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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너무도 다른 두사람이 같이 산다

by 일본의 케이 2021.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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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오늘은 누룽지가 아니네 ]

[ 응,, 다 떨어졌어 ]

[ 그럼 지난번에 코리타운 갔을 때 사 올 걸 그랬네 ]

[ 아니..내가 만들면 돼 ]

[ 당신이 만든 거랑 가마솥 누룽지맛은 다르잖아 ]

[ 우리집은 가마솥이 없으니까..]

[ 그니까 그냥 사러 가자  ]

[ 아니, 코리아타운 가도 가마솥 누룽지는 안 팔아 ]

[ 그렇구나...]

[ 김도 없네...]

[ 응,,김은 여기 마트에서 사면돼 ]

좀처럼 누룽지를 좋아하지 않았던

깨달음이 후배가 보내줬던 누룽지는

고소한 향이 다르다며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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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우린 산책을 나왔다.

사람이 없어 좋고 초여름 같지 않은

산들바람이 불어서도 좋았다.

난 다음주에 있을 세미나 건에 대해 고민을

하며 걸었고 깨달음은 오늘 하루 뭘 하고

지내는 게 재밌는지 궁리를 하다가 내게 물었다.

[ 오늘은 뭐 하고 놀지?]

[ 음,,나는 그냥,, 책을 볼까 하는데..]

[ 난 집에서 도무지 책이 안 들어오는데

당신은 잘 되더라..참 신기해..]

[ 내 눈엔 당신이 더 신기해.. 시끄러운

커피숍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나는 공부든, 독서든 조용히 집에서 하는 스타일이라면

깨달음은 약간의 잡음이 섞인 도서관이나 커피숍에서

해야 능률이 오르는 타입으로 집에서는

도면 체크 외에는 좀처럼 책상에 앉는 걸 싫어하다.

집에 다 왔을무렵 깨달음이 다시 말을 꺼냈다.

[ 우리 코스트코 가자, 거기 누룽지 있을지 모르잖아 ]

[ 있겠지.. 근데 가마솥 누룽지는 없을 거야 ]

[ 그래도 가 보자 ]

[ 없으면 어떡해? ]

[  없으면,, 그냥 다른 것도 사고 그러면 좋잖아]

나는 확실한 것과 명확한 계산이 나왔을 때

움직이는 편이라면 깨달음은 그냥 느낌적으로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편이다.

결국 깨달음을 따라 코스트코로 향했다.

전철 안에서 뭘 사는 게 좋을지 머릿속에

정리를 해 둔 상태여서 난 바로 필요한 것들을

집었지만 깨달음은 가는 곳곳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고민을 했다.

[ 새우 살까? ]

[ 아니. 남아있어.. 그리고 너무 많아 ]

[ 명란젓 살까? 엄청 싸다 ]

[ 아니. 집에 있어, 깨달음,, 필요한 것만 사,

싸다고 현혹되지 말고,,]

특히 이런 대형매장에 오면 깨달음은 

느닷없는 품목을 골라 사기도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냉면도 한 박스,

만두도 물만두 군만두로 하나씩

초콜릿, 삿포로 맥주도 한 박스..

[ 그 초콜릿 아직 한 박스나 남았던데..]

[ 그래도 살 거야, 아까 식육코너에

돼지고기 맛있게 생겼던데 삼겹살 해 먹을까?]

[ 오늘 저녁은 생선구이 할 생각이었는데..]

[ 그냥 삼겹살 먹자 ]

어젯밤 메뉴가 돈가스여서 오늘은 생선으로

하려고 했던 내 계획은 뒤로 밀렸고

깨달음은 어제 먹은 돼지고기를 잊었는지

또 고기 덩어리를 카트에 넣었다.

https://keijapan.tistory.com/1461

 

결혼은 미친짓이다.

[ 축하해, 케이 ] [ 축하해, 깨달음 ] 건배를 하며 우린 약속이나 한 듯 뭘 축하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3월 25일은 우리가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날이고 부부가 되었다는 걸 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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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삼겹살과 된장찌개로

저녁을 준비했다.

야무지게 상추에 싸서 볼이

터지게 넣는 깨달음이 귀엽다.

[ 깨달음, 풋고추 안 매워? ]

[ 응, 적당히 매워서 맛있어, 당신은 안 싸 먹어? ]

 [ 귀찮아, 고기 먹고 상추 먹으면 돼 ]

 [ 그게 뭐야, 삼겹살은 싸 먹어야 제맛이지 ]

[ 알았어, 먹을게 ]

난 고기를 싸 먹는 게 귀찮아 따로 먹을 때가 많지만

깨달음은 꼭 쌈을 싸 먹는다.

열심히 쌈을 싸서 맛나게 먹는 깨달음을 보고

있으니 우린 모든 면에서 참 많이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https://keijapan.tistory.com/994

 

해외거주자에게 외국인 남편의 존재

신주쿠에 볼일이 있어 오랜만에 코리아타운에 들렀다. [ 뭐 먹지? ] [ 오늘은 탕수육만 먹을래 ] [ 짜장면은? 짬뽕도 안 먹어?] [ 응, 안 먹을래? ] [ 나는 잡채밥 먹을까,,,,] [ 볶음밥 시켜 봐, 나 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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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시큼한 걸 좋아하지만 난 싫어한다.

깨달음은 차가운 얼음물을 즐겨 마시지만

난 한 여름에도 따끈한 물을 주로 마신다.

깨달음은 달달하고 향이 강한 것을 잘 먹지만

난 달달한 것은 물론 향신료도 싫어한다.

난 국물을 좋아하고 깨달음은 건더기만 건져 먹는다.

깨달음은 엘리베이터를 좋아하지만

난 계단이나 에스칼레이터를 선호한다.

깨달음은 레스토랑에 가면 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려 하고

난 항상 입구와 가까운 쪽에 앉으려 한다.

깨달음은 메뉴가 많은 식당에 가게 되면

메뉴 선택을 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리고

메뉴 변경을 자주 하지만

난 입구에서부터 메뉴를 결정하면 끝이다.

깨달음은 웃고 떠드는 코믹 요소의 영화, 드라마를

좋아하고 난 서스펜스나 미스터리를 즐겨본다.

난 말이 빠른 편인데 깨달음은 말과 행동이 

한 템포씩 느려서 거북이라는 별명도 있다.

https://keijapan.tistory.com/849

 

부부의 인연은 남다르다.

[ 뭐 먹고 싶어? ] [ 응,,,고기 먹을래....] [ 알았어, 예약해 둘 게, 이번엔 민혁(가명)이랑 같이 와 ] [ 우리 아들은 아직 한국에 있어..] [ 왜?] [ 그냥 한국에 좀 있어라고...] [ 일본에 안 데리고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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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좀 비싸더라도 하나를 음미하며 먹으려 하고

깨달음은 저렴한 걸로 두 개의

맛을 보는 걸 좋아한다.

이 외에도 서로 다른 점을 꼽으라치면

오늘 밤을 새워도 부족할 만큼 많은 

개성 강한 두 인격체가  

한 집에서 10년을 살고 있다.

어느 날은 뒷통수도 꼴보기 싫어 한 대

갈겨주고 싶은 충동이 일다가도

또 어느날은 천진하고 귀여워서 볼을

꼬집어 주고 싶기도 하고,,

국제커플이여서 오는 문제들도 분명 있겠지만

서로가 다른 인격체이기에 존중해야하며

 배려하고 사는 게 아닌가 싶다.

누군가 부부는 전생에 원수들이 만나는 거라고

하던데 그 말이 많은 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도 다를까 싶을 정도로 다른 두 사람이

맞춰가면서 사는 게 부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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