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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정말 한일관계가 좋아질까?

by 일본의 케이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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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8천보이상 걸어서

피곤한 것도 있고 그냥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 중식당에 앉아 

우선 따끈한 차를 한 잔 마셨다.

서로의 기분에 따라, 그날의 흐름에 따라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게 이제 일상처럼

편해졌다. 코로나로 인해 생활패턴이 많이

바뀌었고 물 흐르듯 자연스레

그 날의 분위기에 묻어가며 살기로 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우리 둘 다 요즘은 

몸을 꼼지락 거리며 음식 만드는 것도  

귀찮아져 되도록이면 편하고

쉽게 살자는 쪽으로 생각을 전환했다.

빈 속에 마시는 쇼코슈(紹興酒)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찌릿했다. 

[ 어땠어? 깨달음, 오늘 본 물건은? ]

[ 음,,, 마음에 든 게 없네...]

[ 나도 그러네..]

노후는 임대수입으로 좀 편하게 살아볼 

얄팍한 계산으로 올해 들어 적당한 물건들을

찾아보고 있는데 매처럼 예리한 눈을 가진 

깨달음 입맛에 딱 맞는 물건이 나오질 않았다. 

우린 잠시 먹는데 집중을 하며 한참 동안

아무 말하지 않았다.

메인 요리가 나올 무렵 깨달음이 입을 열었다.

[ 한국에 새 대통령이 됐으니까 부동산 정책이

많이  바뀌겠지? ]

생각지도 않았던 질문에 좀 당황스러웠지만

나도 한국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여서 뭐라 답하기 애매했다.

[ 뭐 얼마나 바뀌겠어 ]

[ 다른 것도 많이 바뀌지 않을까. 정권이 

바뀌었으니 ]

[ 나,,, 정치 쪽엔 별로 관심 없어..]

우린 결혼 초에 한일 부부로서 겪는 역사적인

관점을 솔직히 터놓고 얘기를 몇 번 했었다.

하지만, 결론은 없고 그냥,, 각자의 생각들을

어필할 뿐 의견 조율이 되었다가도

또 원점으로 가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치나 역사 얘기는 대화의 주제로

삼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깨달음은 여러 면으로 한국에 관심이

많다 보니 정치, 경제, 문화 할 것 없이

궁금해하고 말하고 싶어 한다. 

[ 당신 이번에 재외국민 투표 안 했지?]

[ 응 ]

[ 해야지. 내가 해야 된다고 했잖아 ]

[ 알아, 근데 안 했어. 둘 다 싫어서 ]

[ 그래도 해야 했어 ]

[ 알아, 그래서 지금 반성하고 있어 ]

[ 내 생각엔,,,5년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도 바뀌고 그러면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을까 싶어, 그러니까 5년마다 정권교체를

하려고 애를 쓰고, 그게 반복되고 그러잖아 ]

[ 깨달음,, 나 별로 얘기 안 하고 싶어.,

특히..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는..,]

[ 난,,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

[ 알아,, 나도 걱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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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걱정돼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고 하면

투표도 안 한 사람의 궤변으로 치부되겠지만

후보자 두 분 모두 대통령이라 말하고

싶지 않을 만큼 싫었던 건 사실이다.

내 눈치를 한 번 살핀 깨달음이 그래도

이번에는 한일관계가 조금은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단다.

[ 그래?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면 좋아지겠지 ]

[ 당신은 그렇게 생각 안 해? ]

[ 몰라...]

[ 근데, 좋아졌다가 또 정권 바뀌면 나빠지고

그러니까.. 그게 문제긴 해..]

깨달음이 하고 싶은 말은 한일관계보다는

5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시스템,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라가 한바탕

피바람이 부는 그런 총체적인 

한국정치 스타일이 걱정인 것이었다.

[ 깨달음, 내가 아베, 스가, 기시다 정권에 대해

별 말 안 하는 이유는 뭐라 생각해? ]

[ 몰라...]

[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당신 생각해서

안 하는 거야..]

알고 있단다..무슨 말인지..하지만 자기는  

정말 한국이 걱정되고 한일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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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다

이곳은 이번주말부터 오봉(お盆추석)연휴에 들어간다. 기업들마다 다르지만 길게는  9일간의 긴 휴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외로, 국내로 다들 여행을 많이 떠난다. 난 시댁을 다녀와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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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당신이 누가 되든 촛불시위를 다시 하는

일이 생길 거라고 했던 말이 충격이었어.

다시는 촛불 드는 일이 없어야 하잖아..

국민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뽑아 놓고

또 내려오게 하고,,그게..참 아이러니

하다고나할까..외국인인 내가 봤을 때..., 

근데 정말 당신 말대로 촛불을 들게 된다면

새 정부는 그걸 그대로 하게 놔둘까?

아니면 못하게 막을까? 

당신은 어느 쪽이야? ]

[ 깨달음,, 한국에 관심이 많은 건 알겠는데

더 이상 내 의견을 궁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투표도 안 한 사람이잖아.

그니까 뭐라 말할 자격이 없어..

정말, 더 이상 묻지도 말고 궁금해 하지마.

그리고 국민이 뽑았으니 국민이 책임지고

다시 내려오게 하는 게 당연한 거야 ]

 

 

한국의 촛불집회를 직접 본 일본인의 마음

호텔에 캐리어를 던져놓고 세종문화회관까지  단숨에 달려 도착한 시각이 7시 30분이였다.  밀려오는 허기를 달래야하는데 마땅히 먹거리를 찾지 못한 채 서서 커피와 도넛으로 저녁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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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오시는 분들께 부탁 드립니다

깨달음과 2박 3일의 홋카이도를 다녀왔다. 저녁이면 샷포로 중심가에서 술을 마시고  쇼핑을 했고 다음날은 오타루에 들러 조카가 낳은 아들에게 줄 오르골도 하나 사고 깨달음이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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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묻지 말라고 했던 건 내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인 걱정거리들이 다 쏟아져

나와 버릴 것 같아서였다.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지 않았기에 할 말이 없다.

깨달음은 한일관계가 완화될 것 같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좋아지면 좋은 것이고  난 그저

예전처럼 깨달음과 내가 자유롭게 한국과 일본을

왕래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단지, 내 나라가 다시는

촛불집회를 여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지금처럼 

 변함없이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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