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무렵에 택배가 도착했다.
우리 시어머니 성함이 적혀 있었다.
지난 5월 연휴 때 찾아뵙고
이사한 뒤로 전화를 한 번 드렸을 때도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는데 왠 소포를 보내셨을까....
일단 깨달음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알겠다고
집에서 설명해 준다는 말을 남겼다.
무슨 설명?을 한다는 소린지...
열어 봤더니 시아버님 이름으로 이사 축하 노시가 둘러 있었다.
(
답례품에 첨부하는 전통 종이장식)
어머님께 전화를 드릴려다가
깨달음과 얘길 나눈 다음이 좋을 것 같아서
그냥 그대로 두었다.
깨달음이 퇴근하고 들어오길래 바로 물었다.
어머님에게 무슨 일 있냐고? 지난 번 전화 드렸을 때
별일 없으신 것 같던데 왠지 이상하다고,,,
뭘 보내실 때는 언제나 무슨 말씀을 하시거나
메모를 남기셨는데 오늘 택배에는 아무것도 없고,,,
좀 이상하다고 그랬더니 나보고 눈치가 빠르단다.
지난 주, 시어머니가 깨달음에게 전화를 하셔서
어렵게 말을 꺼내시더란다.
우리가 언제가 보내드린 정관장이 다 떨어졌는데
구할 수 있으면 한 병만 어떻게 구해서 보내 줄 수 있냐고,,,
아버님이 기운이 없거나 감기 걸리실 때마다
그 약이 금방 낫는다고 드셨는데
요즘 당신이 기운이 없이 같이 복용하다보니
우리가 보내준 게 다 떨어졌다고
이번에 한 병만 보내주면 다음부터는 당신이
구매를 해보겠다고 하셨단다.
그 약은 시골 동네 약국에서 파는 게 아니라고
자기가 알아서 보낼테니까 걱정말고
하루에 5알씩 세번씩 꼭 챙겨 드시라고 그랬더니
알겠다시며 근데[케이]에게는 미안하니까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하셨단다.
괜히 케이가 알면 신경쓰게 되니까 알리지 말라고
그러셔서 한국에서 처제가 보내주는 약이여서
[ 케이]도 알고 있으니까 그냥 말하면 된다고
그런 건 염려 말라고 했더니
미안해서 어쩌냐고,,여기 일본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셨단다.
(지난 5월, 우리를 배웅 하시는 어머니)
구매처는 알려고 할 필요도 없고, 아무튼 보내드릴테니까
몸 관리 잘 하시라고 했단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또 전화가 와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처제분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약값을 드리면 실례가 될 것 같으니까
뭔가로 답례를 하고 싶은데 뭐가 좋겠냐고 물으셨단다.
괜찮다고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까
그냥 계시라고 했어도
안 된다고 그냥 받으면 예의가 아니라고
뭘 좋아하는지 말해보라고 그래서
문뜩 떠오른게 태현(조카)이가 우동을 좋아한 게 생각나서
그럼 맛있는 우동이나 보내라고 그랬단다.
깨달음 얘기를 다 듣고 바로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저라고 잘 지내시냐고 그랬더니
첫 마디가 [케이,,,미안해서 어쩌지..]라고 하셨다.
뭐가 미안하냐고 바로 보내드렸어야 하는데
제가 더 죄송하다고 그랬더니
동생분에게 꼭 죄송하다는 말을 전해 달란다.
[ ..................... ]
아들에게도 며느리에게도
그저 죄송하다고만 하시는 우리 시어머니...
그러지 마시라고 뭐가 필요하시거나
뭐가 떨어져서 곤란하시면
주저하지 말고 저한테 꼭 전화 주시라고
그랬더니 알겠다고 하시며
또 여동생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말고 전해달라고 하셨다.
알겠다고 어머님이 보내주신 우동도 동생한테 잘 보내고
어머님 말씀도 전하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작년10월, 우리가 가서 청소를 해드릴 때
정관장 3병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걸 내가 봤었다.
왜 안 드셨냐고 물었을 때, 힘이 딸릴 때 먹는 거라고
지금은 건강하니까 먹을 필요 없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올 해는 안 보냈는데.....
그 걸 다 드셨다면
분명 기력이 많이 딸리셨다는 건데
멀리 있는 자식들은 그걸 몰랐다.
당당하게 한 병 보내달라고 하셔도 될 것을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시는 우리 어머니...
멀리서,,그저 멀리서 시부모님의 건강을 빌 수밖에 없는
못난 자식들 가슴이 시려오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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