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병원에 가는 날이면 깨달음도 되도록 같이 동행을 하려고 한다.
괜찮다고 해도 시간이 되는 날은 병원에 와 준다.
오늘도 주사를 맞고 돌아 오는 길에 근처에 있는 코리아 타운에 들렀다.
익숙하게 과자코너로 가서 망설임없이 과자들을 바구니에 넣는 깨달음.
라면코너에선 라면사리를 넣으며 친구가 부대찌개 먹은 후
라면을 넣어 먹어야 맛있다고 그랬다고 자기도 한 번 해본다고 묻지도 않는 말을 했다.
가게를 나와 역으로 향하면서 깨달음이 또 멈춰 선 곳은
이벤트 행사장처럼 좌판에서 파는 한국식품 코너였다.
한바퀴 휭~돌아보더니 신라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여기가 더 싸다고 뭐라고 구시렁거린다.
저런 깨달음을 보면 완전 아줌마가 따로 없다.
역 근처까지 도착, 먹고 싶은 게 있으니 들어가자고 한 식당은 삼계탕전문이라고 적힌 곳이였다.
코리아 타운에 오면 늘 먹었던 짜장집을 아무말 없이 지나길래 이상하다 했더니
자기나름 생각이 있었던 모양이였다.
깨달음은 삼계탕(반마리)정식, 난 냉면 정식을 시켰다.
날이 더워졌으니 삼계탕 같은 인삼 들어간 보양식을 먹어줘야 한다고 설명을 하더니
음식이 나오고, 먼저 국물을 한 숟가락 뜨더니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닭고기를 젓가락으로 뒤집어도 보고,,,, 나보고도 한 번 먹어 보란다.
맛을 봤더니 그냥,,,, 흔한 식당 맛이였다. 그냥 그러러니 하고 먹어라고 그랬더니
왜 삼계탕에 인삼이랑 대추가 안 들어있고 쇠고기 국물 맛이 나냐고?
원래 인삼 특유의 씁쓸한 향과 맛, 은은한 대추향이 나야하고, 통마늘이 들어 있어야한단다.
그리고 왜 찹쌀밥이 뱃 속부분에 들어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 ........................ ]
삼계탕 전문점이라고 적혀 있어 기대를 했었네,,,맛있는 삼계탕이 먹고 싶었네....
인삼을 먹어야 하네,,,, 제대로 된 삼계탕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둥,,,,
그냥 넘어가라고 그랬더니 나보고 더 이상하단다.
다른 것은 꼬장꼬장 하면서 이럴 땐 왜 너그럽냐고 화살이 나한테 온다.
[ ........................]
그래서 난 웬만하면 내가 직접 만들어 먹지 않냐고
내가 집에서 하듯 인삼, 대추, 잣 넣고, 마지막에 녹두로 죽까지 쑤어서 내는
삼계탕을 바랬다면 당신이 잘못이라고 내가 이번 주말에 만들어 주겠다고 그랬더니
왜, 한국스타일이 아닌 일본화 시킨 맛으로 장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둥,,, 오늘 꼭 먹고 싶었다는 둥,,,,,...
여긴 일본이라고, 일본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니까 어쩔 수 없지 않겠냐고?
당신 같이 한국 입맛 가지고 있는 일본사람이 또 어딨냐고? 쏘아부치려다 꾹 참았다.
실은 우린 짜장면 외에 다른 한국음식은 거의 밖에서 사 먹질 않는다.
어딜가서 먹으나 이런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그런데 오늘은 자기가 그렇게 좋아하는 짜장면을 뒤로하고 몸보신을 위해
삼계탕 전문집에 큰 맘먹고 와서인지 짜증인 더 났던 것 같다.
다른 면에서는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를 갖고 있는 사람이
왜 먹는 것 앞에서는 자기 주장이 쎈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먹는 것에 까탈부리는 깨달음,,,그것도 일본인이 한국음식에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이제까지 너무 맛있는 것만 먹어봐서인지 대충 먹으려 하지 않는다.
드라마[대장금]을 세 번씩이나 본 탓인가,,,, 은근 피곤한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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