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이바(お台場)에 있는 회원제 호텔에 다녀왔다.
깨달음이 이번에 새로 설계할 호텔의 디자인을
참고하기 위해 견학 겸 조사차 오게 되었다.
회원이 아니면 입장을 할 수없어 소개장과
그 분과의 관계까지 우리들 신상을
공개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리조트 호텔 오너처럼 회원제 호텔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약간 다르고
여긴 연예인 오너가 많단다.
[ 당신한테 소개한 분은 여기 회원이야? ]
[ 아니, 그분도 친구 소개로 들어왔었대 ]
[ 근데 무슨 디자인을 원하는 거야?]
[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런식으로
설계해주라는 거지 ]
[ 그럼, 고바야시(小林) 상이 의뢰인이야? ]
[ 응 ]
[ 고바야시 상,,엄청 부자인가 봐..]
[ 부자긴 하지..롯폰기(六本木)에 맨션을
몇 채 가지고 있으니..근데 알아보니까
여기 회원권 생각보다 별로 안 비싸 ]
[ 아,,그래..]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 하네다 공항 검역 스티커가
그대로 붙인 채로 어린이용 캐리어를 들고
바바리 깃을 세운 5살 정도의 꼬마 아이가
모델처럼 서있었다.
연예인 2세인가해서 힐끔 쳐다봤는데 같이 온
부모님들은 일반인이였다.
호텔 내부를 안내해주시는 분과 잠깐잠깐
얘길 나누며 사진을 열심히 찍는 깨달음 뒤를
난 조용히 뒤따랐다.
지금껏 내가 가 봤던 5성급 호텔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건 사실이었고
무엇보다 프라이빗을 상당히 존중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최고층의 스파, 레스토랑, 지하 연회장까지
안내를 받고 난 잠시 소파에 앉았고
깨달음은 주변을 꼼꼼히 찍으며 자기
건축디자인 스타일과는 전혀 다르다며
묵직한 클래식 스타일을 좋아하는 줄 몰랐다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깨달음,, 안내 데스트가 어딘지도 모르겠어 ]
[ 음,, 아는 사람만이 알고 들어오라는 거겠지,
우리처럼 처음 온 사람은 안내를
안 받으면 엘리베이터를 못 찾아 ]
엘리베이터도 못 찾는다는 말을 해놓고
괜히 우린 끽끽끽 웃었다.
직원들의 깍듯한 인사를 뒤로 하고 깨달음이
예약했다는 힐튼으로 자리를 옮겼다.
[ 당신, 딸기 좋아하잖아, 이번 달까지 여기 딸기랑
홋카이도 푸드 페어래, 저쪽에 샐러드 바랑
가벼운 식사도 있어, 실은 런치타임이
만석이어서 디저트 타임으로 했지..
당신은 내 딸기까지 다 먹어,
난 케이크 먹을 거야. 이렇게 달달한 거
먹으면서 얘기하며 기분 좋잖아 ]
[.................................... ]
딸기를 화이트 초코에 찍어 먹으며 깨달음에게
조금 전 호텔 디자인에 대해 물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예스러웠지만 공간 구성이
일본스럽게 작고 모던한 분위기는 좋았단다.
스파 입구가 좀 평범했는데 통로는
잘 빠졌다며 의뢰인이 원하는 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회사 여직원들과 아이디어
구상을 할 거라 했다.
[ 근데.. 깨달음,, 뭐랄까 정말 부자들,,
상위 1프로에 속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
[ 우리랑 별 반 다를 게 없지..
왜 부러워? 나는 하나도 안 부러운데 ]
부럽다기보다는 아까 호텔 입구에서
모텔 포스를 풍기며 서 있던 꼬마의 잔상이
너무 진하게 남아서 뭔지 모를 괴리감
같은 걸 느꼈다고나할까...그랬다.
부자는 갖은 것만큼 고민이 많은 것이다.
우리처럼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제일 행복하다.
부자든, 덜 부자든 삼시세끼 먹는 건 같다.
대충 이런 얘기들이 오갔다.
[ 깨달음, 당신은 부자라고 생각해? ]
[ 응, 나는 부자지. 서울에 아파트 있으면
부자 아니야? 우린 부자야 ]
[ ..................................... ]
내가 아무런 반응을 안 보이자
금전적인 부자가 아니라 해도
마음에 여유가 있다면 부자인 거란다.
[ 나도 그 말엔 전적으로 동의해. 근데 마음이
여유로워지려면 금전적으로 어느 정도
충족되어야 생기는 거야,, 여유가.. ]
그건 사람마다 마음먹기 달린 거란다.
하나만 가져도 만족하는 사람,
열개, 백개를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부리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행복하지 못하다고... 결국 자신의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며 사느냐가
행복의 척도라는 쪽으로 얘길 나누고
있는데 스태프분이 과일접시를 들고와서
축하한다고 전했다.
깨달음이 결혼기념일, 정확히 말하자면
혼인신고를 했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예약할 때 언급해 두었단다.
[ 고마워.. 깨달음..]
[ 이런 게 마음의 부자라는 거야 ]
[ .................................. ]
난,, 분위기 봐서 우리도 리조트 회원이
되어보자는 말을 하려고 했었다.
마음이 부자이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여유러움을 갖지 못한 나는
그 꼬마가 부럽고 질투가 났던 것 같다.
욕심을 버려야한다고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게 최고라고 입으로만 떠들었던
내가 있었다.
깨달음은 여러 의미로 상당히 부자다.
그래서 오늘도 날 반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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