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 좋아지셨네요. 빈혈수치도 정상치에
가깝고,,이젠 예전처럼 활동하셔도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철분제는 당분간 드셔야 해요]
[ 네, 감사합니다]
담당의가 다음달 예약표를 작성하는동안
깨달음과 마주보며 무언의 미소를
서로에게 보냈다.
병원을 나와 그길로 바로 초밥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자고 했더니 축하의미로 초밥을
먹어야 한다면서 마냥 들 떠 있었다.
초밥이 나오자 내가 좋아하는 성게말이를
내 접시에 올려주는 깨달음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 당신, 고생했어..이제까지..고마워..]
[ 아니야,,당신이 빨리 낫는 게 중요했지...
별 문제없이 회복이 됐다고 하니까
참 다행이야,,]
[ 응,이제부터 아프지 않고, 당신에게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줄게..한달가량 외식만 하느라
당신이 애를 많이 썼지 ]
[ 아니야, 괜찮았어..]
수술후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이유로
많이 움직일 수 없었던 탓에 3주가 넘도록
우린 주로 외식을 했었다.
2주쯤 지날무렵부터 깨달음이 점점 질린 듯한
표정을 무의식중에 보였고 내 몸이
빨리 회복 되기만을
둘이서 기다리고 기다렸다.
깨달음이 기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제부터
집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였고
난, 운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게 기뻤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마트에 나가 재료들을 구입해
계란말이, 샐러드, 감자채, 브로콜리볶음,
순두부찌개, 잡채초무침을 준비했다.
퇴근한 깨달음이 밥상을 보더니만
입꼬리를 천천히 올려가며 웃었다.
[ 집밥, 너무 오랜만이지? ]
[ 응,,역시 집에서 먹으면 마음이 편해]
오랜만에 먹는 순두부가 매웠는지
계란말이와 국물을 번갈아 먹는다.
다음날은 낫또, 미역초국, 감자국, 참치샐러드,
동그랑땡과 비빔밥을 준비했다.
[ 어때? ]
[ 응, 완전 좋아 ]
그리고 오늘은 깨달음이 먹고 싶다고 했던
김밥,잡채, 북엇국과 함께 하는 김에
보쌈까지 맛있게 삶아서 올렸다.
퇴근해서 주방을 힐끗 내다 보던 깨달음이
김밥 꼬투리를 입에 물고 자기방에서
옷을 갈아 입고는 바로 거실로 나온다.
[ 샤워, 안 해?]
[ 응, 먹고 할래, 김밥 꼬투리 너무 맛있어,
빨리 먹고 싶어서 나중에 할거야 ]
마지막으로 따끈한 북엇국까지 올렸더니
물개 박수를 치다가 ㅜㅜㅜ를 했다.
[ 좋다는 뜻이지? ]
[ 기쁨의 눈물이 나온다는 뜻이야 ]
그리고는 얼른 북엇국을 그릇채 마셔본다.
[ 뜨거워~~조심해~~]
[아, 한국에서는 이렇게 그릇을 들고 먹으면
식사예절에 어긋난 건데..내가 깜빡했네,
근데 맛이 완벽해~~]
그릇을 조심히 내려놓더니만 깨달음이 엉덩이를
꿀렁거리며 이상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 뭐야? ]
[ 춤 추는 거야~~너무 맛있어~~
아니, 너무 먹고 싶었어~진짜 행복해~]
[ 행복해? 좋아해주니까 만든 보람이 있네
춤 그만 추고 얼른 먹어..]
[ 이 보쌈 무우채 환상적이야 ~
실은, 보쌈이 진짜 먹고 싶었어.난 솔직히
삼계탕보다 보쌈이 훨씬맛있는 거 같애~]
[ 엄마가 보내주신 새우젓 많이 넣고 버물렸어
고기랑 싸먹으면 맛있을 거야
근데,,엊그제 비빔밥은 왜 춤을 안 췄어?
당신, 비빔밥도 좋아했잖아 ]
[ 물론 어제도 맛있긴 했는데 보쌈이 더 먹고
싶었거든,,그리고 북엇국을 먹어보니까
완전 어머님이 끓여주신 맛이 나서
몸이 저절로 움직인 거야,
이렇게, 이렇게~~]
큰 엉덩이를 또 꿀렁거렸다.
잡채를 한입에 너무 많이 넣고 먹는 깨달음..
천천히 먹으라는 말을 두어번 하다가 말았다.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고맙기도 하고 미안했다.
모든 음식을 거의 비우고는 자세를
바로 잡더니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 케이씨, 앞으로도 이렇게 맛있는 음식
많이 만들어 주세요, 난 열심히 돈을
벌어 올게요~부탁합니다~ ]
[ ............................... ]
집밥을 좋아하는 건 결혼초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춤까지 춰가며 식사를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오랜만에 먹어서도 그러겠지만
깨달음에게 집밥의 개념은
삶의 활력이요, 사랑이요, 관심이였다.
특히, 한식은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정성과 사랑이 담아있다고 생각해서
집밥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럴때마다 난 집밥에 그렇게 많은 의미를 두지
말라고 했지만 깨달음은 집밥만큼
남자들의 정신과 육체를 안정시켜주는
아이템이 없다며
집밥에 대한 환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100프로 공감은 못하지만 이렇게 잘 먹고
좋아해주니 난 앞으로도 열심히 한국식 집밥을 만들어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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