있는 데는

내가 잘못 길들인 탓도 한몫을 차지하기에

투정 부리지 말란 말을 할 수 없었다.

[ 그럼,,뭐 먹고 싶은데? ]

[ 돌솥 비빔밤 ]

[ 알았어 ]

돌솥비빔밥 전문집으로 데려가 돼지불백,

그리고 계란찜을 시켜줬더니 

이제서야 먹을만하다고 맛있게 먹었다.

호텔로 돌아와 깨달음은 휘트니스에서

런닝머신을 10분정도 뛰더니 긴 시간을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었다.

다음날 아침, 서울역에서 따끈한 커피를 마시고

열차에 올라 김밥과 어묵으로

아침을 먹었다.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샀던 주전부리를

먹다가 꾸벅꾸벅 졸기도 하며 2시간을 보냈다.

광주에 도착, 엄마집으로 가기 전에

아빠를 만나러 납골당으로 먼저 갔다.

사진 속에 담긴 가족들은 세월에 멈추듯

젊디 젊어서 낯설었다.

간단하게 기도를 하고 우린 다시 택시에 올라 타

엄마에게 20분 후에 도착할 거라 전화를 드렸다.

현관 앞에서 기다리셨는지 내가 비밀번호를

누르려는데 문이 열렸고 엄마는 깨서방을

보자마자 포옹을 하시며 등을

토닥 거리시다 눈물을 보이셨다.

[ 왜 그래.. 엄마,,]

부모님을 갑자기 두 분 다 보내드리고 얼마나

허전하겠냐며 눈물을 훔치시자 깨달음도

콧 끝이 빨개졌다.

그렇게 둘이서 서로 토닥거리고 쓰담쓰담하고

또 손을 잡고 엄마는 한국어로 깨달음은

일본어로 서로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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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슬플까 싶어서 내가 마음이 안 좋아,,

짠한 생각이 들어서...]

[ 어머니는 오래오래 사세요 ]

[ 결혼식 때 뵙 던 두 분 모습이 지금도

생생헌디.... 돌아가셨다니까

내가 얼마나 속이 상하든지...]

[ 괜찮아요,, 어머니..,]

[ 살아계실 때 한 번 더 뵙고 싶었는디....

내가 일본을 갈 것이디.,

너무 마음이 아프그만..]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 시어머니 얘기하면서

깨달음이 울었는데 또 엄마가 깨달음의

눈물샘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둘이 서서 계속 얘길 하길래 진정하시고

앉으라고 하자 엄마가 얼른 깨서방한테

박카스를 한 병 까주었다. 눈물과 콧물을

얼른 닦고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고는

한숨에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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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메,깨서방 목 말랐는갑네..아침도 못 먹고

일찍 여기까지 오니라고 고생이 많았네..

얼른 밥 먹으러 가세 ]

[ 아니야, 엄마, 깨서방 아침에

열차 안에서 김밥이랑 어묵  먹었어 ]

[ 그것이 뭣이 먹은 것이다냐,

밥을 먹어야 제대로 먹은 것이제..]

엄마는 깨달음을 위해 예약해 뒀으니 어서

가자며 안방에 들어가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으셨다.

깨달음은 주방을 어슬렁, 어슬렁 거리며

뭐 주워 먹을 게 있나 돌아다녔다.

 [ 어디 예약하셨다고 했지? ]

[ 당신이 좋아하는 전복 ]

[ 아,, 그랬지. 그럼 주전부리 그만해야겠네 ]

전복 사시미부터 찜과 전골, 그리고 죽까지

 전복코스로 나오는 곳에서 깨달음은 원 없이

전복을 내 몫까지 다 먹어치웠다. 전복도

전복이지만 보쌈을 혼자 한 접시 거의

다 먹는 걸 보고는 엄마가

집에서 안 해 줬냐고 내게 물을 정도였다.

 세 뿌리 나온 삼산도 깨달음은 내 것까지

챙겨 두 뿌리 다 먹고 배가 부른 상태로

집으로 돌아와 바로 쓰러지듯 소파에 누웠다.

엄마가 안 방에 들어가 낮잠을 한 숨 자라고

권했지만 그냥 거실에서 티브이 보면서 

딩굴거릴 거라며 리모컨을 잡고 좋아했다. 

그런 모습에 엄마는 엷은 이불을 덮어주고

쿠션을 갖다주고 좋아하는 한과도 박스채로

갖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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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 6시엔 작은 언니네랑 식사해야 돼 ]

[ 그래? 많이 먹으려면 배가 꺼지게

운동을 해야겠는데 움직이기가 싫다....]

[ 아무튼, 6시에 예약 됐다고 하니까

잠을 자든, 운동을 하든 

당신이 알아서 해, 그리고 저녁 먹고

우리 다시 서울  올라가는 거 알지? ]

[ 알아,, 근데.그냥 여기서 자고 싶다..]

[........................ ]

늘 엄마집에서 하룻밤 잤는데 이번에는

 서울에서 시간을 더 보내려고 당일치기로

왔는데 이제 와서 자고 싶다고 해도

무리한 얘기다.

저녁은 홍어회가 나오는 한정식에서 또 

배가 터지게 밥을 먹고 엄마가 챙겨준

묵은 김치를 바리바리 싸들고 다시

케이티엑스를 탔다. 

올 해는 도쿄로 놀러 오시라는 인사를

못 했다고 해서 카톡으로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고 피곤해서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특실은 좌석이 넓어 좋다며

이제까지 왜 일반석만 타게 했냐고 

캐묻길래 그냥 잠잔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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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내가 안 잔 다는 걸 알았는지

 깨달음은 계속해서 종알거리기 시작했다.

[ 어머님이 아까 울었잖아,, 진짜 슬펐어..

오늘 아침에 커피숍에서 내가 엄마 편지 얘기

했잖아,, 그래서 더 울컥했던 것 같아 ]

아침에 열차를 기다리며 서울역 커피숍에서

깨달음이  자기 방 청소를 하다가

 헌 박스에 담긴 대학 때 시어머니가 보내신

짤막하면서도  애정이 고스란히 담긴

편지가 가득한 박스 얘길 했었다.

표현이 서툴렀을 뿐이지 생각보다

훨씬 자식을 사랑하셨던 분이란 걸

날이 갈수록 뼈저리게 느끼고 있던 터라  

엄마가 시부모님 얘길 꺼내자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고 했다.

 

개념있는 일본인 친구의 역사의식

내 노트북에 놓여진 봉투에 요코야마 상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부재중인 나에게 뭔가를 전할 때면 깨달음은 이렇게 내 노트북 위에 가만히 올려놓는다. 열어보니 지난달, 내 책을 샀던 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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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상이 서로 다른 이유

[ 케이야,, 너 요즘 많이 바빠?] [ 아니..별로 안 바빠 ] [ 근데 왜 자꾸 입술에 물집이 생기는 거야? 뭐가 그렇게 스트레스야 ? 정말 잘 먹고 다니는 거야? ] [ 잘 먹고 있어...] [ 니가 청국장 먹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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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을 뜨지 않은 채로 듣고만 있었더니

내 귀에 갖다 대고 

[ 어머니 살아계시는 동안에 효도하세요,

알았어요? ]라고 확인하듯 물었다.

알았으니 나 잠 좀 자자고 하니까

내 이름을 부르면서 못 자게 했다.

서울에 도착하는 두 시간 내내 깨달음은

자기가 못한 효도가 너무 많다며

후회를 했다가 갑자기 역시 음식은

전라도가 최고라고 했다가

내일은 유람선을 타고 싶다고 했다가,,

이 얘기, 저 얘기,, 섞어가며 종알종알거렸다.

난,, 그렇게 듣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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