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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귀찮아도 먹는 건 즐겁다

by 일본의 케이 2022.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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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마지막 날,, 우린 쯔끼지(築地) 시장에

다녀왔다. 싱싱한 야채, 생선들을 구매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단순히 연말분위기를 느끼려

심심해서 나왔는데 직접 와 보니 생각보다

물건들이 좋은 게 많아 먹고 싶은 것들을

 사기로 하고 골목골목을 다니는데

예상대로 사람들이 넘쳐났다.

내가 좋아하는 조림전문집에서 다시마조림을

살까했는데 신정에 필요한 조림반찬들만

즐비할 뿐, 평소 때 팔던 조림들은

내놓지 않은 상태였다.

점심시간까지 겹쳐 어딜 가나 기다리는 

줄 서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깨달음은 그 틈을

비집고 내 뒤를 졸졸졸 잘 따라왔다. 

사람들이 많아 물건들을 제대로 보기 힘든

정도였지만 깨달음은 행여나 꼬막을 못 보고

놓칠까봐 생선가게 앞에서 목을 길게 빼고

유심히 관찰했다.

돌고 돌아 마지막에 들른 생선가게에도 없어서

꼬막 파는 곳을 아시냐고 직접 물었더니

 아저씨가 피꼬막은 있어도 작은 꼬막은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고,  그걸 들은 깨달음이

실망한 눈빛을 하고 날 쳐다봤다.

코리아타운에 가면 지난번처럼 살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더니 설 대목이어서  거기도

판매를 할지 확신이 서질 않으니 

그냥 포기하겠다고 했다.

 

서운해하는 깨달음을 달래주려고

전복을 사자고 했더니 좋단다. 

1월 1일, 신정을 가장 큰 명절로 생각하는

일본은 서너곳의 지방을 제외하곤

우리처럼 구정을 쇠지 않는다.

이 설연휴기간에 먹는 음식도 다양하고

각 식재료마다 뜻과 의미가 부여되어있어

풍성하고 색색들이 화려하다.

이 오세치(お節) 요리는 단맛, 신맛, 매운맛,

쓴맛, 짠맛이 느껴지는 5색5미를 담은 요리로

3단이나 5단으로 된 찬합에 넣는다.

검은콩과 새우는 장수와 건강, 멸치는 풍작,

연근은 지혜와 밤은 재물과 승리를 뜻하고

다시마는 일년내내 좋은 일, 기쁜 일이 생기기를

기원하고 있다. 청어알은 자손 번영을 분홍색과

흰 어묵은 홍백을 나타내는 축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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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은 건강, 토란은 자손 번영과 다산, 연근은 

구멍을 통해 앞 일을 내다보는

지혜의 눈을 갖는다는 뜻이다.

우린 매년, 기본적인 격식만 차리고

깨달음이 좋아하는 것들로만 준비를 해왔다.

과일을 마저 사고 시장을 빠져 나온 우린

토시코시 소바(年越しそば)를 먹었다.

이 소바를 먹는 이유는 장수를 기원하는 뜻과

끊어지기 쉬운 소바처럼 한해 고생이나

재액을 깨끗이 끊고

신년을 맞이하자는 뜻에서 먹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깨달음이 찬합에

음식들을 담았고 올 해는 엄마가 주신

구절판에 한국 음식을 채웠다.

모양을 내서 자르고 예쁘게 다듬어 찬합에 넣던

깨달음이 한 마리 통째로 산 문어를 썰다가

내년에는 그냥 아주 간편하게 만들어져 있는

1인용 오세치를 사서 먹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어차피 자기 혼자 먹을 건데 이것저것

살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갑자기 너무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하긴 토시코시 소바도 결혼하고 계속해서

집에서 해 먹었는데 3년 전부터 소바집에서

먹는 이유가 바로 귀찮아서였다.

오세치도 몇 년전부터 내가 1인용으로

해결하는 게 어떠냐고 했었는데 이제야

귀찮음을 느꼈다니 깨달음도

늙긴 늙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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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따뜻한 떡갈비와 전, 잡채를 만들고

매콤한 양념게장과 조기를 구워

한일 합작 설날상을 차렸다.

언제나처럼 우린 떡국과 오조니(お雑煮)를  

함께 올려놓고 올 한 해도 별 탈없이

무난하게 잘 살아보자고 건배를 했다. 

깨달음은 그렇게 먹고 싶어 했던 간장게장 대신

양념게장을 쪽쪽 빨아먹으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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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 그리고 난 역시 며느리

나고야에 도착한 우린 바로 헤어졌다. 깨달음은 현장에 가야했고 난 그 미팅이 끝날 때까지 시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사야한다. 깨달음은 연말을 앞 두고,  미리 점검해야할 현장이 많아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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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 안 매워? ]

[ 응,, 더 매워도 될 것 같아. 완전 한국 맛이야 ]

[ 귀찮다며,, 먹을 땐 행복하지? ]

[ 응, 어젯밤은 귀찮아서 죽겠더구먼

또 이렇게 차려 먹으니까 너무 좋다 ]

[ 정말, 내년에는 그냥 1인용 오세치로

사서 할 생각이야? ]

[ 응,, 그럴 거야, 근데 당신은 나물이랑

다른 반찬들 만들어야 하잖아 ]

 [ 난,,괜찮아,어차피 반찬은 매일 하는 거니까]

안 귀찮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난

요리를 즐겨하고 좋아해서인지 그렇게 

싫은 건 아니다. 특히 깨달음이

이렇게 잘 먹어주니 하는 맛도 나고

즐거운 것도 사실이다. 

 

신년인사로 일본인에게 보낸 선물

신년인사를 하러 다니는 깨달음이 퇴근하고 들고 오는 건 거래처에서 받은 선물이였다. 어찌된 일인데 올해는 모두 양과자를 가져왔고 언제나처럼 난 그것들을 모두 깨달음 책상에 다시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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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일본인입니다만

잊고 있었던 건 아니였다. 어제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고 우두커니 앉아 많은 생각에 잠겼다.  우리 부부의 얘기가 담긴 책  [ 남편이 일본인입니다만]을 구입했는데 책에 사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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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침을 든든히 먹고 산책 겸 운동을 나왔는데

한국 치킨집이 새로 생긴 걸 발견하고는

잽싸게 들어가 양념과 후라이드를

주문하는 깨달음.

[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은데 역시 

이렇게 사 먹는 게 시간도 절약되고

간편하고 더 맛있는 것 같아, 그니까

이제부터는 맛집을 더 엄선해 다니면서

사 먹도록 하자, 당신도 그게 편하잖아 ]

[ 그러지.. 편하긴 하지..]

올 해는 일단 귀찮음 없이 편하게 살자를

목표로 하자며 비닐장갑을 끼고

이번엔 양념통닭을 집어 들었다.

편하게 살기 원하는 깨달음의

먹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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