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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어느 휴일, 중년부부의 하루

by 일본의 케이 2022.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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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곳은 천왕 생일날로 휴일이었다. 

느긋히 아침을 먹고 운동복으로 환복을 하고

우린 산책을 나갔다. 2월의 끝자락은

칼바람과 함께 매섭기만했고

잰걸음으로 경보하듯 걸어보았지만

좀처럼 추위가 가시질 않았다.

따사로운 공원 벤치에 앉아 오리 떼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깨달음 핸드폰이 울렸고 번갈아 가며

직원 두 명과 통화를 했다.

 

[ 급한 일이 생긴 건 아니지? ]

[ 응, 도면 완성된 것 체크하려는데

수치가 틀린 게 있어서 하청 직원에게

확인할 게 생겼다네 ]

깨달음 회사는 업무가 많아지면 모두 하청을

주는 쪽으로 전향했다. 예전엔 능력있는 

직원을 뽑으려고 애를 썼지만 이젠 그럴

필요 없이 일 잘하는 하청업체에 

맡기며 여유롭게 일을 진행하고 있다.

깨달음 친구분이 회사를 접으며 그 직원을

스카우트처럼 데려온 직원이 상당히 일을

잘해서 한결 편해졌는데 그럴수록

직원들을 아껴야 된다는 마음에

손이 많이 가는 일은 하청에 맡긴단다.

 깨달음 핸드폰으로 계속해서 메일이 오길래

우린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도면을 치느라 자기 방에 들어간 깨달음의

보조 테이블이 많이 어질러져 있다.

오늘 우리가 하기로 했던 일이 남아 있었지만

  방해가 될 것 같아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혼자서 해도 충분했던 일이기에 

먼저 수조 청소를 끝내고 열대어 치어들,

체리새우까지 아쿠아센터에 가져갈

녀석들을 분리해 집을 나왔다.

 점장은 나를 보고 아주 반가워했다.

매번 각종 열대어를 잘 키워서 가져다 주니

 내가 아주 고맙단다. 오늘도 넌즈시 판매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난 그냥 키우는

재미만 즐길 뿐이라고 답했다.

 점장이 체리새우 같은 경우는 마리당

200엔(약 2천원)은 받을 수 있다며

용돈벌이가 된다는 말을 덧붙혔지만

난 그냥 아쿠아센터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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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 일거리인

깻잎 심기를 했다. 7년 전 베란다에서 한번

시도해보고 대실패를 한 뒤로 우린 그냥

사 먹는 게 편하다했는데 엊그제 청소하다 발견한

들깨 씨가 있어 둘이서 유튜브를 보며

공부?를 좀 하고 재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씨앗 발아부터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쉽고

잘 키울 수 있는지 학습을 한 덕분에

조금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았는데 막상

흙을 만져보니 싹이 잘 틀지 염려가 앞섰다.

촉촉이 물을 주고 있을 때 깨달음이 나와서

수조를 한 번 보고는 외출했었냐며

자긴 내가 나간 줄도 몰랐단다.

[ 일은 다 끝낸 거야? ]

[ 응, 다 했어. 근데 우리 둘이 오늘

하기로 한 에어로빅 아직 안 했잖아 ]

[ 지금 할 거야?  ]

 [ 응 ]

우리가 에어로빅을 시작한 데는 내 담당의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

나이 들수록 유연한 몸을 가져야 한다고

에어로빅은 몸에 있는 잔근육을 키우고

지구력도 높이고 유산소 운동이며

몸에 균형을 잡아줘서 좋고

예상치 못한 골절도 피할 수 있다는

말에 두말없이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작년에 당한 골절상은 완전히 내 실수로

일어난 일이지만 몸이 유연했다면 좀 더 

가벼운 골절로 끝났을 거라는 말이

자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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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 외에 움직이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

깨달음도 자꾸만 뻣뻣해진 자신의 몸을 위해

흔쾌히 하겠다했다.

단순하게 보이는 율동이지만 몸과 팔다리가

따로 움직이고 박자도 자꾸 틀리는 깨달음이

너무 웃겨서 사진을 몇 장 찍었더니 절대로

블로그에 올리지 말라고 협박?을 해왔다.

[ 올리면 왜 안 돼? ]

[ 올리지 마, 진짜,,너무 창피하니까..]

내가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이번에는

음악에 맞춰 자기 멋대로 이상한 춤을 췄다. 

 

블로거도 의외로 지칠 때가 많다

한국에서 소포가 왔다. 내가 다음 블로그(Daum)를 시작할 때부터 찾아주셨던 분인데 늘 이렇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가 많으신 분이다. 간단명료, 또한 심플함이 매력적인 그 분은 이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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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하게 샤워를 마친 우린

골뱅이 비빔면으로 저녁을 먹으며

맥주를 한 잔씩 했다.

[ 오늘 하루는 운동까지 해서인지 아주 

알차게 보낸 것 같아 ]

[ 근데.. 깨달음,, 다른 중년 부부들은

다들 뭐하고 하루를 보낼까? 쉬는 날에 ]

[ 각자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보내겠지 ]

[ 그러겠지. 정말 우리도 같이 시간 보내는 일이

점점 없어지는 거 같아 ]

 

일본인의 배려는 아주 작은 것부터.

우린 주말에 가끔 목욕탕을 갈 때가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동경내에 온천수를 사용하는 목욕탕을 일부러 찾아 그 곳에서 온천욕을 맛보곤 한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온천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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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만끽하는 남편을 보며,,,

우린 매일 아침, 물을 한 잔씩 들이키고 아침산책겸 운동을 했다. 아침 바다를 보며 걷다보면 한시간 넘게 훌쩍 바다 바람을 맞고 왔다. 날마다 다른 빛을 보여주는  바다는 전혀 익숙해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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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평일에도 저녁식사만 같이

할 뿐 항상 따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휴일이나 주말이면 영화를 보러 가곤 했지만

이젠 넷플릭스로 서로가 좋아하는 장르를

각자의 방에서 즐기고 있다.

깨달음은 뭐든지 같이 하는 걸 좋아하고

 난 무조건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좀 이상한 부부인데 오늘은 함께 운동을 했다.

[ 다른 부부들도 다 이렇게 살겠지? ]

[ 그러겠지. 사는 게 별 게 있나...]

신혼부부를 제외한 중년부부들은 국제커플이

아니여도 특별히 우리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다른 부부들은 휴일을 어찌 보내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지금 이 평범한 일상을 감사하며

함께 할 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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