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여름 같은 날이 계속되면서 옷정리겸 이불세탁을 짬짬히 했었다.
정리할 것도 많고, 버려야할 것도 많고 해서
오늘은 마침 깨달음도 회사에 출근을 안 한다고 그래서 본격적으로 여름맞이 대청소를 시작했다.
나혼자서 하기 힘들었던 무거운 것들에 뒷처리는
모두 깨달음에게 맡기고 난 책장정리및 주방용품, 수납정리에 들어갔다.
먼저 헬스기구도 정리하고,,,,,
나는 나대로 주방쪽에서 깨달음은 거실에서 열심히 정리를 했다.
앉아 있는 폼이 아줌마 같다고 그랬더니 배 나오게 사진 찍지 말란다.
[ ............................. ]
침대시트도 빨고,,, 내가 세탁기를 3번째 돌리고 있는 동안
깨달음은 베란다 청소를 하려다가 빨래가 너무 많아 못하고
카페트를 들고 나가더니 먼지를 털고 쇼파에 주저 앉더니
[아이고,,,아이고,,,피곤해...][아이고,,,아이고,,,진짜로 피곤해,,,,]라고
혼자말인 것처럼 내쪽을 향해 반복해서 말을 했다.
하기 싫다는 의사표현임을 눈치챘지만 못 들은 척하고 나는 수납서랍 정리를 계속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오머니~~ 아이고~~죽것다]란다.
그래서, 당신 별로 한 일 없다고, 헬스기구 집어 넣고,
헌책 버리고, 쇼파 밑 물건 정리하고, 빨래 한 번 널어 준 게 다라고
아직도 할 일 많이 남았다고 그랬더니
날 빤히 쳐다보면서 한국가서 [오머니]한테 죄다 일러 버릴 거라고
지난 번에도 장모님이 자기한테 일 시키지 말라고 그러시지 않았냐고
근데 또 이렇게 자길 부려 먹는다고,,, 아무튼 한국 가면 모든 걸 얘기 할 거란다.
[ .......................... ]
부려 먹어??? 기가 막혔다.
요즘 남편들, 당연히 집안 일은 분담해서 하는 거라 인식하고 있다고 이런 건 집안 일이라고 할 것도 없고
지금 당신만 하는 게 아니라 나도 계속 서서 하고 있지 않냐고 그랬더니
장모님이 원래 남자들은 밖에서 돈을 열심히 벌어오고
아내는 집안 일을 열심히 하는 거라고 그랬다고,,,,진짜로 자기가 한 일들을 다 말할 거란다.
말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하라고 내가 통역을 안 해주면 둘이서 대화가 안 통하는데
어떻게 얘기를 할 것이냐고 맘대로 하라고 그랬더니
밖에 베란다에 대고 [오머니~~~피곤해요~~]라고 절규하듯 외친다.
아무튼, 어떤 엄살도 안 통하니까 남은 일도 마져 하라고 그랬더니
[오메, 오메,,, 오머니~~피곤해요~]를 한 10번정도 나랑 스칠 때마다 뱉어 냈다.
아무리 애절하게 [오머니]를 찾아도 소용없다. 오늘 해야할 일들이기에...
깨달음은 50대여서인지 역시 고지식한 면이 많다.
일본인이여서 조금 다를까 생각했었는데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특히 남녀에 관한 인식은 옛 우리 아버지 세대처럼 딱딱할 때가 있다.
오늘의 마지막 일은 마늘까기였는데 그건 그냥 내가 해야할 것 같다.
저렇게도 하기 싫어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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