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이 저녁에 신주쿠로 나오라는 말을 남기고 출근을 했었다.
약속시간에 나갔더니 백화점은 막바지 세일이 한창이였다.
특별히 살 것은 없지만 다음달에 한국가서 친구들에게 줄 괜찮은 게 있는지
1층 악세사리코너를 돌고 있는데 저쪽편에서 깨달음이 나보고 오라고 손짓을 한다.
달려갔더니 신발코너였다.
뭐? 나 하나 사줄라냐고 물었더니
이 털부츠를 보자마자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고 어머님이 좋아할 스타일이라고 하나 사잔다.
[ ..................... ]
지난주에 소포도 보냈으니 됐다고 그냥 지나치려고 하자 내 팔뚝을 잡는다.
방수처리에 미끄럼방지까지 되어 있어 외출 많이 하시는 어머님에게 딱이라고
세일도 하니까 그냥 사잔다.
내 것을 좀 골라보지 그랬냐고 째려봤더니 내 스타일을 없었단다.
[ ..................... ]
포장을 부탁하다가 내가 시어머니 것도 사는 김에 같이 하나 사자고 그랬더니
자기 어머니는 집에만 계시니까 전혀 필요치 않단다.
그럼 마후라라도 하나 사서 보내 드리자고 그랬더니 작년에 사드린 게 있으니
괜찮다고 서둘러 백화점을 빠져 나왔다.
그래서 결국 우리 엄마 것만 사고 난 수건 몇 장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와서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하는 깨달음.
[ 오머니, 깨서방입니다, 식사 하셨어요?]
[ 오메~깨서방인가~ 나는 식사 했어요~]
[오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깨서방도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시고, 하는 일 다 잘 되길 바래요~]
[오머니, 선물 샀어요~]
[음마~~ 뭐덜라고 또 사고 그래요~ 지난주에 소포 보냈답시롱 어째 뭘 막 보냈쌌까잉~
징하게 말을 안 듣네, 우리 깨서방이~ 사지 마랑께~
맨날 받기만 한께 불편해 죽것그만~~~]
[ 괜찮아요, 오머니, 한국에서 만나요]
[응,,,그래요, 한국에서 만나요~~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잉~]
지난 1월 1일날 했던 새해인사를 오늘도 똑같이 둘이서 하고 있다.
당신이 너무 잘해주는까 엄마가 좀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그냥 말만 그렇게 하신다고 속마음은 좋아하실거란다.
깨달음이 우리 엄마한테 잘해주는 건 너무 너무 고맙다.
근데 난 시부모님께 그렇게 못해서인지 마음 한구석이 미안하고 불편하다.
당신이 너무 잘하면 나도 그만큼 잘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 부담스럽다고 그랬더니
한국 어머니는 혼자 계시니까 2배로 신경을 써야하는 거라고
자기 부모님은 두 분 살아계셔 괜찮다고 편하게 순리대로 생각하란다.
어쩌면 깨달음의 이런 태도가 내가 더 시부모님을 생각하고 걱정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강요하거나, 바라지 않는 모습이 보이기에...
내일은 시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매실주랑 영양갱 좀 사서 보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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