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크리스마스가 들어있던 주부터
난 2024년도 업무를 모두 끝냈다.
개인적으로 했던 일도 마무리를 지어서
온전히 쉼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생기면서
분주하게 지나쳤던 아침을
조금은 느긋하게 보내게 되었다.
뒤돌아보면 정작 바쁠 것도 없는데 마음이
조급함을 다스리지 못하고 허둥거리기도 하고
식사를 간단히 대충 넘어갈 때가 많았다.
열심히 사는 이유 중에 하나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것도 포함되어 있으니
되도록이면 좋은 식재료, 좋은 식단으로
챙겨 먹자고, 몸에 좋은 것들을
먹겠다고 신경은 쓰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해지곤 했다.
그래서 지난주부터는 반찬을 좀 이것 저것
만들어 놓고 릴렉스한 기분으로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코로나가 끝나갈 무렵부터 우린
퇴근하고 둘이 저녁을 밖에서 먹고 오는
횟수가 점점 잦아졌고 주말이면
거의 무조건적으로 외식을 했던 터라
집에서 집밥다운 밥을 먹을 시간은
아침식사뿐이어서 좀 더
집밥스럽게 신경을 썼다.
지금까지 아침은 주로 누룽지를 위주로
먹었는데 최근엔 전날 먹고 남은 국을
이용해 이탈리아 리조토나
죽처럼 만들기도 한다.
결혼초부터 내가 늘 반찬가짓수를
많이 놓아버릇한 탓에 깨달음은 반찬이
많은 걸 여전히 선호한다.
같은 재료라 하더라도 맛을 좀 다르게
볶거나, 찌거나, 무치거나 양념을
바꿔가면서 반찬들을 준비한다.
가끔 특별식으로 만드는 갈비찜이나
닭볶음이 남으면 볶은밥을 만들기도 하고
김치죽을 쑤기도 하는데 깨달음은
리조토풍 김치죽에 치즈를 올려먹는 걸
아주 좋아한다.
생선이 없을 때는 어묵으로 대신하기도 하고
명란젓을 구어내거나 참치캔을 샐러드에 올린다.
김치류는 파김치, 묵은 김치, 연근김치, 깍두기를
번갈아 놓거나 창난젓으로 대신할 때도 있다.
아침 식단에 되도록이면 빠트리지 않고
내는 건 토마토, 계란, 포테이토샐러드인데
이 세 가지는 깨달음이 하루에 꼭 섭취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다.
지금처럼 연휴가 길어지는 동안에는
서로의 아침시간이 여유로워서 음식평을
해가며 천천히 맛을 음미하거나
품평회처럼 평가하며 즐기고 있다.
어제와 오늘처럼 둘이서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거릴 때는 점심과 저녁을 아침에 먹었던 같은
반찬들로 돌려 막기? 를 하기도 하지만
밥과 국은 새로 만들어 먹는다.
그러다 지겨워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누룽지를 끓여 먹는데 깨달음은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을 일주일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아해서 한편으로 감사하고 특히나
유부초밥에 이것저것 토핑을 얹는 걸
아주 싫어해서 심플한 유부초밥을
고집해 간단해서 편하고 고맙다.
오늘은 아침을 먹으며 물었다.
[ 당신은 세끼 중에 아침을 가장 좋아하지?
여행 갈 때도 조식이 얼마나 잘 나오는지
항상 체크하잖아 ]
[ 물론 좋아하는 것도 있고 가장 중요하지..
대부분 남자들이 출근하면 점심은 거의
샌드위치난 간단식으로 때우기 일수고
저녁에 술 마시게 될 경우에는
또 대충 안주를 저녁삼아 먹게 되니까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에너지를
제대로 충전하는 의미에서도
아침식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
더 물어보면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그쯤에서 끝냈다.
깨달음은 내가 출장을 가거나 한국에 가서
집을 비울 때도 혼자서 늘 아침을 꼭
챙겨 먹었다. 누가 봐도 자기 자신을
너무 애정하는 듯한 상차림을 해 놓고
혼자서 잘 먹는다.
먹는 것에 늘 진심인 깨달음은
내년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고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난 또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을 차릴 것이다.
여러분, 2024년도 너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올 한 해 베풀어 주신 사랑과 격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좋은 날만,
기쁜 날만 가득하시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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