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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 속에 여자가 살고 있다

by 일본의 케이 2017.10.13


우리의 퇴근시간에 맞춰 1인용 침대가 도착했다.

깨달음 방에 놓기 위해 미리 레이아웃을 바꾸고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양복을 벗고 바로 조립을 시작한 깨달음.

[ 어려워? ]

[ 응, 조금,,,꽤 복잡하네...]

30분쯤 지나 들어다봤는데 그때까지도

 형태를 못 찾고 있었다.

깨달음은 남자인데 기본적으로 남자들이

잘하는 조립이나 기계설비, 컴퓨터가 서툴다.

그리고 자신은 결코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지만

상당한 길치이다. 

난 그런 깨달음이 처음엔 답답했지만

결혼생활을 거듭해가면서

깨달음의 서투른 부분은 인정하고

잘 하는 부분을 높게 평가하기로 했다.

그렇게 꼬박 1시간 반이 지나서야

 깨달음은 조립을 완성했고

아주 만족해하며 힘을 너무 많이 썼으니

고기를 먹으로 가자고 했다.


늘 주문하는 메뉴들이 나오고 맛있게 고기를 구워

먹다가 내가 물었다.

[ 당신은 원래 기계치였어? ]

[ 응,,]

[ 조각이나 만들기는 잘하는데 공학계는

모르겠어.난 남자여도 이공계쪽 머리가 

아닌가 봐, 그래서 컴퓨터가 어려워..

깨달음 대답에 내가 고개를 끄덕끄덕 했더니

나에게도 묻는다.

[ 당신은 무슨 과목을 잘 했어? ]

[ 나는 예체능계를 잘 했어.원래 공부 못한애들이

 예체능계를 잘 하잖아,,]

[ 왜 그렇게 자기 자신을 비약해?]

[ 비약이라기 보다는,,지금도 공부가 쉬운듯

어려워서 내 머리를 원망할 때가 많아,

당신은 공부 잘 했지?]

[ 응,,골고루 그럭저럭 했어..]


그런 얘기들을 나누며 고기를 다 먹고

난 냉면을 깨달음은 왠일인지 부침개를 시켰다.

[ 오늘은 국물 안 먹어? 갈비탕 같은 거,,]

[ 응,,오늘은 부침개가 먹고 싶어 ]

[ 부침개는 내가 집에서도 얼마든지 만들어

주잖아,,만들기 힘든 거 주문하지 그래? ]

[ 아니야, 오늘은 부침개가 먹고 싶어! ]

[ 후회 안 할꺼지? ]

[ 응! ]

그렇게 식사가 나오고 깨달음이 묵묵히

부침개를 먹더니 내게 접시를 밀면서 입을 연다.

[ 여기 부침개 맛 좀 봐,,완전히 웃긴 맛이야,,]

[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

[ 어떻게 끝까지 먹어보려고 했는데

먹다보니까 화가 나,,그래서 그만 먹을래..]


그러더니 부침개 하나를 들고 분석에 들어갔다.

[ 기름을 더 둘러서 센불에 바삭하게

지져야하는데 팬케잌 굽듯이

천천히 익혀서 밀가루 냄새가 너무 많이 나,

반죽도 딱딱하고 계란을 넣던지, 

아니면 부침가루를 사용해야 되는데,,

해물 오징어도 3개밖에 안 들어 있어..

여기 봐 봐, 부추가 가운데만 몇가닥 있고,,]



[ 당신 있잖아,,그럴때마다 진짜 아줌마 같애..

여성 호르몬이 나보다 더 많이 나오는 거 아니야?   

원래 남자들은 당신처럼

이렇게 부침개를 분석하고 그러지 않을거야,

여자인 나도 잘 안하잖아,,맛이 없으면 

없구나 하고 안 먹으면 되는데 당신은

꼭 분석을 하려고 하더라,,,]

[ 여자 아니야, 난자 난자!! ]

목소리에 힘을 실어 말했지만 [ 난자]라는

단어에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 난자가 아니고 남자,난자는 여자라는 뜻이야

발음을 제대로 해 줘~]

내가 웃으면서 얘기한 게 화가 났는지

날 향해 또 반격을 했다.

[ 당신은 여자지만 속은 남자잖아~]

[ 그건 또 뭔 소리야? ]

[ 우리 거래처 사장이 점을 잘 보는데

 우리집에 남자가 둘이 있다고 그랬어... ]

[ 나를 두고 하는 소리야? ]

[ 응, 여자지만 남자와 같다는 거지, 

당신 원래 좀 남자같잖아,,

성격도 그렇고 힘도 세고,싸움도 잘하고,, ]

[ ........................... ]

이 이야기를 더 끌고 가봐야 서로에게

좋을 게 없을 것 같아 그냥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와서 

또 깨달음이 이상증세?를 보였다.


[ 그렇게 슬퍼? ]

[ 세상에 어쩜 저렇게 멜로디가 슬플까...

가사도 너무 슬프잖아,,이병헌이랑 그 드라마가

생각나서 .....흐흐흑 ]

[ 내가 봤을 때 요즘, 아니 요 몇년 당신 속에

여자가 사는 것 같애, 옛날에는 드라마나 영화보고

울었는데 지금은 음악만 들어도 울잖아,,

정말 호르몬 이상이 온 건지, 원래 당신 마음 속에

여자가 살았는지 궁금해~]

내 말에 별 반응을 안 보이고 계속해서 

눈물을 훔치던 깨달음이 자신도 늙었으니까 

여성 호르몬이 많아졌을 거라며

그래서 눈물이 나는 것이고, 원래 감수성이

풍부한 남자였다며 말 시키지 말란다.

노래 감상하고 싶으니까...

[ ............................. ]


이 은미씨 노래 [녹턴]의 전주곡이 나오면

바로 울었던 깨달음이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를 

들어도 똑같이 운다. 열번 들으면 열번 다 운다.

그리고, 지금은 팬턴싱어를 보면서 하모니가 너무 

좋다고 울고, 본선에 진출 못한 출연자들이

짠해서 울고, 열심을 다하는 모습을 모면서

울고,,계속 눈물을 훔친다.


그렇게 프로가 끝나고 내가 다시 말을 걸었다.

[ 슬펐어? 우는 건 좋은데,당신 너무 슬프게 울어,

가사 내용을 말하기도 전에 감성에 젖어 울잖아,,

그리고 매번 우는게,,좀,,뭐랄까,,]

 [ 마음이 따뜻해서 그래!

당신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잖아! 

열번 들어도 슬프니까 우는 거지,.감동을 받고, 

노래 가사에 취해서 눈물이 나는 거야,

그 안타까운 마음을 공감하니까 자연스레

눈물이 나오는 거야,,,

그리고 당신은 당신 몸에 남자가 사는 거야? 

그런게 아니잖아, 자기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는데

호르몬이네 뭐네 그게 무슨 필요가 있어? ]

[ .......................... ]

콧물까지 닦으면서 열심히 자기 변론?을

했지만 난 모든 게 감성적인 성격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어릴적부터 여성적 성향이 많았던 깨달음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남성 호르몬의 감소와

 여성호르몬의 과다분비로 인해

더 여성화 되어가는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 남편, 깨달음 몸에 여자가 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여자처럼 다리를 꼬기도 잘하고, 

여자 흉내도 잘 낸다. 무엇보다 내 친구들, 후배들,

아줌마들 모임에서도 몇 시간이고

 대화가 끊기지 않고 함께 아주 잘 논다는 것이다.

길치인 것도, 수다를 좋아하는 것도, 

울기도 잘하고, 기계쪽도 약하고,,,,,

이 모든 걸 여성 호르몬 탓으로 돌리는 게

 납득이 안 가지만 그냥, 그러러니하고

 받아들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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