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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남편은 코리아타운을 그래서 갔다.

by 일본의 케이 202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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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내일, 월요일까지 연휴이지만 

잠잠했던 코로나 감염자가 폭증하기 시작하면서

우린 또 스테이 홈을 실행 중이다.

오늘 아침, 신정연휴 때 3단 찬합에 만들어 둔

오세치(おせち명절 음식)를 깨달음이

점점 질려했고 먹을 때마다 정말 내년에는

오세치를 만들지 않을 거라고 자기 자신에게

맹세하듯 몇 번이고 되뇌이며

매년, 오세치 만들지 말자고 했던 내 말을

들었어야했다며 너무 후회된다고 했다.

[ 나,, 오늘은 정말 다른 거 먹고 싶다.

입맛을 바꿔줄 만한 거 ]

[ 뭐 먹고 싶어? ]

[ 신라면, 매운맛으로 죽어가는 입맛을

찾아야 될 것 같아 ]

그렇게 질려하는 깨달음을 위해 냉동실에

얼려둔 새우와 전복, 문어로 해물라면과

떡갈비를 구웠다. 

 

라면을 정신없이 먹다가 남은 오세치가 생각났는지

내일까지 먹어치워야 한다며 꺼내 달라고 했다.

[ 깨달음, 못 먹겠으면 그냥 안 먹으면 되지 않아? ]

[ 나도 그러고 싶은데.. 신정 음식은 버리면

안 되거든,.. 그래서 억지로 먹는 거야 ]

무슨 맥락으로 얘기하는지 알 것 같아서

내가 몇 젓가락 도와주긴 했지만 역시나

내 입맛엔 너무 달고 짜서

더 이상 거들어줄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생기가 돌기 시작한 깨달음이

외출을 하겠다고 했다.

[ 어디 가려고? ]

 [ 요요기 (代々木) ]

[ 뭐 하러? ]

 거래처 공방에 잠깐 들려 주문할 게 있는데

전화로 해도 되지만 신년 인사도 겸할겸

직접 갈 거라며 심심하면 나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

깨달음이 일을 보는 동안 난 커피숍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새해가 시작되고 후다닥 지나가버린 일주일..

이렇게 또 하루하루 저물어가며

 내 정신과 육체도 노화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울적해졌다.

1년 스케줄을 휘익 둘러보며 비어있는 날에

뭔가를 채워 넣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강박이 생각들을 모으게 만들었다.

커피숍에서 1시간이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돌아왔고 

꼬막을 사러 가자고 했다.

전철역을 향해 걸으면서 난 여전히 빈칸으로 남은 

스케줄표에 뭘 집어넣는 게 좋은지 생각 중이었다.

[ 깨달음,, 올 해는 한국 갈 수 있겠지? ]

[ 음,,, 그건 아무도 모르지.. 그래도

당신은 갔다 와 ]

[ 나야 언제든지 가는데.. 당신이 못 가니까

좀 그렇지. 같이 가면 좋은데...]

[ 자유여행은 아마 올해도 허가를 안 내줄 것

같으니까 그냥 당신만이라도 다녀와 ]

코로나 전에는 나 혼자 가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깨달음이 한국에

갈 수 없는 입장에 놓이고 나니

괜스레 미안해졌다. 

언제나 코로나전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며 코리아타운에 도착,

목적지 슈퍼를 가는 길목에  깨달음이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향해 보라면서

한국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일본인들이

지금 나와서 코리아타운을 명동이라 생각하고

즐기고 있는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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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봐 봐 , 완전 종로 뒷골목에 관광 온

일본인 같잖아,, 저기 줄 서있는 것 좀 봐 ]

 깨달음이 여기는 일본이 아닌 한국이라며 자긴

당분간 한국에 못 들어가니까 여기서

대리 만족할 생각이라고 했다.

[ 만족이 돼? ]

[ 물론 안 되지. 그래도 한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은 들어.. 여기 온 일본인들도 다 나 같은

마음에서 올 거야, 가고 싶어도 지금은 못가니까]

 [뭘 보고 한국으로 느껴? 난 전혀 못느끼는데 ]

[ 지금 온통 한국노래가 여기저기서 들리잖아,

그리고 가게에  들어가면 수납 의자도 그렇고

테이블에 올려진 옷 입은 숟가락을 봐도

한국과 아주 흡사하지.. ]

옷 입은 숟가락은 숟가락 커버를 말하는 것이고

수납 의자는 의자를 열어 옷이나

가방을 넣는 것을 뜻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깨달음이 꼬막을 들고

흔들흔들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리고 한국?에 왔으니 짜장은 먹고 가야 하지

않겠냐고 긴 줄에 붙어 섰다.

먹는 건 좋은데 올 때마다 맨날 짜장만

먹을 거냐고 했더니 다른 음식은 식당보다

내가 만들어 주는 게 더 맛있어서

안 먹는 것이란다.

[ 그래도 난 다른 거 먹고 싶은데..]

[ 아니야,,여기선 짜장만큼 한국적인 게 없어,

맛도 틀림없고.,,다른 음식은 당신이 다 해주니까

먹을 게 없어. 작년에 감자탕 먹고 실망했잖아,

기억 안 나? ]

 기억한다..또렷이.... 정말 먹고 싶어 가도 막상

한국맛도 아닌 일본맛도 아닌 어중간한 맛들이

많아 항상 실망하고 나와서 무난한 짜장면으로

마무리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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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볶음짬뽕을 먹는 깨달음에게 당신은

정말 여기가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 나는 많이 느껴.. 그래서 내가 자주 오잖아, 

한국에 못 가니까 그 허전함을 달래려고..

이렇게 한국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없잖아]

갑자기 심울한 톤으로 바뀐 깨달음이

날 한번 쳐다봤다. 

일본인이 재팬타운을 보면 심드렁하듯이

나 역시 코리아타운은 한국식 자재를 구매하기

위해 오는 정도여서인지 감흥이 없는데

깨달음은 나와 전혀 다른 감성으로

이곳을 찾았음을 알았다.

우린 적당히 바삭하고 촉촉한 탕수육을 먹으며

한국에 언젠가 가겠지라며 서로를 위로했다.

작년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후부터

 우린 솔직히 모든 걸 내려놓았다.

안달해서 될 게 아니고 그저 양국이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깨달음이 유난히

코리아타운을 찾았던 이유가 한국에 간 것 같은

느낌을 느끼고 싶었다는 게 진심이었다.

조금은 오버스러운 표현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외국인인 깨달음 입장에서 가장 한국적인

요소를 느끼며 가깝게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코리아타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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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다

이곳은 이번주말부터 오봉(お盆추석)연휴에 들어간다. 기업들마다 다르지만 길게는  9일간의 긴 휴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외로, 국내로 다들 여행을 많이 떠난다. 난 시댁을 다녀와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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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지난달 오사카(大阪)에 출장을 갔을 때도

쯔루하시(鶴橋)를 들렀었다. 오사카까지 와서

굳이 쯔루하시를 가야 하냐고 내가 볼멘 소릴

했지만 도쿄의 코리아타운보다 훨씬

한국 냄새가 진하게 묻어나는 곳이라며

꼭 가야 한다고 고집을 피웠다.

시레기국을 처음 먹어보고 재일동포의 삶을

생각하며 눈물을 한바가지 흘렀던 곳도

쯔루하시였다.

 

도쿄에서 히로시마, 그리고 오사카까지...

아침 7시, 집을 나와 히로시마(広島)행 신칸센(新幹線)을 탔다. 좌석에 앉자 바로 깨달음은 도면을 꺼냈고 난 라디오를 들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약 4시간을 달려야 한다. 나고야(名古屋)를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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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자에게만 있다는 매력

참 오랜만에 만나는 미호 상이다. 서로 바쁜 것도 있고 코로나19로 사람 만나기를 주저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꼭 자길 만나주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았다. 무슨 일 있냐고 물어도 만나서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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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도 재일동포가 운영하는 호르몬(ホルモン)

가게에서 30분 이상을 기다려 막걸리와 천엽을

먹으며 아주 행복해했었다. 

아마 그때도 깨달음은 그런 생각들로

코리아타운을 찾았던 것 같다.

나야 지금이라도 당장 한국에 갈 수 있지만

깨달음은 지금으로선 언제 가게 될지 기약할 수

없으니 그 허전함과 그리움을 어떻게든

채우고 싶었던 마음이 많았던 모양이다.

맛있게 탕수육을 먹는 깨달음을 바라보며

어쩌면 나보다 깨달음이 훨씬 더 한국에

가고 싶어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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