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부터 복통을 동반한 설사를 했던
깨달음은 이틀간 금식을 했다.
코로나인지, 아니면 식중독인지, 그냥
단순한 배탈인지 신경이
쓰이는데 깨달음은 그냥 배탈 난 거라고
요 며칠 더워서 차가운 얼음 음료를 많이
마셔서라는데 신빙성이 없었다.
왜냐면 원래부터 사시사철, 한겨울에도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사람인데 차가운
음료 탓으로 돌리는 건 납득이 안 갔다.
식중독일지 모르니까 병원에 가보라는데
내가 준 약을 먹어서 괜찮아지고 있다고 했다.
지사제를 하루 먹었더니 설사는 멈췄는데
배가 여전히 기분 나쁘게 아프다고 해서
문득 구충제를 먹은 지가 언제인가 싶어
생각해 봤더니 먹을 때가 된 거 같아 건넸었다.
그렇게 구충제를 먹고 하루가 지난 어젯밤,
잠들기 전에 상태가 어떤지
물었더니 다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며 잘 모르겠는데 왠지
내일부터는 식사를 해도 될 거 같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주방에 붙여진
죽으로 부탁한다는 포스트잇.
어젯밤엔 누룽지를 먹겠다고 하더니 마음이
바뀌었는지 통증이 남았는지 죽을 먹겠단다.
[ 깨달음,, 배는 어때? ]
[ 완전 다 나은 것 같아 ]
[ 정말 먹을 수 있겠어? ]
[ 응, 이틀간 굶다가 먹는 첫끼니까
부드러운 죽이 나을 것 같아서 ]
[ 알았어, 반찬은? ]
[ 그냥 우메보시(매실절임)만 있어도 돼 ]
[ 그래도,, 너무 영향이 없지 않을까? ]
[ 그럼,, 계란찜 해 줘..]
[ 알았어 ]
텅 빈 위가 편해지라고 마를 갈아서 준비하고
일단 흰 쌀죽을 쒀서 간단히 아침을 차렸다.
먼저 마부터 먹고 바로 계란찜에 입을 대는
깨달음을 보고 있는데 부드러워서
잘 넘어간다며 이제 걱정 안 해도 된단다.
천천히 먹으라고 하고 나는 주방에서
그릇들을 마저 씻었다.
행여나 모를 세균들이 있어서 깨달음이
복통을 일으켰나 싶어 반찬통에
고무패킹까지 꺼내서 소독을 했다.
그리고 냉장고도 다시 꼼꼼히 닦아내기
시작했다.
깨끗이 비운 빈 그릇들을 가지고 주방에 온
깨달음이 왜 대청소를 하느거냐고 물으면서
자기가 배탈 난 건 정말 얼음 때문이라고 했다.
[ 그냥 하는 거야,, 봄맞이 대청소 같은,, ]
[ 그럼 나는 청소기 돌릴게 ]
밥을 먹고 났더니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별로 나오지도 않은 알통을 보였다.
우린 그렇게 봄맞이? 대청소와 소독을 하고
깨달음이 몸보신으로 먹고 싶다는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 깨달음, 정말 괜찮아? ]
[ 응, 완전 다 나았다니깐 ]
[ 이렇게 소주로 소독하면 끝이야 ]
[........................... ]
내 걱정과는 반대로 깨달음은 정말
예전처럼 돌아온 듯 보였다.
우린 서로 건강 챙기며 살자고 건배를 했다.
고소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먹으며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몸을 생각하면서 쉬엄쉬엄 하는 게
이제 우리에게 우선이 돼야 한다고
내가 쉬는 동안 깨달음도 휴일을
늘려보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생각해 보겠단다.
[ 근데..나 해충이 있어서 배 아팠을까? ]
[ 그건 모르지..]
[ 그 약 먹고 나니까 많이 진정 됐거든 ]
아무튼, 이번에는 단순한 배탈로 끝나서
다행이지만 어떤 이유로든 아프지 말라고
했더니 자기가 아프면 내가 사과도 갈아주고
약도 챙겨주고, 옆에서 계속 땀도 닦아주고,
머리도 만져주고 그래서 좋단다.
[ 그게 좋다고? ]
[ 몸은 아프지만 좋았어. 당신이 온전히
나한테 100% 관심 가져 주니까..]
[........................... ]
요즘 회사 정리하느라 내가 정신이 없었던 건
사실이지만 100% 관심을 원하다니..
열심히 일하는 내 모습도 좋지만
자기를 많이 챙겨주는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게
더 행복하단다. 깨달음이 관종이라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저렇게
나이를 먹어도 초등학생 같은 생각을
하는가 싶었다.
앞으로는 많이 신경 쓸 테니까 아프지 말라고
했더니 코를 벌렁거리며 좋아한다.
이제 쉬는 시간이 많아졌으니 깨달음 바람처럼
세심하게 관심을 줘야 될 것 같다.
그런데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어린애라는
엄마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
한국남자, 일본남자 할 거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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